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약 - 아까징끼
- 머큐로크롬, 포비돈 요오드를 부르는 이름
빨간약 / 포비돈요오드
약상자를 정리하다가 빨간약이 나왔다. 옛날에 아까징끼라고 어른들이 부르던 소독제이다. 일제강점기에 살았던 어른들이 그렇게 부르고 우리도 따라 불렀다. 사전을 찾아보았다. 빨간약은 사전에 없고, 빨간약인 머큐로크롬은 있었다. 피부 점막 소독제라 나와 있다. 풀이나 칼에 베이거나, 압핀에 찔리거나, 넘어져서 손이나 얼굴이 긁히거나, 개에게 물려도 빨간약을 발랐다. 심지어 배가 아파도 바르기도 했다는 얘기도 있다.
예전에 옥도정기란 것이 있었다. 요오드팅크의 일본말이다. 옥도(沃度)는 요오드(Iodine)이고, 정기(丁幾)는 팅크(Tincture)의 일본말이다. 요오드를 알코올에 녹여 만든 소독약이다. 요오드팅크를 바르면 노란색이 났다. 요오드팅크를 개선해서 나온 소독제가 머큐로크롬이다. 머큐리(mercury)와 브롬(bromine)의 합성어인데, 이것이 아까징끼이다. 아까가 일본말로 빨강이고 징끼는 요오드이니 빨강 요오드란 뜻인데, 요오드 딩크보다 덜 쓰리고 효과는 나았다. 실제로는 머큐리가 수은이고, 브롬은 산화제이니 수은 산화제가 맞는데 요오드를 생략한 모양이다. 수은으로 만들어 인체에 유해하다 하여 생산을 금지하고 대신 포비돈 요오드가 나왔다. 요오드와 폴리비닐 피롤리돈을 배합한 소독제라는데, 이것도 빨간색이라 빨간약의 이름을 이어받아 지금은 포비돈 요오드가 빨간약이다. 그러나 이 말은 국어사전에 없다.
그러나 이 빨간약도 이젠 보기 힘들어졌다. 상처에 딱지가 나지 않는 연고가 나왔으니 말이다. 더구나 빨간약은 몸에 바르면 색깔이 오래 남았다. 우리가 흔히 바르던 이 약은 보기가 더 드물게 되었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은 가끔 치워버리는데, 유효기간을 적지를 않았으니 남아 있었다. 이 약을 약상자에 다시 넣었다. 다시 쓸 일이 없겠지만 세월 따라 사라지는 것이어서 아쉬워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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