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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산시(山詩)

정희성 시 '태백산행'

향곡[鄕谷] 2015. 1. 11. 10:14

 

 

 

 

   태백산행

 

                      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살이야 열아홉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 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 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홀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태백산 (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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