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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향곡[鄕谷] 2024. 8. 21. 13:04

 

말속에 자연 18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이끼도 숲을 풍성하게 한다

 

 

이끼는 깊은 산속 습한 곳에서 자란다. 산속 나무나 바위에서 이끼를 볼 수 있다. 이끼 낀 길도 있고  이끼 낀 비석도 있고 산소도 있다. 그래서 시(詩)에서 표현하는 이끼는 태곳적 적막이나 세월의 무상함을 나타낸다. 오래된 숲의 틈을 이끼는 놓치지 않는다. 이끼 낀 돌은 유구하고 적막하다. 조지훈의 글 '석문'에서 석문난간 열 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가 그렇고, 이육사의 글 '자야곡(子夜曲)'에서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가 그것이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란 속담이 있다. 부지런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침체되지 않고 발전한다는 말이다. 이때 이끼는 정체된 상태이고 나쁜 이미지가 있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실력이 녹슬지 않아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니, 결과는 좋은 의미로 쓰려고 하였다지만 말이다. 

 

이끼는 햇빛이나 영양분이 필요한 다른 식물과 다르게 공기 중에 수분을 이용해서 자란다. 이끼가 자라는 곳은 깨끗하고, 터가 좋은 곳이다. 이끼는 포자가 자기 키 보다 더 높다. 이끼포자는 달팽이에 묻혀서 옮겨가고 청설모 털에도 묻어 이동한다. 많은 곤충들은 이끼 안에 산란하고 애벌레를 키우고, 이끼에 몸을 적셔서 몸을 마르지 않게 한다. 고사리는 이끼층 아래 뿌리를 내려 이끼에서 씻겨 나온 영양분과 부스러기를 먹고 자란다.

 

이끼는 다른 생물에 해를 끼친 일이 없다. 잘못한 일이 없으니 억울하다. 어느 시인이 이끼를 두고 '빛으로만 발돋움하는 나무들 발치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웃으면 그뿐'이라 하였다. 숲은 나무와 풀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끼도 숲을 풍성하게 한다. 

 

 

 

이끼 / 포천 치유의숲 (경기도 포천. 2019.11.12)

 

 

이끼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1.4.5)

 

 

솔이끼와 포자 / 강원도 인제 미천골계곡 (2018.10.17)

 

 

이끼 / 가리왕산 (2005.6.11)

 

 

이끼 / 귀목봉 장재울계곡 (경기도 가평. 2005.7.16)

 

 

이끼 / 육백산 이끼폭포 (강원도 삼척. 2009.7.4)



이끼 / 백운봉 (경기도 양평. 2008.8.23)

 

 

피나무에 이끼 / 방태산 (강원도 인제. 2018.10.4)

 

 

이끼 / 화야산계곡 (경기도 가평. 2014.8.23)

 

 

이끼 낀 바위 / 설악산 한계령 (2023.9.13)

 

이끼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4.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