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우리도 산처럼/서울 산

불암산 / 바위와 소나무 숲길이 좋은 산

향곡[鄕谷] 2012. 11. 17. 23:54

바위와 소나무 숲길이 좋은 산

불암산(佛岩山 509.7m)

 

서울 노원구 (2012.11.17. 맑음. 1.5~8.0℃)

덕능고개-석장봉(다람쥐광장)-불암산-거북바위-배수지갈림길-중계동-한글비석 (4시간)

 

 

 

불암산이 생긴 전설이 재미있다. 조선을 세우고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려는데 남산이 준비되지 않아서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그 얘기를 듣고 금강산에 있던 불암산이 자기가 남산이 되고자 길을 떠났다. 서울 거의 다 와서 남산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되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금강산에 다시 가기도 무엇하여 현재 자리에 머물렀는데, 돌아가려다 멈추어 서울을 등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양을 거의 다 오긴 했다. 조선시대에는 한성부 관할구역은 성저십리(城底十里)라 하여 한양도성에서 십리인데, 한성부 안에 있었던 2개 역 중 하나가 노원역(나머지 하나는 청파역)이었으니 한양에 다 온 것이다.

 

덕능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조선시대 선조(宣祖)의 부군(府君)인 덕능대원군 묘소가 부근있어서 그렇게 이름 지었다. 고개에서 북으로 가면 수락산이요, 남으로 내려오면 불암산이다. 강철강철 같은 산꾼들이 건각을 자랑할 때 하는 말에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 종주해보았느냐는 것인데, 그중 불암산이 낮아서인지 사람들이 적은 편이다. 불암산둘레길 중 '하루길'이 주로 능선을 타는 것이라면, '나절길'은 산 아래를 걷는 길이다. 두 길을 엮어서 다녀도 부담이 적은 산길이다.

 

불암산은 경사가 적당하고, 바위가 아름답고, 바위에 서있는 소나무가 아름답다. 소나무는 틈새만 있으면 바위 사이를 비집고 섰는데 그 모습이 기이하다. 두꺼비바위,쥐바위,거북바위,물개바위 등 동물 모양 바위들이 있어 구경거리도 좋다. 전반적으로 소나무가 많고 솔 숲길이 아름답다. 솔향을 흠흠 맡으며 걸었으니 폐부가 초록으로 물들었지 싶다.  

 

하산 길에 하계동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비석을 찾았다. 공식이름은 '이윤탁한글영비'(보물1524호)로 중종 때(1536년) 이윤탁이 세상을 뜬 후 후손이 세웠다. 비석을 건드리지 말아 달라는 것인데, 지금 말로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신령한 비다. 쓰러뜨리는 사람은 화를 입을 것이다. 이를 한문을 모르는 사람에게 알리노라."  당초 이 묘소는 태능에 있었는데, 문정왕후 윤씨의 묘소를 그 자리에 쓰면서 이곳으로 옮겼으니, 후손이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다.

 

 

 

 

불암산 정상

 

 

 

 

 

석장봉

 

 

 

쥐바위

 

 

 

수락산 원경

 

 

 

석장봉(다람쥐광장)

 

  

 

바위 틈서 자라는 소나무

 

 

 

거북바위

 

 

 

능선 소나무숲길

 

 

 

 

우리나라 최고(最古) 한글비석 이윤탁한글영비(보물 제1524호) / 서울 노원구 하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