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작은 제주 바다 산책길
한담 해안산책로
제주시 애월읍 (2016.9.15)
옛 선인들이 여행을 할 때는 그 지역을 여행한 사람들이 작성한 유람록, 죽장(竹杖=대지팡이), 삿갓, 짚신, 지도, 종이와 벼루, 의복 등을 들고 노새를 타고 떠났겠지만, 나는 미리 정리한 노트, 지도와 물을 배낭에 넣고 카메라를 메고 자동차로 떠났다. 선인들은 여행할 때 일록(日錄)을 적고, 그것을 토대로 유록(遊錄)을 정리하였다. 나는 작은 메모장과 카메라로 본 것을 기록하고, PC로 정리한다. 선인들은 유록을 기초로 그림을 그리거나 화가에게 부탁하여 화첩을 엮는다면, 나는 개인 홈페이지에 찍은 사진을 올린다.
제주에는 걸을 길이 많다. 산길이 있고, 올레가 있고, 오름이 있고, 탐방로가 있다. 목적으로 치면 대부분 쉬어가는 길이다. 한담 해안산책로는 해안길을 따라가며 천천히 걸어가는 길이다.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서 걷듯 걸으면 어울리지 않는다. 거리도 1.2㎞로 짧으니 더욱 그렇다. 걷는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걷는 자세에 따라 무아지경이 되고 자유로울 수 있다. 느림은 충만하게 하고 자연의 리듬에 맞추는 일이다. 철썩철썩 파도소리를 들으며 기이한 바위와 길가에 핀 꽃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꽃이나 바위 앞에 붙인 설명문의 표현이 절묘하여 이 바다를 더 아름답게 한다.
애월교 입구에서 애월 방향으로 진입한 후에 한담동 표지를 지나면 바닷길이 나타난다. 날이 흐려서인지 바다 냄새가 물컹난다. 파도는 잔잔하고 물은 초록빛이다. 길을 길게 다니던 사람에게는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는 짧은 길이다. 그러니 느리게 천천히 걸어야 하는 곳이다. 조금만 가면 곽지해수욕장에 닿는다. 곽지해수욕장 가까이 정자에는 노부부가 상을 펴 놓고 앉아 있었다. 서울에 살다가 딸이 시집온 제주로 올해 내려왔다는데, 매일 이곳에 놀러 온단다. 남자는 말없이 낚싯대를 들고일어나서 갯가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바다에 낚싯대를 넣는다. 이내 초록물빛 사이로 하얀 한치가 낚싯줄에 걸려서 올라온다. 한가롭다.
하마바위
치소기암. 솔개가 눈을 부릅뜨고 하늘로 막 날아오르려는 모습이란 뜻이라 한다
참으아리
결혼하여 애월읍에 사는 배우 이효리가 찾아오는 방문객 때문에 이사를 갔다는데, 돌아오라고 적은 애교 섞인 글이다
곽지해수욕장
남자는 말없이 바닷가로 나가 한치를 낚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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