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남도 탐방 ⑤
남부지방에서 사는 식물 (8)
해남 녹우당 비자나무숲
해남 윤 씨 종가 뒷산에 가꾼 숲
천연기념물 제241호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 산 27-1 (2025.2.18)
해남읍 연동리에 해남 윤 씨 어초은 공파의 종가가 있다. 입향조 어초은 윤효정(1467-1543)은 이곳에 처음 터전을 잡았다. 기왕에 있던 집에 고산 윤선도(1587-1671)가 효종으로부터 하사 받은 사랑채를 옮겨와 현재의 모습을 이루었다. 고산의 증손은 자화상으로 유명한 공재 윤두서(1668-1715)이다. 공재는 다산 정약용의 외증조부이기도 하다. 공재의 절친인 옥동 이서가 해남 연동에 머물렀다. 빗소리인 줄 알고 잠에서 깨어보니 나뭇잎 소리였다. 옥동은 '푸른 비가 내린다'는 뜻의 녹우당(錄雨堂)이란 당호를 짓고 현판을 썼다. 동국진체로 쓴 글씨다.
녹우당 뒷산에 비자나무숲이 있다. 비자나무는 내장산 이남에 사는 주목과의 상록 교목이다. 비자(榧子)란 이름은 잎이 비(非) 자를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다. 잎은 줄기를 중심으로 깃털처럼 자라는데 두껍고 작으며 끝이 뾰족하다. 소나무나 잣나무 잎의 수명이 2~3년인데 비자나무 잎은 6~7년이다. 봄에 잎 겨드랑이에 황록색 꽃이 피고, 가을에 맺는 열매는 구충제나 변비치료제로 쓰고 기름을 짠다. 나무 모양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심는다.
녹우당을 지나 어초은 사당과 묘를 지나서 산으로 10여 분 오르면 산기슭에 비자나무숲이 나타난다. 나무 나이는 지정 연도(1972년) 기준 530년으로 추정한다. 윤 씨 선조는 이곳에 자리를 잡고서 뒷산에 바위가 드러나면 마을이 가난해진다는 유훈을 내렸다. 그 뒤 후손들은 이 숲을 보호하는데 힘을 쏟아 오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자연재해를 입었는지 비자나무숲으로 올라가는 길에 목책이 부서져서 더 이상 올라가기는 어려웠다.
비자나무는 조공으로 바치는 나무였다. 나무줄기는 푹신한 느낌으로 가구재나 고급 장식재, 바둑판 재료로 썼다. 조공이나 진상품은 그런 용도에 썼다. 백성들은 구충제로 쓰려고 비자나무를 심었다. 비자나무는 내음성이라서 천이의 완성단계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나뭇가지는 한쪽으로 쏠려 곁에 선 나무에게 빛을 양보한다. 콩짜개덩굴이 비자나무에 더부살이하여 나무줄기를 푸르게 하고 있다. 산은 작지만 숲이 짙다. 나무가 우거져서 여름에 왔을 때 푸른 비가 내리는 것처럼 시원했던 소리가 지금도 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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