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죽서루(竹西樓) 2
자연주의로 건축한 관동제일루
강원도 삼척시 성내동 (2024.9.17)
삼척 죽서루는 오십천 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오십천(五十川)은 삼척과 영덕에 각기 있다. 모두 물굽이를 쉰여 번 치어 흘러가는 점이 같다. 삼척 오십천은 삼척시 도계읍 백병산(白屛山. 1259m)에서 발원하여 북동쪽으로 흘러 동해로 흐르는 하천이다. 동국여지승람에 '오십천은 삼척도호부에서 물의 근원까지 47천(川)을 건너야 하므로 대충 헤아려서 오십천이라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오십천은 카르스트 지형이 발달하여 환선굴, 대이리 동굴지대 등 많은 석회암 동굴이 있다. 연어의 회귀천으로도 유명하다. 오십천 끄트머리 거의 다 내려와서 죽서루가 있다.
죽서루는 관동팔경 중 제일 크고 가장 오래된 누정이다. 고려시대에 삼척도호부 객사(客舍)의 부속건물로 건축하였다. 죽림(竹林) 서쪽에 있고 죽림에 죽장사란 절이 있어 죽서(竹西)인데, 이름난 기생 죽죽선(竹竹仙)이 사는 곳 서쪽이라 죽서(竹西)라는 얘기도 있다. 관동팔경 중 유일하게 바다를 벗어나 내륙에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오십천 풍경이 좋다는 말도 된다. 죽서루는 오십천 절벽에 바짝 붙어 있어서 앞모습은 내(川) 건너편에 가야 볼 수 있다. 죽서루에 다가서 보면 정자 기둥은 길이가 다르다. 모두 17개인데 바위 위에 세운 것도 있고 다듬은 주춧돌 위에 세운 것도 있다. 누대에 올라가면 기둥은 20개로 늘어난다. 기둥 사이 배열도 일정하지 않다. 양측면의 칸수를 보면 대나무숲이 있는 용문바위 쪽은 2칸인데, 반대편은 3칸이다. 난간의 형태도 다르다. 옆은 평(平)난간인데, 앞뒤는 닭발모양으로 꾸부정하게 내민 계자(鷄子)난간이다.
건축양식도 주심포(柱心包) 양식과 익공(翼工) 양식이 섞여 있다. 지붕의 무게를 이기고 장식을 위해 기둥머리에 짜 올린 구조를 공포(栱包)라 하는데, 공포를 기둥 위에만 놓는 것이 주심포이고, 익공은 기둥에 날개처럼 끼워 넣는 방식이다. 천장도 우물 정(井) 자처럼 귀틀을 짜고 판자를 맞추는 우물천장이 있고, 서까래가 드러나도록 하는 연등(椽燈)천장이 있다. 처음부터 의도했거나 증축하면서 그렇게 되었든 자연스러운 건축 양식으로 어우러졌다. 절벽 위에 자연 암반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자연주의로 건축한 관동팔경 제일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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