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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우리도 산처럼/지리산

지리산 종주 4. 둘쨋날, 연하천에서 장터목까지

향곡[鄕谷] 2013. 5. 26. 07:34

 

지리산 종주 4

둘째 날, 연하천에서 장터목까지 

 

연하천-형제봉-벽소령-선비샘-영신봉-세석대피소-장터목 (13.3㎞. 10시간 10분)

2013.5.20 (맑음)

 

 

 

 

연하천의 아침은 맑고 시원하다. 개울의 물줄기가 구름 속을 흐른다 하여 연하천이다. 연하천 숲향에 연하천 샘물을 들이켜니 가슴속을 다 씻는다. 학교 다닐 때 연하천에서 야영할 때 이곳 부근이 빨치산 무덤 위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바로 위 삼각고지나 그 아래가 한국전의 격전지였고, 그 아래 빗점골은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최후를 맞았다는 곳이다. 오르내리는 길이 힘이 들어도 산 아래 초록 융단을 내려보는 맛은 참으로 시원하다.   

 

연하천에서 형제봉으로 가는 주변은 너덜지대이다. 형제봉은 수도하던 두 형제가 산 정령의 유혹을 뿌리치려 등을 맞대고 있다가 돌이 되어버렸다는 전설이 있다. 형제봉을 지나 2시간을 가면 벽소령이다. 준비한 곶감과 차 한 잔을 마시고 물을 보충하였다. 기온은 예상 보다 더 올라가서 지리산 종주길에서 가장 힘들다는 영신봉 길은 자주 쉬어 가는 수밖에 없다. 예전에 이 길을 언제 왔느냐 싶다. 돌아보면 반야봉이 멀리 아스라이 있다. 지리산을 수 차례 오른 남명 조식 선생이 '선(善)을 따르는 것은 산(山)을 오르는 것처럼 하라' 한 것은 이러한 산 오르는 수고로움에서 향상의 자세를 익히라뜻이었다.  

 

드디어 남녘의 개마고원이라 부르는 세석(細石) 고원이다. 작은 돌(細石)이 있는 잔돌 고원에서 세석고원으로 바뀐 이름이다. 전에는 세석평전(平田)이라 하였는데 일본식 표현이라 바꾸었다. 이곳은 철쭉이 장관이다. 일부러 심지 않아 더 자연스럽다. 조금 더 올라 촛대봉에 서면, 세석고원과 천왕봉이 양쪽으로 다 보인다. 여기서 연하봉까지가 연하선경이다. 오르내리며 둘러보고 뒤를 돌아보고 걸을 일이다. 선경에서는 선경을 지나는 발길로 걸어야 한다. 

 

연하봉을 지나면 둘째 날 목적지 장터목이다. 옛날 산청군 시천면 사람들과 함양군 마천면 사람들이 물건들을 서로 바꾸기 위해 넘나들던 곳이다. 지금은 산꾼들이 다섯 군데 산길올라와 지리산에서 가장 바쁜 길목이다. 평일인데도 135명 잠자리가 꽉 찼다. 바람은 불지만 날씨가 맑아 아름다운 낙조를 구경하였다. 운해와 일몰이 한꺼번에 일어나 아름다운 구경이 되었다. 다음 날을 위해 저녁을 일찍 해결하고 분주하게 준비하였다. 밤중에 산희(山姬) 샘에 내려가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발을 축였다. 오밤중에 산아가씨와 데이트를 한 셈이다.    

 

 

  

 

형제봉을 지나며. 산 아래는 하동 화개 쪽이다

 

 

 

 

  초록 융단이 펼쳐진 산 아래

 

 

 

 

  선비샘을 지나 고개를 오르면 진달래가 한창이다.  멀리 반야봉이 희미하다

 

 

 

 

  영신봉 남서쪽을 돌아서면 세석고원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중간 목적지 세석대피소도 보인다

 

 

 

 

  세석대피소에서 촛대봉 오르는 길목 들꽃 군락지. 동의나물이 노란 꽃을 지천으로 피웠다

 

 

 

 

  촛대봉(1704) 올라서면 삼신봉, 연하봉(1730), 제석봉(1808), 천왕봉(1915)이 한눈에 보인다

 

 

 

 

  연하봉 부근 얼레지. 지리산엔 현호색, 말발도리, 금강 애기나리, 얼레지가 한창이다

 

 

 

 

  능선들이 아름답다. 왼쪽 끄트머리에 노고단과 반야봉이 차례로 보인다

 

 

 

 

  연하봉 마지막 오름길. 이곳만 넘으면 장터목이다

 

 

 

 

  두 번째 날 우리가 쉴 곳 장터목대피소(1653m). 바람이 거세서 밖에서 취사가 힘들었다

 

 

 

 

  장터목 일몰

 

 

 

 

 장터목 일몰. 반야봉 모습이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