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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장터

정선장 / 정선아리랑시장

향곡[鄕谷] 2017. 3. 19. 11:28

 

 

정선장 / 정선아리랑시장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2017.3.17)

정선 장날 : 2일, 7일

 

 

 

시장에서 시(市)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고, (場)은 상인들이 모여서 물건을 거래하는 곳으로 뒤로 물러나 있는 곳이란 의미다. 도시 상설시장인 재래(在來) 시장도 원래부터 있어왔다는 뜻이지만, 실은 1897년부터 생겼다. 상업공간이 필요하여 대로변에 임시로 만든 가가(假家)가 가게로 변한 말이다. 대로변에 세운 가가는 왕이 지나가면 헐었다가 다시 지어야 했으니 가가(假家)다. 5일장은 가가와 재래시장이 생기기 전부터 생긴 장이다. 정선시장은 1966년 정기시장으로 처음 개장하였는데, 장날과 주말에 5일장 관광열차까지 다니는 이름난 장터가 되었다. 

 

동서울에서 아침 일찍 떠나는 버스를 타고 정선으로 갔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새말을 빠져나와 안흥, 방림, 평창을 지나는 동안 문재(800m)와 여우재(640m)를 넘어 몇 고개를 넘어서 간다. 정선은 아리랑의 고장인데 굽이굽이 가야 제맛이다. 안흥에서 어떤 노인이 버스에 오르며, 양지 볕에 서 있었는데 버스가 오는 것도 몰랐다며 강원도 말씨로 "정선 가는 라고 앞에 써 붙여 놨어요?"라고 정감 있게 물어본다. 버스 기사가 "서울부터 붙여 놨여요" 그런다. 버스 안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정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5일 장터까지는 1.6㎞로 가까운 거리다. 장터는 조양강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금방 눈에 들어온다. 어떤 아주머니에게 물건을 사면서 물어보았더니, 정선에서 산 지 각각 21년, 30년 되었다 한다. 21년 된 분은 이곳에 놀러 왔다가 눌러앉았다고 하였다. 좌판에서 파는 할머니들까지 모두 이름을 적은 표찰을 목에 걸고 있었다. 중국산 등 엉터리 물건을 방지하고, 상인들을 보호를 위해 런다는 것이다. 물건이나 사람이나 가게를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5일장 안내를 맡고 있는 정선에 시집온 일본 여인은 살아보니 정선이 너무 좋다고 하였다. 터를 잡은 곳이 좋다면 행복한 삶이다.

 

장에는 정선장에 어울리지 않는 물건은 거의 없다. 약초가 특히 많다. 나물을 삶아 놓고 맛보고 가라는 곳도 특이하다. 그 맛을 다 모른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이 어디 있었던가? 어쭙잖게 알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몇 가지 장보기를 하였다. 곡식을 두어 가지 사고, 겨울을 넘긴 뿌리는 인삼보다 명약이라는 냉이와 오래 묵은 것은 산삼에 버금간다는 더덕 등을 샀다. 음식점에 들러서 모둠전을 시켜 막걸리 한 잔 하면서 콧등치기와 곤드레밥을 시켰다. 메밀칼국수를 콧등치기라 하는데, 먹을 때 면발이 콧등을 친다고 붙은 이름이다. 

 

곤드레밥은 정선 부근에서 봄철 춘궁기에 먹던 음식인데, 정선아리랑에도 나온다. '한치 뒷산의 곤드레 딱죽이 임의 맛만 같다면 /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야지'하는 가사다. 정선아리랑에는 '물레방아는 물살을 안고 도는데 / 우리 집 서방은 날 안고 돌 줄 왜 몰라'라고 하는 가사도 있다. 임을 기리던 만큼 사랑은 부족하였던 것이다. 예나 이제나 사랑과 배려가 필요한 세상이다.

 

 

교통편 :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 행 버스 이용

                정선 버스터미널에서 정선 5일 장터까지는 1.6㎞로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다.

                버스 왕복표는 예매하지 않고 있다. 정선에 도착하여 구매하여야 한다.

 

 

 

 

 

정선은 나물 시장이요 약초시장이다. 시장에 나물과 약초가 가득하다

 

 

 

갖은 약초가 많다. 집집마다 약초차를 한 잔씩 하고 가라고 한다

 

 

 

 

 

봄나물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오른쪽은 민들레이다

 

 

 

 상황버섯

 

 

 

곤드레나물을 보기 좋게 포장하였다

 

 

 

 

 

 

엿이 수북이 쌓여 있다. 장날에 엿이 빠질 수 없다.

 

 

 

꼬리겨우살이. 겨우살이나무가 많이 나와 있다.

 

 

 

5일장 안내. 시집와서 정선에 사는 일본 출신 관광안내인(왼쪽)도 있다. 살아보니 정선이 너무 좋단다

 

 

 

쌀눈도 팔고 있다. 히얀하지 쌀눈을 어떻게 파냈을까? 물었더니 기계로 다 판다고 하였다.

 

 

 

동강할미꽃. 보호식물 아닌가? 팔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앙증맞은 씨앗용 옥수수

 

 

 

오래 묵은 것은 산삼에 버금간다는 더덕이다

 

 

 

 

장터에서 군것질로 찐빵 만한 것이 없다 

 

 

 

 모둠전 작은 것을 시켰더니 메밀 전, 메밀전병, 장떡, 수수부꾸미가 한 쟁반이다

 

 

 

 

 

 터미널과 장터 사이에 정선에서 가장 오래된 고옥(상유재. 桑惟齋)이 있어 솔차 한 잔 마시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