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액이 많은 나무
고로쇠나무, 가래나무, 층층나무, 물박달나무, 다래
쇠박새는 단풍나무줄기를 콕콕 찍어 단물을 꺼내서 먹는다. 쇠박새는 나무줄기에 수액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봄철이 되면 사람도 나무에서 수액을 받는다. 수액은 무기질 즉 미네랄이 풍부하다.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 중 수소, 산소, 탄소, 질소를 제외한 모든 원소가 미네랄이다.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도 미네랄이 없으면 체내 흡수와 작용이 불가능하다. 미네랄은 몸의 골격을 유지하고, 혈액과 호르몬을 만드는 작용을 한다. 수액의 미네랄은 80%가 칼슘과 칼륨이다. 일반 생수에 비해 칼슘과 칼륨이 아주 많다.
수액이 많은 나무는 단풍나무과인 고로쇠나무와 당단풍나무, 신나무가 있다. 자작나무과 나무로는 자작나무, 박달나무, 물박달나무, 거제수나무, 사스래나무가 있다. 그 외에 대나무, 가래나무, 층층나무, 다래가 수액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고로쇠나무 수액인데, 뼈에 이로운 나무라 골리수(骨利樹)라 하던 것이 고로쇠가 되었다. 강원도와 전라도에서는 고로쇠 수액이 많이 나서 수액 축제를 여는 고장이 여럿 있다. 미국에서는 설탕단풍나무 수액을 메이플시럽으로 만들어 팔기도 한다.
수액 채취하는 것을 직접 보면 저렇게 구멍을 뚫어서 뽑아내는데 나무가 견디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수액을 채취하는 것도 산림자원관리법에 의해 시장, 군수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나무의 직경, 구멍의 개수, 깊이와 너비가 정해져 있다. 수액은 2월 말에서 3월 중순 사이에, 경칩 앞뒤로 3주 정도가 채취 가능한 기간이다. 일일 최저 기온이 －2 ~－5℃ 이고, 최고 기온이 10~14도 정도가 되어야 수액이 나온다고 한다.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줄기 세포가 수축되며 뿌리에서는 수분을 흡수하여 줄기로 보내고, 햇빛을 받아 기온이 올라가면 수분과 이산화탄소가 팽창하면서 압력이 증가한다. 이때 줄기에 상처가 나면 수액이 그곳을 통해 밖으로 흘러나온다.
수액은 질병 예방 효과가 뛰어나고, 뼈에 좋고, 면역력을 높이며, 숙취 해소, 뇌기능과 인지기능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위장에 좋다고 하여 고로쇠나무 수액을 사서 마셔본 적이 있다. 색은 약간 뿌옇고, 맛은 단맛을 약하게 느낄 정도였다. 가래나무 수액은 눈을 맑게 하고 가래, 설사, 이질에 좋다고 한다. 관절염과 신경통에 좋다는 층층나무 수액이 있고, 물박달나무는 골다공증과 위장병에 좋다는데 개체수가 많지 않다. 물이 많은 지역에서 나는 다래는 골다공증에 좋다고 한다.
동식물학자 파브르는 나무의 눈은 수액으로 배를 채우고 잎을 펼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하였다. 수액은 열매와 나뭇가지, 수피와 눈의 재료인 것이다. 식물의 생명수가 수액인데, 인간이 가로채는 것이 안쓰러운 마음도 있다. 그래도 사람이 살면서 그렇게 생각하기까지 할 수야 있겠는가. 사람이 헌혈을 하면 조혈을 하여 원상회복이 되듯 수액 채취가 나무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적절히 제한하면서 활용하는 것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세상일 것이다.
'자연의 향기 > 숲향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개미지옥과 개미귀신 / 명주잠자리 애벌레가 파 놓은 함정 (0) | 2024.04.24 |
|---|---|
| 소나무 그늘에도 살 수 있는 식물 (0) | 2024.04.11 |
| 식물이 알려주는 계절 변화 신호 (0) | 2024.03.22 |
| 북극 한파에 캐나다거위가 날아갔다 (0) | 2024.02.12 |
| 셀러리 보그 /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있는 습지 (0) | 2024.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