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 5
천마산(天魔山. 810.2m)
꽃 지고 나면 잎을 본다
경기도 남양주시
천마산 입구 - 수진사 - 관음봉 갈림길 - 호평동길 - 돌핀샘 - 천마산 - 돌핀샘 - 호평동길 - 천마산 입구
이동거리 8.7㎞. 이동시간 4:17. 휴식시간 1:03. 계 5:20 (2023.5.22. 맑음. 15.9~26.8℃)
천마산은 마석 부근을 지나다가 보면 마치고개 북쪽으로 우뚝 솟은 산이다. 남양주 부근에서는 가장 높고, 앉음새도 넓다. 천마산은 들꽃의 산이다. 겨울을 나고 가장 먼저 깨어나는 것이 들꽃이다. 생태계의 먹이사슬 역순으로 겨울잠을 깬다. 식물 중에서도 가장 여린 꽃들이 가장 먼저 나온다. 그래야 방해를 덜 받고 후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천마산은 그런 들꽃이 많다. 돌핀샘을 정점으로 천마산계곡과 호평동길이 그런 길이다.
오늘은 평내호평역에서 버스를 타고 천마산 입구로 갔다. 수진사 쪽으로 올랐다. 온산을 정원으로 만들고 있었다. 개인이 꾸미는 정원인 것 같은데, 나무를 베어낸 넓은 곳에 산길을 내고 영산홍을 심고 조각품을 갖다 놓은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다. 언제까지 그렇게 관리하겠는가. 그곳 정원을 지나 산길에 올라서면 용틀임바위도 있고, 웃는 바위도 있다. 자연은 자연스럽게 두는 것이 좋다.
4월에 앞다투어 피던 들꽃은 다 지고, 5월 하순에 피는 들꽃은 적다. 꽃이 진 꽃자리를 두리번거린다. 꽃 지고 나면 잎을 본다. 노루귀는 귀를 쫑긋 세운 잎이 지천으로 퍼져 있고, '바람난 여인' 얼레지는 찾을 수도 없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풀잎 사이로 감자난초가 서너 포기가 있다. 4월 초에 보았던 처녀치마는 꽃대야 없어진 것이지만 잎갈이를 하여 길쭉한 새 잎을 내밀었다. 씨방을 올린 피나물은 잎맥을 그물처럼 펼쳤다. 말발도리와 물참대는 꽃과 잎이 비슷하다. 말발도리가 꽃 안쪽이 진노랑이고 잎에 털이 있는데 비해, 물참대는 잎 안쪽이 연노랑이고 잎이 매끈한 것이 차이 이다.
담쟁이덩굴이 바위를 타고 기어 오른 모습이 특이하다. 바닥에 있을 때는 제 성질을 숨기고 있다가 일단 살아야 하니 잎을 피울 생각을 않고 바위 끄트머리에 올라서기를 하였다. 한번 발을 붙이면 열악한 조건에도 좀처럼 죽지 않는다. 이름이 '담에 붙어 있는 녀석'이 아닌가. 다래가 다른 나무를 감고 피해를 주는데 비해 담쟁이덩굴은 다른 것에 붙어 살지라도 그런 폐는 끼치지 않는다.
뒤풀이를 하는 동안 비가 내렸다. 식당과 붙어 있는 도로에는 비를 뿌리는데, 식당 있는 곳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 지나가는 비가 그렇게 나눠 오는 것을 멀리서 보기는 했지만, 지척에서 그런 모습을 보니 희한한 일이다. 한참을 그러기에 비를 맞지 않고 버스 정류장에 갔더니 그제야 거기에도 비가 들어온다. 비를 맞지 않고 집에 가도록 천마산 산신령이 살펴준 모양이다.
※ 교통편
(갈 때) 평내호평역 2번 출구 왼쪽(철로 굴다리 아래)에서 165번 천마산 입구 방향(하행) 이용 종점(천마산 입구) 하차
(올 때) 천마산 입구에서 165번 버스 청량리 방향(상행) 이용 평내호평역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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