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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장터

해남장 / 땅끝 장터

향곡[鄕谷] 2016. 11. 15. 16:31

 

 

땅끝 장터

해남장 / 전남 해남군 해남읍 (2016.11.1)

해남 장날 : 1일, 6일

 

 

 

육지의 땅끝 해남 장날이다. 장날은 삶의 터요 사람들이 숨 쉬는 공간이다. 누구한테는 기다림이요, 누구한테는 삶의 활기다. 서울에서 첫차를 타고 가서 점심 무렵에 도착하였다. 조금씩 거두는 분위기는 났지만 아직은 이른 시간이다. 가을 수확이 끝나가고 있는 철이라 남도음식 재료가 온 장에 가득하다. 감귤과 감은 장바닥을 노랗게 하고, 배추와 생강 잎은 푸르다. 장바구니에 담긴 생선들도 금방 들어온 싱싱하다.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하고 상인들은 손님들을 부르느라 장날 분위기가 난다.

 

어릴 제 어머니가 장에 가실 때는 꼭 한복을 입고 나가셨다. 그때는 어머니만이 아니고 그 고장 어머니들이 다 그랬다. 장에 나가 먹을 거며 땔감을 사 오셨다. 장사들이 곡식이며 땔감을 이거나 지고 집까지 날라주었을 때였다. 그러면 옆에 있던 장사들이 그 짐을 봐주었다. 이웃에 사는 사람들끼리 장보기를 서로 부탁하기도 하였다. 장에서 맛있는 음식은 사다가 나누어 먹었다.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인정이 절로 생겼다. 

 

두어 군데 돌아보고 어둑해져 장터로 다시 갔더니, 시장은 휑하고 친구 어머니는 남아서 팔지 못한 것을 거두고 계셨다. 늘 마지막까지 장을 지킨다고 한다. 그래도 친구가 귀농하여 생산한 것을 어머니가 장날 팔아서 도움을 준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든 중반을 넘으신 연세에 건강하신 비결이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짓는 농사 터는 넓었다. 흙은 아는 만큼 베푼다는데, 수시로 보내오는 농사일기를 보면 쉽지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그것을 즐겁게 받아들이니 고마운 일이다.

 

다음 날 이곳에서 이름난 해창주조장으로 갔다. 전라도에서는 양조장보다 주조장이란 이름을 쓰고 있다. 현재 주인이 인수하여 정원이 아름다운 양조장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대부분 막걸리 발효기간이 5일이라는데 보름 이상 발효시켜 낸다고 한다. 6도, 9도 짜리도 있지만 12도짜리 막걸리는 깊은 누룩 맛이 난다. 일본에 누룩을 전하여서 주신(酒神)이 된 백제 사람 수수보리를 위해 정원에 비를 세워 놓았다. 여유가 있으니 술맛이 다르다. 이태백이 말하길, '술 석 잔이면 도에 이르고, 한 말이면 자연과 하나 된다' 하였는데, 석 잔을 못하겠는가. 사람이 나이를 먹으며 아름다워지는 방법은 행복한 기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 한다. 이렇게 떠나는 것은 이미 행복한 일이다. 

 

 

※ 해남 5일장 교통편 : 해남 버스터미널에서 2㎞여서 걸어가도 되는 거리.

 

※ 해창주조장 : 전남 해남군 화산면 해창길 1. T 061-532-5152. 해남군청에서 땅끝마을로 가는 길 삼화 교차로에서 오른쪽 고천암 방조제 방면 가다가 길 왼쪽에 있다. 

 

 

 

 

 

 

 

 

 

 

 

 

 

 

 

 

 

 

 

 

 

 

 

 

 

 

 

해창주조장 옹기

 

 

 

 

 

 

양철 외벽 곡식창고 / 해창주조장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