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오름, 한라산 3
한라산 남벽을 보며 걷는 산길
영실~윗세오름~돈내코
영실~윗세오름~방아오름~한라산 남벽 분기점~평계대피소~돈내코~한라산 둘레길~솔오름(미악산)~제2산록도로 (2013.11.12. 약 21.5㎞. 9시간 반)
제주가 한라산이요 한라산이 제주라고 한다. 그만큼 한라산은 제주의 모태요 제주 오름의 어머니인 산이다. 제주에서 살면서 한라산만 5백 번 이상 오른 친구와 동행하여 영실로 올라 윗세오름을 거쳐 한라산 남벽 아래로 걸었다. 다음 날 사라오름도 동행하여 귀한 풍경을 안내받았는데, 한라산을 십수 차례 다녀도 어줍게 다녀 한라산을 알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길 떠나는데 경험이야말로 가장 큰 보배일 수밖에 없다.
영실에서 시작한 산길은 갑자기 추워져 비상용으로 가져온 겨울옷으로 갈아입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어머니가 빠져 죽은 솥에 음식을 먹고는 울부짖다가 굳어져 바위가 되었다는 영실의 오백장군 기암은 짙은 운무로 볼 수가 없었다. 어제저녁 식사에 설문대할망을 모시지 못한 탓이라 여겼다. 대신 상고대가 그 아쉬움을 대신하였다. 윗세오름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한라산 남벽으로 들어서는 순간 눈앞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설문대할망이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남벽을 지나고 그 남벽이 다 끝날 때까지 감탄을 그칠 수 없었고, 카메라의 작동을 멈출 수 없었다. 한라산의 긴 황홀경이 거기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샘인 방아오름 샘에서 목을 축이고도 한라산에 갈증이 남아 보고 또 보았다. 한라산 남벽 분기점에서 돈내코로 내려오는 길에서도 한라산을 돌아보느라 발길이 지체되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사람에게만 느끼는 정이 아니었다. 돈내코는 '돼지들이 물을 먹던 냇가 입구'란 뜻인데, 지금 계절에 물은 없지만 주변이 수려하다. 돈내코에 다 내려와 한라산 둘레길을 조금 걷고, 긴 길을 걸어서 솔오름에 올라 서귀포를 조망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쳤다. 뒤에서는 한라산이 저녁 햇살을 받아 아직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영실~윗세 오름길 상고대
노루샘 부근
윗세오름
왼쪽 튀어나온 곳이 방아오름
한라산 남벽 분기점
한라산 둘레길에서
솔오름 오르며 본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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