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자연 19
어정칠월 동동팔월
계절은 바람처럼 지나간다
'어정칠월 동동팔월'은 절후와 관련한 우리말 속담이다. 농가에서 칠월은 하는 일 없이 어정거리다가 가고, 8월은 바빠서 동동거린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농사짓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계절이 바뀌면 이런 말이 생각난다. 동동팔월은 '건들팔월'이라고도 하는데, 정신없이 일하다가 보면 건들바람처럼 지나간다는 뜻이다. 건들바람은 초가을에 불어오는 서늘하고 부드러운 바람이다. 계절은 그렇게 바람처럼 지나간다.
세월의 흐름을 재기 위해서 음력을 썼다면, 양력으로 쓰는 24 절기는 계절의 흐름을 알 수 있다. 24 절기는 날씨와 계절을 알고 농사를 짓는데 유용한 수단이다. 절기는 양력으로 매월 상순 중간과 하순 중간에 하루씩 있다. 7월은 소서(小暑. 7.6), 대서(大暑. 7.22)가 있다. 서(暑)는 덥다는 것인데, 대서 앞뒤로 초복과 중복이 자리 잡고 있다. 8월은 입추(立秋. 8.7)와 처서(處暑. 8.22)가 돌아온다. 처서는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기도 하지만 아직 더위가 남아 있다는 말이다. 대체로 그 사이에 말복이 있다. 그러니 8월이 지나야 여름이 가는 것이다. 처서가 지나면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백로(白露. 9.7)다. 그다음에 추석이 있고 추분(秋分. 9.22)이 돌아온다.
소서小暑)는 더위가 시작된다는 시기다. 요즈음 같으면 모내기가 벌써 끝났을 시기인데, 예전에는 소서가 모내기 막바지였다. 그래서 '소서가 넘으면 새각시도 모를 심는다'. '소서 모는 지나가는 행인도 달려든다'. '7월 늦모는 원님도 말에서 내려 심어주고 간다'라고 했다. 소서는 모내기 마지막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달려들었다. 입추(立秋)는 벼가 한창 자라는 시기다. 그래서 '입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라고 한다. 더운 때라 벼가 잘 자라는 시기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처서(處暑)는 이삭이 나는 시기다. '처서에 장 벼 패듯'이란 말이 있듯 하루 이틀에 벼가 한꺼번에 패듯 무지 자란다. 그래서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 감한다'는 말이 있다. 그때 오는 비는 반갑지 않다. 백로(白露)에 들녘에 이삭이 나지 않으면 그해 벼 수확이 힘들다. 음력 8월인 9월은 수확의 달로 바쁜 달이다. 8월 한가위가 되면 추수를 앞둔 때이다. 모두가 바쁘다. 너무 바빠서 강아지라도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동동팔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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