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올해의 나무'
2024년 '올해의 나무'로 뽑은 나무는 설악산에서 본 나무와 한 해 동안 찾은 천연기념물 나무에서 가려 뽑았다. 설악산은 이번에는 6월에 갔지만 계절별로 볼 수 있는 종류가 많다. 다른 계절에 다른 산길로 찾아갈 의욕을 생기게 한다. 올해 설악산에서는 개회나무 종류를 비교할 수 있었고, 여러 종류 식물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천연기념물 나무는 울진, 삼척, 예천, 문경, 서울, 원주, 양평, 안동, 청송으로 찾아다녔다. 나무 나이가 오래되었거나, 역사성이 있거나, 특이한 내용이 있는 나무를 골랐다.
▲ 개회나무 (물푸레나무과) : 회나무를 닮았지만 쓰임새가 덜하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마주나기를 하는 어린잎의 모습이 회나무를 닮았다. 회나무는 회잎나물(홑잎나물)이라 하여 어린잎을 나물로 채취한다. 개회나무는 꽃은 회나무에 비해 풍성하고 아름다운데 그러한 쓰임새가 없어 '개'란 접두사가 붙었다. 꽃은 2년지 끝에 달리고 원추꽃차례에 흰색 꽃이 모여 핀다. 설악산 백담계곡과 봉정암에서 소청봉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볼 수 있다
▲ 꽃개회나무 (물푸레나무과) : 꽃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개회나무라는 뜻에서 붙였다. 지리산 이북의 높은 산 정상 부근에서 자란다. 꽃이 아름답고 크며, 꽃차례는 새 가지에 달린다. 설악산 봉정암에서 소청봉 가는 길에서 자란다. 털개회나무가 부근에 있어 비교할 수 있다.
▲ 털개회나무 (물푸레나무과) : 정향(丁香)나무라고도 한다. 좋은 향이 난다는 뜻이다. 꽃차례의 축에 털이 있다. 꽃개회나무는 꽃이 새 가지에 달리는데 비해 털개회나무는 꽃차례가 2년지에 달리고 잎이 난상이며 잎에 껍질눈이 있다. 설악산 봉정암에서 소청봉 가는 길에 있다.
▲ 홍괴불나무 (인동과) : 꽃잎이 붉은 괴불나무 종류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꽃은 5~6월에 붉은색으로 핀다. 꽃이 잎 아래로 달린다. 흰괴불나무에 비해 꽃이 홍자색이고 잎 뒷면에 맥 주변으로 흰색털이 밀생하는 점이 다르다. 한라산, 지리산 이북에 높은 산에서 자란다. 설악산에서도 봉정암에서 소청봉 가는 길에서 자란다.
▲ 댕댕이나무 (인동과) : 열매가 검푸른 색이 나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긴타원형모양 열매가 가을에 검게 익는데 하얀 가루로 덮여 있어 푸른색이 돈다. 열매를 식용했다. 함남 방언이다. 북한에서는 댕댕하다는 시퍼렇다는 뜻으로 사용하므로 식용하는 열매의 색깔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론한다. 설악산 소청봉에서 적은 개체수를 확인할 수 있다.
▲ 산겨릅나무 (단풍나무과) 산겨릅나무란 이름은 산(山)과 겨릅(껍질을 벗긴 삼대: 麻骨)과 나무(木)의 합성어로, 산에서 자라고 가지가 겨릅을 닮은 나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가지의 껍질을 벗겨 노끈으로 사용하는 것이 삼의 껍질을 벗겨 노끈과 베옷을 짜던 것과 비슷하다고 해 붙인 이름이다. 시닥나무에 비해 잎이 3~5갈래로 얕게 갈라지고 양면에 털이 없으며 겨울눈에 굵은 자루가 있는 점이 다르다. 설악산 수렴동계곡과 봉정암에서 오세암 내려오는 계곡에 여러 그루가 있다.
▲ 배암나무 (산분꽃나무과) : 강원도 설악산 이북에 높은 산지에서 산다. 평북 방언이고 3갈래로 갈라진 잎을 뱀에 비유했거나 줄기가 옆으로 벋어 가는 모습을 뱀에 비유한 이름이다. 백당나무와 비슷하긴 한데 장식화가 달리지 않고 잎밑이 삼각형인 점이 다르다.
▲ 후정리 향나무 (측백나무과) : 심재 조각을 제사용 향료 재료로 사용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나 경북 등지에서 주로 자란다. 이 나무 나이는 500년으로 추정한다. 바닷가에 있는 나무인데 울릉도에서 자라던 것이 파도에 떠밀려와서 이곳에서 자랐다는 전설이 있다.
▲ 궁촌리 음나무 (두릅나무과) : 옛 이름 엄나모가 어원으로 엄(새싹)이 돋는 식물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두릅나무에 비해 줄기가 굵고 잎이 5~9갈래로 갈라지는 점이 다르다. 나무 나이는 1천 년에 이른 것으로 추정한다. 마을에서 주변에 돌담을 쌓고 수호목으로 보호하고 있다. 전해지는 말로는 이 나무가 있는 곳이 고려 공양왕이 유배되어 살던 집 뜰이었다고 한다.
▲ 선농단 향나무 (측백나무과) : 선농단은 인간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쳤다고 전하는 고대 중국 전설상의 제왕인 신농(神農)과 후직(后稷)에게 왕이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조선 성종 때 조성한 선농단은 일제에 명목이 끊겼다가 1979년부터 선농제 행사를 잇고 있다. 선농제가 끝나고 만든 국밥이 선농탕(先農湯)이고 설렁탕으로 바뀌었다. 선농단 터에는 조선 성종 7년(1476년) 선농단을 축조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향나무 어린 묘목을 심어 550년이 되었다.
