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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걸어서 보는 세상/동티베트

Ⅱ-13. 황하구곡제일만 / 구곡지수 첫 굽이

향곡[鄕谷] 2016. 6. 14. 16:17

 

동티베트 배낭여행 Ⅱ-13

8일째(2016.5.22)

 

황하구곡제일만(黃河九曲第一灣) / 구곡지수 첫 굽이

중국 쓰촨 성 아바티베트족, 장족자치주 루얼까이현

 

 

 

루얼까이대초원 화호(花湖)에서 오던 길로 45㎞를 되돌아가면 루얼까이성이 있고, 거기서 탕커(唐克)방향으로 69㎞를 가면 황하구곡제일만 가는 길이다. 비포장도로로 춤추듯 달려가야 한다. 길은 요철로 뒤뚱거리지만 주변은 여전히 끝없는 대초원으로 노란색 꽃들이 천지를 덮고, 야크떼들이 풀을 뜯는 풍경은 계속 이어진다. 초원의 아득한 끝이 눈 안에 다 들어온다. 초원에 살면 눈이 좋아진다는 말이 그래서일까. 에스칼레이터로 높이 올라갔다가, 해발 4천m에서 아래로 걸어 내려오면서 황하구곡 제1만을구경하는 것이다. 해질녘에 오면 절경이라 하는데 아직은 이르다.

 

황하는 중국에서 두 번째 긴 5,460㎞로 칭하이성에서 발원하여 9개 성과 지역을 거쳐 발해만으로 유입된다. 황하 물길이 스촨성으로 들어온 뒤 루얼까이대초원 탕커(唐克)에서 산을 만나 물길이 S자로 굽이쳐 대초원을 가로지른다. 황하는 흐르는 동안 물굽이가 모두 아홉 번 굽이쳐서 중국인들은 황하를 구곡지수(九曲之水)라고 부른다. 황하 첫 굽이가 이곳으로, 그래서 이름이 황하구곡제일만이다. 황하는 황토고원에서 유입된 진흙으로 황톳물이 되어 황하인데, 아직 이곳은 황톳물은 아니며 느리고도 유연하다.

 

황하(黃河)하면 당나라 시인 왕지환(王之渙)이 지은 시 등관작루(登鸛雀樓)란 시가 있다. '밝은 해는 서산에 기울고 / 황하는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 천 리 끝까지 바라보고 싶어 / 다시 한 층 더 오른다'는 시인데, 지금 이곳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날씨가 흐렸다가 내려오면서 차츰 맑아져, 그 시처럼 먼 곳을 보려 다시 오를까도 생각하였다. 시진핑이 우리 대통령에게 서예작품으로 선물하기도 하고, 자주 인용하기도 하였던 시이다. 잘 되라는 덕담의 의미로 해석한다. 

 

강으로 다가서니 목책으로 둘러놓아 강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물고기가 있나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에게 권필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너무 가난하여 남이 생선을 먹을 때 개구리를 구워 먹으면서 '황하의 잉어' 못지않다고 하였다. 그만큼 황하의 잉어는 맛있는 물고기의 대명사였던 모양이다. 중국서도 음식점에서 물고기 요리는 비싸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여행자는 시켜 먹을 엄두를 못 낸다.

 

황하구곡제일만에서 빠져나와 79㎞ 위치에 있는 홍원(紅原)으로 갔다. 거기도 해발이 3,490m인데, 사람들은 고산 적응이 되어 생기가 돌았다. 저녁은 숙소 앞 자그마한 식당으로 갔다. 술이나 안줏거리는 없어서 양해를 얻어 이웃 식당에서 날라서 먹었다. 한국인이 왔다는 소문에 맞은편 가게 사람들이 놀러 왔다. 남편과 라싸에 신혼여행 가서 찍은 사진을 자랑하며 우리말 인사를 한다. TV드라마의 영향이 크다. 음식도 괜찮고 향도 괜찮아 아예 다음 날 아침까지 그 식당에서 먹기로 하였다. 여드레만에 수염도 깎았다.

 

 

 

 

 

 

 

 

 

 

 

 

 

 

 

 

 

 

 

 

 

 

 

 

 

 

 

 

 

홍원에서 묵은 옥룡호텔(玉龍酒店)과 우리가 나흘간 탄 지프차(2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