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모기 퇴치 식물
여름에 잠을 자다가 모기 한 마리가 앵~ 하고 소리를 내면 불을 켜고 그 모기를 잡을 때까지 잠을 못 잔다. 모기 수놈은 주로 풀즙을 먹고, 암놈은 알을 낳기 위해 단백질 보충용으로 동물 피 중에서 새의 피가 주식인데 사람 피도 그 대상이다. 모기는 살갗 얇은 곳을 골라 침을 바르고 그곳에 주둥이를 꽂으면 진통도 되고 피도 안 멎으며 모세혈관에서는 피가 빠져나온다. 주둥이도 뾰족하여 통증도 모른다. 그래서 일본 의료기 회사에서는 모기 주둥이를 본뜬 무통주사기를 개발하였다. 물린 자리는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백혈구가 달려들어 빨갛게 부어오른다. 약이 없어 침을 바르는데 이것이 약보다 나았다.
대학 다닐 때 방학이 되어 시골에 있는 친구 집에 갔다. 모기장을 치고 잠을 잤는데, 같이 간 친구가 모기장 밖으로 발을 내놓았다가 모기에게 헌혈을 많이 하여 온 다리가 벌겋게 되었다. 학교 운동장을 몇 바퀴 돈 후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다리를 내놓고 잠을 잤으니 모기가 달려든 것이다. 모기는 피 냄새를 맡고 오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의 이산화탄소, 체취, 체온과 땀 냄새를 맡고 온다. 모기는 공기 중에 미세한 진동에도 예민하게 움직인다. 더우면 방에 들어온 모기는 천정에 붙는다. 그래서 모기향을 책꽂이 위에 놓거나 모깃불을 피우면 싫어하거나 헷갈려 날아간다.
아이들과 북한산으로 놀러갔다가 숲모기에 뜯겨서 쉬지도 못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모기는 뇌염모기, 학질모기, 숲모기가 있다. 모기가 새의 피를 빨든가 하여 모기의 침샘이 바이러스에 증식된 뒤 사람을 물면 균이 사람에게 전파된다. 학질모기에서 '학질'이 말라리아이다. 말라리아는 'mal'aria'에서 온 말로 'mal'은 '아래'란 뜻이고 'aria'는 땅이니, 땅 아래는 땅 보다 낮은 곳이어서 물이 괸 곳이라, 말라리아모기 즉 학질모기가 사는 곳이다. 학질모기는 기나수에서 뽑은 키니네로 치료하였다. 병이 생기면 그곳에는 그것을 치료하는 식물이 있으니 히얀한 일이다.
모기가 달려들지 않게 하려면 모깃불을 피워서 쫓았는데, 실내에서나 산에 걸어 다니며 모깃불을 피울 수도 없는 일이다. 요즈음엔 모기기피제를 뿌리고 다니기도 한다. 집에서는 계피나무 삶은 물을 오랫동안 두었다가 물을 희석하여 뿌리기도 한다. 쓰고 난 계피는 말려 창가에 두기도 했다. 선배 집에 놀러 갔더니 집 곳곳에 구문초를 심은 화분을 놔두었다. 로즈제라늄이란 허브식물이 한자로 구문초(驅蚊草)이다. 말 그대로 '모기를 몰아내는 풀'이다. 장미와 레몬을 섞은 듯한 향내가 나서 모기를 쫓는 것인데, 온도가 높아질수록 향이 더 나고, 퇴치 효과가 약을 뿌리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 대학연구팀에서는 개박하와 개다래 잎이 모기기피제를 뿌리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고 발표하였다. 잎을 따다가 문질러 옷이나 모자에 넣으면 모기를 막는 예방효과가 있다. 실제로 그 두 가지가 아니더라도 향이 나는 잎을 따서 그렇게 하고 다녔더니 모기가 덜 달려들었다. 모기에 이미 물렸다면 40도 이상 되는 따뜻한 물에 물린 부위를 담그면 가려움이 사라지고 가려운 곳도 사그라든다. 옷도 빨강이나 깜장 옷이 모기가 더 잘 달려들고, 흰색이나 초록색 옷이 낫다니 참고할 만하다.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면 자주 씻어야 한다. 산에 다니는 분들은 향이 나는 잎을 쓱쓱 문질러 품고 다니는 것이 귀에 솔깃 들어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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