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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장(靑藜杖) / 장수 노인에게 드리는 명아주 지팡이

향곡[鄕谷] 2024. 8. 20. 10:52

말속에 자연 17

 

청려장(靑藜杖)

장수 노인에게 드리는 명아주 지팡이

 

 

 

지팡이는 노인이 주로 짚어 노인의 상징이다. 노인이 가지고 다니는 지팡이는 연륜과 비교되어 지혜를 상징하며 존경과 권위의 상징이다. 장수한 노인 또는 장수를 빌며 노인에게 드리는 지팡이가 청려장(靑藜杖)이다.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인데, 청(靑)은 잎이 푸르러 청인데 장수를 나타낸다. 려(藜)는 명아주이고, 장(杖)은 지팡이이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 '모귀(暮歸)'에 '내일도 명아주 지팡이 짚고 구름을 바라보겠네'란 글이 있고, 통일신라시대에 김유신이 문무왕으로부터 청려장을 받은 기록이 있는 걸 보면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는 오래되었다. 퇴계의 청려장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청려장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예기(禮記)〉에 '50세가 되면 가정에서 지팡이를 짚고, 60세가 되면 고장에서 짚으며, 70세가 되면 나라 안에서, 80세가 되면 조정에서도 지팡이를 짚을 수 있다'라고 했다. 청려장을 만들어 드라는 것은 효자의 본보기가 되었다. 지팡이는 본인이 만들어 짚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 나이가 되면 지팡이를 해드린다. 정부에서는 매년 노인의 날에 100세가 된 노인들에게 청려장을 드린다. 장수를 축하하고 헌신한 생애에 대한 경의의 의미가 있다.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안동을 방문했을 때 청려장을 선물하였다. 청려장은 아니지만 배롱나무가 가볍기에 다듬어서 아흔이 넘은 이웃 할머니께 선물해 드린 적이 있었다. 참으로 좋아하셨다.  

 

명아주는 명화+재에서 명아주로 바뀌었다. 명화는 밝은 회색빛이라는 명회(明灰)에서 유래하였고, 재는 재(灰)이다. 식물에 회색이 돌거나 재를 만들어 약용한 것과 관련 있는 이름으로 추정한다. 명아주 중에는 잎에 회색빛이 도는 흰명아주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도토라지'라 했는데, 도토라지는 '명회' 보다 오래된 말이고 친근한 우리말이다. 조선초기 두시언해에서 두보의 청려장을 번역하며 '도토랏 막대'라 했다. 명아주의 줄기(대)는 가볍고 단단해서 지팡이로 제격이다. 지팡이는 몸도 의지하지만 곤충이나 미물이 밟힐까 봐 인기척을 알리는 역할이 있다. 

 

명아주는 이른 봄에 자라서 늦은 가을에 고사하는 한해살이풀이다. 농약이 없는 비옥한 땅이 좋다. 거름더미 부근이 그런 땅이다. 사람을 따라다니는 터주식물군이 명아주이다. 건조한 곳이면서 퇴비가 많은 밭이 명아주가 살기에 좋다. 경쟁이 심하고 환경이 맞지 않으면 키가 잘 자라지 않아 한 뼘도 안된다. 겨울이 오기 전에 명아주 줄기를 거두어서 곁가지를 없애고 그늘에 말리면 훌륭한 지팡이가 된다. 솥에 쪄서 껍질을 벗기고 말리기도 한다. 시중에 내놓는 청려장은 깎고 다듬어 손질을 더 거친 지팡이이다. 

 

명아주는 역사시대 이전부터 이용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임진왜란 전에 명아주는 밭에서 키운 채소였다. 단백질이 풍부하여 식량으로 손색이 없었다. 잎은 삼각형에 가깝다. 어릴 때는 중심부에 붉은빛이 돌고 가장자리는 물결모양 톱니가 있다. 꽃은 황록색으로 핀다. 5월에 어린잎은 나물로 먹는데 독성이 약간 있어 데쳐서 물에 헹궈 양념을 해서 먹는다. 명아주잎 하얀 가루는 질소를 함유하고 있고, 흰 가루가 피부병을 일으키므로 생즙을 많이 먹으면 곤란하다. 벌레에 물려 가려울 때 명아주 잎을 환부에 문질러 주거나 찧어서 붙이면 된다. 잿가루는 약이었고, 줄기는 지팡이로 썼던 귀중한 식물자원이다. 쇠약한 몸을 기대게 하고 우리를 위해 헌신한 풀이다. 

 

 

 

퇴계 청려장 / 도산서원 (경북 안동. 2015.10.15)

 

 

청려장

 

 

명아주 밭 / 양평 물소리길 (2019.6.4)

 

 

명아주 / 청경기도 성남 ( 2020.4.11)

 

 

명아주 / 경기도 양평군 용문 (2020.5.28)

 

 

명아주 / 한강 잠실지구 (2018.6.27)

 

 

명아주 / 한강 잠실지구 (2018.6.27)

 

 

명아주 / 경기도 파주 (2019.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