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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도 4. 대륭시장과 교동벌

향곡[鄕谷] 2014. 4. 4. 18:38

 

교동도 4

 

대륭시장과 교동벌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2014.3.27)

 

 

 

 

개화산 밑 연산군 유배지를 벗어나면 고구리 농촌 들녘이다. 농부들은 땅을 고르고 거름을 섞느라 바쁘다. 살금살금 봄기운은 어느새 다가와 마음은 바쁠 수밖에 없다. 버들개지가 피고  밭둑은 키 낮은 풀들로 파래졌다. 산자락 아래 교동초등학교에는 개교 100주년 기념탑이 서 있다. 섬의 높은 이름만큼 학교의 역사도 오래되었다. 아이들은 파했는지 교정은 조용하다. 바다의 큰 기운 들이마시고 맑은 심성을 기를 터이다.

 

대륭시장으로 들어섰다.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발관에 들어가 머리도 깎고, 선술집에 들어가 대포 한 잔 하고 가야 할 곳이다. 아니 되면 다방에 들어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야 할 곳이다. 이런 곳에 와서는 느릿느릿 다니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고 가야 할 곳이다.  무엇이 바쁘다고 허둥대며 나도 떠난다 하였다. 배는 내일도 뜨는데 말이다. 과거의 기억으로 돌아간 일이 쉬운 일이던가.

 

교동읍성은 다 파괴되고 잔해만 일부 남았다는데, 그도 보지 못하였다. 길을 잘못 든 모양이다. 들녘으로 들어섰다. 교동벌은 넓다. 3개 섬을 메워 간척한 땅이 넓어 한 사람이 만 평씩 농사를 짓는다는데, 오리도 농사를 거드는 청정지역이다. 논둑 밭둑은 농사철을 앞두고 태우느라 시꺼멓다. 둑길엔 갯내음이 바람에 날려 콧속에 든다. 가을에 이 넓은 황금벌판을 다시 걷고 싶다. 가슴은 가을처럼 넘실거리고 풍성해지리라.

 

다시 배로 강화도에 건너와서 갯가 횟집에서 숭어 한 절음을 하였다. 갈매기들은 먹을 것을 구걸하러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는데, 먹을 것이 부족하였는지 주인이 딴 눈 파는 사이에 파는 꽃새우를 훔치려 도둑으로 변하였다. 주인이 쫓으니 괭이 소리를 내며 내뺀다. 회를 뜨고 버리는 갈매기 몫이 따로 있다는데, 오늘은 손님이 적었던 모양이다. 손님이 적으니 갈매기도 배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