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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걸어서 보는 세상/동티베트

Ⅱ-17. 홍원에서 청두로

향곡[鄕谷] 2016. 6. 17. 10:17

 

동티베트 배낭여행 Ⅱ-17

9일째(2016.5.23) 마지막 날

 

홍원(紅原)에서 청두(成都)로

 

 

 

홍원은 도시를 대규모로 재건설하고 있었다. 어수선한 듯하지만 활기가 있다. 전날 좋은 기억을 가진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은 후 청두로 떠났다. 홍원을 떠나자 또 대초원이 계속된다. 강물이 휘어져 흘러가는 아름다운 월량만(月亮灣)에 올랐다. 달처럼 강물이 생겼거나 달이 비쳐 밝은 곳이란 뜻이리라. 길은 다시 아름다운 대초원과 설산으로 이어졌다. 큰 고개를 넘어 야크 무리가 언덕을 넘는 모습이 초원의 마지막이었다. 길을 막아도 반가운 것이 야크 떼였다. 야크가 있으면 고원이 있고 설산이 있었다. 드디어 험악한 산길이 나타나고 고개를 넘으니 내리막이다. 

 

점심을 먹은 후 기사들 옷차림이 반팔로 바뀌었다. 점심 먹은 곳이 해발 2900m인데 이제부터는 점점 더워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기온은 차츰 올라가고, 길가에 밭이 나타나고 푸른 잎채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기사가 며칠 동안 틀었던 장족의 음악소리가 익숙해져 같이 흥얼거린다. 차 안과 밖에 장식한 오색 헝겊 '하다'가 이젠 익숙하다. 길가에 늘어선 과일 파는 행상에게서 체리를 사 먹고 또 길을 나선다.   

 

이번 점심에도 식사 주문은 고역이었다. 내용도 모르는데 이때부터 대장의 골치가 더 아팠다. 식사를 시키는 순서가 약간 짠 반찬인 소채(小菜), 찬 요리인 냉채(冷菜), 그다음엔 열채(熱菜), 마지막엔 생선요리와 탕(湯)과 주식이라는데, 내용을 알아야 말이지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장족기사들은 경험이 있으니 그들이 시킨 음식은 맛이 있었다. 나는 그중 마늘쫑에 고기를 넣어 볶은 것이 입맛에 맞았다. 한 분이 나중에 여행을 하면 본인이 음식 주문 담당하겠다고 자청하였다.

 

청두로 오다가 전국 말기 진나라시대에 건설한 민강에 있는 수리시설인 두장옌(都江堰)을 구경하기로 하였는데, 시간이 지체되어 포기하였다. 차를 청두로 몰아 저녁을 같이 하고 저녁 비행기로 귀국하였다. 여행을 하자면 공부해야 할 것이 참으로 많다. 준비하지 않는 여행이란 그 값어치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하였으니 이만한 보람을 얻은 것이다. 아직도 스꾸냥 설산과 루얼까이 대초원이 눈에 선하다.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홍원 숙소 앞

 

 

 

 

야크 조각상

 

 

 

 

 

 

월량만(해발 3,471m)

 

 

 

 

월량만

 

 

 

 

 

 

 

 

야크가 길을 막는다. 여기가 초원의 끝이다. 멀리 설산도 보인다

 

 

 

 

문천으로 다가서자 길은 다시 험해진다

 

 

 

 

국도에 있는 터널 안에는 전등이 없거나 희미하다 

 

 

 

 

강족마을

 

 

 

 

음식을 주문할 때 늘 고민한 음식메뉴이다. 아예 사진을 찍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