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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걸어서 보는 세상/전국 걷기 좋은 길

다산길, 팔당에서 마현마을을 지나 조안리까지

향곡[鄕谷] 2016. 4. 9. 10:11



다산길

팔당에서 마현마을을 지나 조안리까지 (2016.4.7. 맑음)

팔당역-조개울-팔당댐-능내리-마현마을 다산유적지-능내역-조안리-운길산역 (13.1㎞. 4시간 40분)



밤새 비가 내려 하늘이 맑다. 한가한 역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떠나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지만,

때로는 머물러 기다리는 일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덜커덩 하며 열차를 연결하는 소리가 잠시 정적을

울린다. 군복을 입은 젊은이가 옆에 앉아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자리를 권하니 감사하다며 자리에 앉

는다. 예의바른 청년이다. 감사할 줄 알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청년이 배낭에서 책을 꺼내서 읽는다.

논어에 대한 책이다. 청년의 행동에 대해서 격려를 하였다. 


팔당역에서 내렸다. 가게에서 물건을 하나 들고서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오늘은 기다리는 날이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뒤를 돌아보고 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음이 여유롭다. 팔당댐과 팔당

대교 사이에는 배알미리(拜謁尾里)란 마을이 있었고, 도미진(都彌津)이라 부르던 한강의 배알미리나루터

가 있었다. 삼국사기에 전하는 도미부인의 정절을 얘기한 곳이요, '배알미리'는 배를 타고 한강을 내려

오다가 이곳에서 삼각산이 보이기에 임금에게 배알(拜謁)의 예를 갖추었다는 곳이다. 날씨가 맑아 멀리

서도 삼각산(북한산)이 다 보인다.


팔당 주변 휘휘 늘어진 수양버들이 파릇하다. 복숭아꽃이 한 입 깨문 복숭아 속처럼 붉은 빛이 곱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벌나비를 부르기 위한 종족번식의 수단인데, 아직 벌나비는 그리 활발하지 않다. 

두물머리에서 보는 한강이 바다를 연상시켜 붙은 이름이 '팔당'이 되었다는 것인데, 댐으로 물길이 더

넓어져서 바다처럼 넓다. 몇 년 전 좋은 경치 찍으려다 풀섶으로 고꾸라져 안경을 잃어버린 곳이다.

팔당에서 능내까지는 가로수가 없어 한여름에 걷기는 다소 더울 것 같다. 


능내에서 다산유적지가 있는 마현마을로 들어섰다. 이 뒷길은 팔당호 물길이 넓고, 여름에는 연꽃밭이

아름다운 곳인데, 지금은 진달래가 대신하고 있다. 정자에 앉아서 강바람을 쐬었다. 다산이 드나든 

예봉산 줄기와 다산이 사랑한 열수(당시에는 한강을 한수라 불렀는데, 다산은 한수를 열수라 불렀다)가 

한 눈에 훤하다. '만 가지 움직임이 하나의 조용함만 못하다' 하였던 다산의 싯귀는 이곳이 배경이었을까?

마침 오늘이 다산이 돌아가신지 180주기 묘제가 있는 날이다.


마현마을에서 나와 능내로 다시 들어섰다. 폐역이 된 능내역은 철길에 잡초가 무성하다. 방학이면 부모님

열차를 타고 고향에 가느라 지나던 곳이었다. 막연한 꿈을 안고 몸을 실었던 열차도 세월이 가듯 가버리고,

이제 다시 이곳에 섰다. 능내에서 조안리 가는 길은 사람이 적다. 두물머리 조망을 멀리 두고 운길산역

으로 간다. 여행은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 다시 돌아가기 위한 걸음을 옮겼다.  



※ 교통편 : (갈 때) 중앙선 상봉역에서 용문행 승차, 팔당역 하차   (올 때) 운길산역 승차


    




팔당호가 보이는 풍경





뒤로 돌아보면 예봉산 줄기이다





마현마을로 들어서는 길






팔당호가 있는 마현마을 뒷편





예봉산과 팔당호가 보이는 풍경





제비꽃 / 나물타령에 이런 구절이 있다. "강남따라 제비꽃"







능내역. 열차가 지나가듯 세월도 흘러간 폐역이다




철길은 녹이 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