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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향기/나무

팔만대장경을 만든 나무 / 산벚나무, 돌배나무 …

향곡[鄕谷] 2024. 3. 12. 12:48

 

팔만대장경을 만든 나무

산벚나무, 돌배나무, 고로쇠나무, 층층나무, 거제수나무, 후박나무, 잣나무, 단풍나무, 박달나무

 

 

 

팔만대장경

 

 

 

부처님이 입적한 후 그 말씀을 제자들이 정리하였다. 종이가 없었을 때여서 다라수라는 나뭇잎에 적었다. 중국에 불교가 들어올 때는 나뭇잎, 대나무, 나무껍질, 돌, 금속에 쓰거나 새겨서 전하였다. 그뒤 쓰거나 보전하고 널리 전하기 위해서 나무를 쓰면서 목판대장경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고려 현종 때(1014년)부터 80년간 만든 나무대장경이 초조대장경이다. 150년 뒤 몽고 침입 때 (1231년) 대구 부인사에 있던 초조대장경은 대부분 불탔다. 이때 무신정권은 1236년 새로운 대장경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16년 뒤 고려 고종 38년(1251년) 새로운 대장경을 완성하였으니 고려대장경판이다. 우리가 팔만대장경으로 부르는 나무대장경이다. 

 

문화재청이 밝힌 팔만대장경 경판은 8만 1258장이다. 길이가 68㎝ 또는 78㎝가 대부분이고, 너비는 24㎝, 두께는 3㎝ 내외이다. 대학노트 4권을 옆으로 이어놓은 정도의 크기이다. 나무 종류나 길이에 따라 무게가 다르지만 평균 3.1㎏로 팔만대장경 무게는 모두 280톤이다. 4톤 트럭으로 70대 분량이다. 당시에 강화도에서 합천 해인사까지 경판을 옮기느라 달구지를 동원하였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경판 글자를 보면 앞뒤 한 장에 640자로 전체 팔만대장경 글자 수는 5천2백만 자로 조선왕조실록 전체 글자 수와 맞먹는다. 

 

팔만대장경에 쓴 나무는 우리 주변에 있는 나무다. 산벚나무가 70%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돌배나무(13%)다. 그밖에 층층나무, 거제수나무, 후박나무, 고로쇠나무, 잣나무, 단풍나무, 박달나무, 자작나무이다. 큰 나무들이 총동원되었다. 산에서 벤 나무는 1년 이상 두었다가 판자로 만들어 산밑으로 가져온다. 소금물에 담갔다가 음지에서 천천히 말렸다. 다음은 대패질을 한 다음 한지에 경전을 써서 거꾸로 붙였다. 풀이 마르면 기름칠을 해서 글자를 보이게 해서 새기는 작업을 한다. 기술자가 하루에 글자를 40자를 새긴다 해도 경판 한 장에 보름이 걸리는 작업이다. 오자 탈자가 생기면 다시 처음부터 작업하였을 테니, 하나같이 같은 글자로 새긴 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렇게 16년이 걸렸다.

 

그 다음에는 보관하는 집(장경판전)을 세웠다. 나무 조직은 셀룰로이스라는 뼈대와 리그닌이라는 벌집 모양 세포로 구성되어 잘 지은 건축은 수백년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수분인데 그 보존처리 방법이 문제이다. 바람을 통하게 하여 습기가 머물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다. 수차례 화마와 전쟁도 견디고, 조선시대 정치의 핍박도 받은 팔만대장경이다. 예전에는 가까이 가서 구경도 했는데, 이제는 접근도 어려울 정도로 관리하고 있다. 그 과정을 알면 더욱 귀중한 나무 문화재이다. 사랑할 수밖에 없다.

 

 

 

장경판전

 

 

산벚나무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1.4.2)

 

 

돌배나무 나무줄기 / 서울숲 (2019.6.3)

 

 

층층나무 / 용마산 (경기도 하남. 2014.3.30)

 

 

거제수나무 / 방태산 (강원도 인제. 2018.10.4)

 

 

후박나무 / 천리포수목원 (충남 태안. 2013.11.3)

 

 

고로쇠나무 / 광릉수목원 (경기도 포천. 2023.4.14)

 

 

잣나무 / 잣향기푸른숲 (경기도 가편. 2016.5.30)

 

 

단풍나무 / 선정릉 (서울 강남. 2020.4.27)

 

 

박달나무 / 방태산 (강원도 인제. 2018.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