▲ 주목 (주목과) : 주목(朱木)은 나무껍질, 심재와 육질씨껍질에서 붉은빛이 나서 유래한 이름이다. 잎은 비자나무에 비해 찔려도 아프지 않다. 구상나무에 비해서는 잎끝이 뾰족하고 줄기가 붉은 점이 다르다. 함백산 남쪽 하산길에 여러 그루가 있다.
▲ 천향리 석송령(소나무) : 석평마을 입구에 있는 반송(盤松)이다. 줄기가 뿌리 부분부터 갈라진다. 나이는 700년으로 추정한다. 600년 전 풍기 지방에 큰 홍수가 났을 때 석관천(石串川)으로 떠내려오던 소나무를 건져서 심은 나무라 한다. 석송령(石松靈)이라 한 것은 석평(石坪) 마을에 영험(靈驗) 있는 나무란 뜻이다. 소유하고 있는 토지가 있어 세금도 내는 나무이다.
▲ 금남리 황목근(팽나무) : 팽나무는 축축하고 마른땅 경계에 주로 산다. 그래서 제방이나 해안의 구릉지에 많다. 용궁시장을 지나 마을 논 한쪽에 팽나무가 서 있다. 나이는 500년으로 추정하고, 높이는 15m 정도 된다. 5월에 누런 꽃이 핀다 하여 황(黃)이란 성을 받았고, 근본 있는 나무란 뜻으로 목근(木根)이란 이름을 받았다. 마을공동재산인 토지를 황목근 앞으로 이전하면서 세금을 내고 있는 나무다.
▲ 반계리 은행나무 (은행나무과) : 반계리 은행나무는 성주 이 씨 가문에서 심었다고 하기도 하고, 물 한 모금 얻어 마신 스님이 꽂아둔 지팡이라고도 한다. 나이는 800살인데 상태가 양호하다. 높이는 32m이고, 가슴둘레가 16.27m인데 줄기가 여럿으로 갈라져서 길다. 나무는 보는 방향에 따라 줄기와 수형이 다르다. 수나무라 고약한 열매 냄새는 없다. 큰 가지에서 나온 가지(小枝)는 작고, 돌기인 유주(乳柱)도 나무 크기에 비해서 작다.
▲ 용문사 은행나무 (은행나무과) : 키가 42m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은행나무다. 나이는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심었다면 1100년이고, 의상대사 지팡이라면 1300년이다. 이 은행나무는 암나무로 열매가 열린다. 열매는 해거리 때문에 조금씩 다르지만 여덟 가마는 나온다고 한다. 세종 때 당상관 벼슬을 받은 나무다. 나라에 불길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울었다는데, 일제강점기에 의병 집결지라며 절에 불을 질렀어도 끄떡없이 살아난 나무다.
▲ 주하리 뚝향나무 (측백나무과) : 진성 이 씨 주촌종택에 있는 나무이다. 나이는 600년이 되었다. 뚝향나무는 향나무의 변종으로 늘 푸른 나무다. 줄기가 곧게 서지 않고 가지가 수평으로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뚝향나무는 원래 저수지나 밭뚝에 토양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심었는데, 나무 이름도 둑에서 자라는 향나무에서 유래했다. 늘어진 가지가 땅에 닿으면 뿌리가 잘 나오기 때문에 한 가지가 자라기 시작하면 주위를 숲처럼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용계리 은행나무 (은행나무과) : 임하댐 수몰로 용계국민학교 교정에 있던 은행나무를 들어 올려서 다시 심은 나무다. 은행나무 주변은 인공섬을 조성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를 올려 심은 사례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나무는 높이 31m, 가슴높이 둘레는 13.7m, 직경 4.4m, 수관폭은 동서가 26.9m, 남북이 27.3m나 되는 거대한 나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였으나 다시 심는 과정에서 가지가 잘려서 줄어들었다. 이식 후 32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철제보호대에 의지하고 있다. 700년 이상 축적한 뿌리를 복원하기란 쉽지 않다. 나무 세력은 80% 정도 회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 송사동 소태나무 (소태나무과) : 안동 길안면 천지갑산 앞 길송분교에 있다. 400여 년이 되어 우리나라 최고령인 소태나무이다. 소태나무로는 유일의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나무는 높이 14.6m, 직경 1.49m, 수관 폭은 14.95m이다. 소태나무란 이름은 나무껍질을 사용하기 위해 자르면 안쪽에 노란색 심재가 마치 별(소태성)을 박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소태나무는 나무 어느 부분을 씹더라도 아주 강한 쓴맛이 난다. 쓴맛은 쿠와신(quassin)이란 화학물질 때문이다. 서낭당이 있어서 마을을 지키는 성황림으로 보호하고 있는 나무이다. 그래서 잘 관리하여 자랄 수 있었다.
▲ 신기리 왕버들 (버드나무과) : 왕버들은 수백 년을 거뜬히 살고 아름드리로 자라는 거목이라 붙은 이름이다. 왕버들은 둥치가 잘 썩어 고목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많아 귀류(鬼柳)라고도 한다. 썩은 고목 안에는 인 성분이 많아 밤에는 반짝인다. 신기리 왕버들은 1560년 경에 심었다고 하니 수령은 460년 이상이다. 높이 18m, 가슴높이 둘레 5.7m, 가지는 동서로 22m, 남북으로 18.8m를 뻗어 균형이 잘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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