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설경을 그리며
한라산 (1950m) 5
제주 (2014.11.20)
성판악-진달래대피소-백록담-삼각봉대피소-관음사 (18.3㎞. 8시간 40분)
한라산에 오를 때마다 느끼는 산 맛은 오묘하다. '은하수를 끌어 끌어당길 수 있는'(雲漢可拏引也) 높은 산이라 한라산이라 하였듯, 산이 가지는 놓임새와 앉음새가 남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밤 중에 설문대할망이 깨어나 하늘에 있는 별을 떼어 산에다가 자꾸 붙이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라산이 이름도 스무 개나 되는 것은 신령하다는 뜻이고, 느낌이 저마다 다르다는 뜻일 것이다. 며칠간 어승생에서 시작하여 열두 개의 오름을 오를 때 한라산은 늘 눈앞에 있었다. 한라산을 오르지 않는다면 허전할 것이다. 어찌 그냥 말 수 있으랴.
제주도는 동서로 73㎞ 남북이 31㎞이고 면적은 1,847㎢로, 그중 한라산 국립공원 지역으로 지정한 면적은 151㎢로 제주도 면적의 8.3%가 한라산인 셈이다. 제주는 좁다고 하지만 한라산은 넓다. 산 안에 뚝 떼어 놓으면 다른 큰 산도 그렇지만 한라산은 정말 찾아 나오기가 어려울 정도로 깊다. 바위는 현무암으로 되어 있어 가볍지만 날카로워 조심스럽다. 바위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고사목이 끝나는 지점에서 바닥에 깔린 돌을 피해 걷다가 고사목 삐죽한 곳에 머리를 부딪혀, 앞에 가던 사람이 걱정할 정도였다.
백록담에는 물이 없다. 백록담에는 샘이 없고, 비가 왔을 때나 모이는 지표수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마를 수밖에 없다. 이번에 본 백록담도 가뭄이다. 장구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북사면은 눈이 쌓이고 경사는 얼음이 꽝꽝 얼었다. 쉽게 내려가려다가 엉덩방아를 찧어 카메라가 성하길 다행이었다. 아이젠을 다시 하고 장구목이 보이는 헬기장까지 내려서서, 점심을 먹으며 한 시간이나 멋진 북벽 감상을 하였다. 눈밭에서 설경을 보며 뜨거운 누룽지탕이라니 이런 호사가 없다. 제주를 떠나 벌써 며칠 되었는데 그 풍경이 지워지지 않는다. 겨울 한라산을 그린다.
※ 교통편
(갈 때) 성판악에 랜터 차 주차
(올 때) 관음사에서 제주의료원까지 택시 이용 (\5,000). 제주의료원에서 12분 간격으로 다니는 시내버스 이용, 성판악 하차 (\1,300)
성판악 방향. 성널오름이 뚜렷하고 위쪽으로 사라오름이 보인다
구름 아래 서귀포 시내가 언뜻 보인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 남릉
한라산 정상에서
백록담
한라산 정상
백록담 북사면 내려서며
장구목
백록담 북릉
백록담 북사면
장구목
왕관릉 아래
'섬으로 간다 > 제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라산 / 한라산은 늘 굽어보는 맛이 좋다 (0) | 2016.09.19 |
---|---|
제주곶자왈도립공원 / 자연 그대로인 용암숲 (0) | 2016.09.19 |
좌보미오름 / 오름 사이를 오르내리는 오름 (0) | 2014.12.05 |
동검은이오름과 문석이오름 / 고성의 우뚝함과 평탄함을 같이 보는 오름 (0) | 2014.12.04 |
백약이오름 / 편안하고도 상쾌한 조망 (0) | 2014.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