방태산(芳台山 1443.7m)
맵찬 겨울바람, 호쾌한 설산 능선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2009.12.6. -8.6~0.6℃)
휴양림-적가리골-지당골-주억봉삼거리-구룡덕봉(1388.4m)-매봉령-적가리골-휴양림(6시간 반)
눈 온다 하여 길을 나섰다. 산에 쌓인 눈이 점점 더 많아지고 산 밑 도로도 눈길이었다. 나뭇가지엔 눈떨기요 조릿대는 눈 속에서 파릇하다. 눈 녹은 물이 얼음장 사이로 흘러 계곡을 겨울답게 하였다. 향기롭고 아름다워 방태산이라 하였는데 겨울 방태산은 다르다.
사람 발길이 한적한 산허리를 올라서니 무릎까지 눈에 빠졌다. 맵찬 바람이 발길을 더 힘들게 하였다. 찬바람에 귀는 아리고 손은 얼어 감각이 무디어져 갔다. 방한복과 장갑으로 한 겹 더 무장하고 언 손을 움직여가며 눈을 헤쳐 나갔다. 주억봉을 바로 앞에 두고 등정을 포기하였다. 시간이 더 지체되면 하산이 늦어져 어둠 속에서 헤맬지도 모를 일이었다.
추워서 준비해 간 점심 대신 비상식량으로 해결하였다. 앞사람이 무릎까지 빠지는 눈자국을 내면 뒷사람이 그 속에 발을 넣고 나아갔다. 눈 속에 몇 번 뒹굴어 몸에는 생채기요 피켈끈도 떨어져 나갔다. 구룡덕봉에서 카메라 셧터를 몇 번 눌렀더니 손가락이 다시 얼었다. 그래도 구룡덕봉에 서서 설악준령과 점봉 오대 선자령까지 일망무제 대간줄기 눈산을 감상한 일은 큰 보람이다. 눈이 적은 곳까지 미끄러지며 내려오니 적가리골계곡이 어두워졌다. 수고 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는 없지만 오늘은 수고가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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