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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오솔길로 걷는 봄

향곡[鄕谷] 2023. 3. 31. 15:53

 

남한산성 21

 

남한산성 오솔길로 걷는 봄

 

남위례역 - 옥천약수터 - 웃논골 - 위례계곡 - 수어장대 암문 - 연주봉 암문 - 쌍바위 약수터 - 성불사 - 마천역

이동거리 9.9㎞. 이동시간 3:35. 휴식시간 1:53. 계 5:28 (2023.3.30. 맑음. 6.4~21.2℃)

 

 

 

 

 

남한산성에 오솔길이 있다. 오솔길은 빙 둘러가는 두름길이다. 굽어서 휘돌아가는 후밋길이 많아 정겹다. 며칠 사이에 나무마다 싹이 제법 올라왔다. 봄은 어원이 '볻'에서 '볼'로 다시 접미사 '-옴'이 붙어, 볼옴〉보옴〉봄으로 변한 말로 태양의 뜻을 지니고 있다. 한자로 봄(春)은 볕에 의해 풀이 나는 모양이다. 볕을 받아 초목에 싹이 나는 계절이 봄이다. 파릇파릇 연둣빛에, 진달래 분홍빛도 아름답다. 춘분을 열흘이나 지나 산길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우리 정서에 딱 맞는 진달래는 키 큰 나무들 사이에서 띄엄띄엄 서서 핀 꽃이 아름답다. 

 

남한산성 올라가는 길 웃논골에는 귀룽나무가 많다. 귀룽나무는 줄기가 아홉 마리 용이 꿈틀거리는 모양이라 붙은 이름인데, 오히려 가지가 어지러이 휘어져 용과 같다. 큰 귀룽나무 가지 사이를 지나면 비밀의 정원에 들어서는 들꽃 자리이다. 가을이면 꽃향유와 개미취가 차지한다. 귀룽나무를 지나면 이태리포플러가 있고, 거기를 지나면 위례계곡이다. 작년에 물이 휩쓸고 지나간 생채기가 여전하다. 풀섶에 있던 까투리가 놀라 후다닥 날아간다. 시름의 보리고개는 지나간 듯 하지만 꿩이 먹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계절이다. 

 

수어장대 암문으로 남한산성 안을 잠시 들렀다가 베틀에 북 드나들 듯 연주봉 암문으로 다시 나왔다. 성 밖으로 나오니 다시 꽃나무이다. 봄꽃이 우르르 한꺼번에 피었다. 봄이 빨라져서 그런 것인지 몰아서 오는 것인지 동네방네 분주한 세상이다. 생강나무는 꽃빛이 벌써 옅어지고 향기도 약해졌다. 빨리 핀 꽃은 빨리 지는 것이 순서이긴 하다. 나무를 쳐다보니 가지마다 봄물이 올랐다. 수목이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는 계절이다. 산이 봄빛으로 아름답다. 봄은 어디에서나 아름답다.           

 

 

 

 

 

 

 

 

 

 

 

 

 

 

 

 

귀룽나무

 

 

진달래

 

 

 

 

제비꽃과 세잎양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