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남도탐방 ⑥
남부지방에서 사는 식물 (9)
대둔산 왕벚나무 자생지
해남 대둔산에서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종
천연기념물 제173호
해남 남산면 구림리 산 24-4 (2025.2.18)
벚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전국에서 벚꽃이 필 때면 언론에서 다투어 꽃 피는 시기를 알린다. 벚꽃 구경은 일제강점기 이후이지 싶다. 소한부터 곡우까지 8개 절기에 꽃소식을 알리는 24개 화신풍(花信風)이 있는데, 거기에 벚꽃은 없다. 중국에 당송 시인들도 벚꽃을 노래한 시인은 없다. 벚꽃 문화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고려나 조선시대에 벚꽃이 문학으로 들어오질 않았다. 1962년 왕벚나무 자생지가 제주인 것이 알려지면서 벚나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일본은 벚꽃이 국화이지만 왕벚나무 자생지는 없다.
벚나무 종류는 왕벚나무 벚나무 산벚나무 올벚나무 잔털벚나무 겹벚나무 처진올벚나무 등 20여 가지나 된다. 그 생김새가 비슷하여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왕벚나무와 올벚나무는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핀다. 왕벚나무는 꽃자루와 암술대에 털이 있다. 올벚나무는 꽃이 일찍 피어서 붙은 이름인데, 꽃과 꽃받침에 붉은빛이 많이 돌고 꽃받침통이 통통하다. 처진올벚나무는 수양벚나무라고도 부르는데 가지가 늘어진다.
벚나무와 산벚나무, 잔털벚나무는 꽃과 잎이 같이 피는데, 주로 산에서 볼 수 있다. 벚나무와 산벚나무는 작은 꽃자루와 잎자루에 털이 없다. 벚나무는 줄기에서 꽃자루가 나오고 이 꽃자루에서 작은 꽃자루가 나온다. 작은 꽃자루가 줄기에서 바로 나오면 산벚나무다. 벚꽃이 여러 장 겹쳐 나오는 겹벚나무는 산벚나무를 육종 해서 만든 품종이다. 잔털벚나무는 작은 꽃자루와 잎자루에 털이 있다.
매화가 지기 시작하면 벚꽃이 핀다. 매화는 꽃이 가지에 바짝 달라붙지만 벚꽃은 가지에 긴 꽃자루가 나와서 핀다. 열매가 달리는 위치도 꽃자루 길이만큼에 자리 잡아 다르다. 매화는 바짝 붙어 달리고 벚나무는 길게 나와서 달린다. 꽃잎 모양은 매화는 둥글지만 벚꽃은 꽃잎 중간이 살짝 들어간다. 매화는 향기가 진한데, 벚꽃은 향기가 약하다.
전남 해남 대흥사가 있는 대둔산에 왕벚나무 자생지가 있다. 1965년 대둔산에서 왕벚나무를 찾았다. 천연기념물 지정 당시에는 제주벚나무와 같은 종으로 여겼으나 후에 다른 종임을 알았다. 대둔산 왕벚나무가 있는 위치는 핸드폰 앱마다 조금씩 달랐다. 한참을 헤맨 끝에 일주문 부근에서 옆으로 나가는 큰길로 가서 산으로 올라가 찾아내었다. 매표소에서 2.6㎞가 조금 넘는다. 철책을 둘러서 보호하고 있다. 높이는 15m, 둘레는 0.8m라 하는데 줄기가 그리 굵지는 않다.
벚나무는 수액이 있어 곤충이 많이 찾는다. 도심에서는 가로수로 많이 심어 공해에 시달리며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상처투성이가 많고 회복도 느리다. 벚나무는 꽃이 필 때 활짝 피고 질 때는 무더기로 진다. 봄바람의 유혹에 견디지 못하고 꽃잎은 바람을 쉬 따라간다. 지금은 벚나무 꽃길에서 제일 흔한 나무가 왕벚나무다. 대둔산 왕벚나무는 외롭지만 도시의 나무에 비한다면 살아가기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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