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시(詩) 산책 28

김숙경 시 '첫눈 내릴 때'

첫눈 내릴 때                        김 숙 경    아! 사람아첫눈 내릴 때 우리 사랑  하얀 꽃이어라그 눈 녹아 이슬 내리면이슬처럼  그대로 있는 사람아아니 사랑한다고 가슴으로 속삭이는 향기같은 나의 사람아네 모습 수정처럼 내 눈속에 빛나는아련한 나의 사람아첫눈 내릴 땐 우리 사랑 여울이어라물빛 사랑의 여울이어라

이은상 시 '성불사 깊은 밤에'

성불사(成佛寺) 깊은 밤에                                       이은상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風磬) 소리    주승(主僧)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뎅그렁 울릴 제는 더 울릴까 맘 졸이고     끊일 젠 또 들릴까 소리나기 기다려져     새도록 풍경 소리 데리고 잠 못 이뤄 하노라       *가곡에서 최초로 시조시에 곡을 붙인 것이 이 시조이다.     시인인 객이 풍경소리 엿듣는 것 조차 송구스러워 혼자 내버려 두란다.     잠잠함 속에 깨침에 이를 것 같은 아름다운 시조다.                                            풍경 / 밀양 표충사 ( ..

이병기 시 '비'

비                                이병기    짐을 매어 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날어두운 새벽부터 시름없이 내리는 비내일도 내리오소서 연일 두고 오소서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오시라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내리는 비저으기 말리는 정은 나보다도 더하오잡았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갑자기 꿈을 깨니 반가운 빗소리라매어둔 짐을 보고는 눈을 도로 감으오

류시화 시 '길위에서의 생각' 외

류시화의 시    길 위에서의 생각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새와 나무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 서면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어떤 나뭇..

도연명의 '귀거래사'

歸去來辭 도연명       돌아가야지논 밭이 묵히고 있으니 빨리 돌아가야지마음은 스스로 몸의 부림 받았거니혼자 근심에 슬퍼하고 있겠는가지난 날은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앞으로는 후회 하는 일 없으리라길을 잘못 들었으나 아주 멀지는 않다지난 시간은 후회지만 이제부터 바르리고운 물결 흔들흔들 배를 드놓이고바람은 가벼이 불어 옷자락을 날리네지나는 이에게 앞길 물어 가야 하니희미한 새벽빛에 절로 한숨이 나네어느 덧 저 멀리 집이 바라다 보이니기쁜 마음에 달리듯이 집으로 간다.사내아이 종 나와 반가이 맞이하고어린 아들 문 앞에 기다려 서 있네세 갈래 오솔길에 잡초 우거졌어도소나무와 국화는 그대로 남아 있네어린 아들 손잡고 방으로 들어서니항아리 가득히 술이 나를 반기네술병과 술잔 끌어당겨 혼자 마시며뜰의 나무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