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여행 4
대흥사(大興寺)
해남 땅끝 대 고찰
전남 해남군 삼산면 (2016.11.2)
대흥사는 두륜산 아래에 있는 고찰이다. 열세 분의 대종사를 배출한 대도량으로 서산대사가 의발(衣鉢)을 전한 절로 유명하다. 나말여초에 창건한 절로 대둔사(大芚寺)라 하다가 지금은 대흥사로 쓰고 있다. 두륜산은 중국 산해경 부근(옛 부여국 북쪽) 곤륜산에서 시작한 지맥이 한반도로 내려와 백두산을 이루고 땅끝까지 내려와 맺은 산이라, 백두의 두(頭) 곤륜의 륜(崙)을 따서 두륜산(頭崙山)이라 하였다. 일제강점기에 한자를 바꾸어 다른 한자 이름 두륜산(頭輪山)이 되었다. 두륜산 원래 이름에서 우리 민족이 터 잡은 근원을 어디에서 시작하였는지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한자를 바꾸어 그것과 연관을 끊어버린 것이다.
일주문을 지나가는 길은 시냇물을 끼고 이어지는 십리 숲길이다. 아름드리나무가 울울창창하여 깊고도 상쾌하다. 전통 있는 유선장 여관을 지나면, 서산대사 초의선사 혜장선사 등 50여 기 부도가 가지런하다. 부도밭만으로도 대 도량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반야교를 지나 해탈문에 섰다. 해탈문에서 보는 절 안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두륜산이 뒤에서 받치고 있는 넓은 앉음새이다. 서산대사가 '만세토록 허물어지지 않을 땅'이라고 말한 장엄한 공간이다. 산을 가만히 쳐다보면, 두륜봉은 부처님 얼굴이요, 가련봉과 노승봉은 가슴이며, 고계봉은 부처님 발로 편히 누운 부처님 모습이다. 두륜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다가 보이는 산세는 가슴속까지 다 시원하다.
절은 두륜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경계로 남원과 북원으로 나눈다. 남원에는 천불사와 서산대사의 사당인 표충사 등이 있고, 북원엔 대웅보전 등이 있다. '천불전'이나 대웅보전 앞 '침계루'나 '대웅보전' 현판 글씨는 동국진체의 완성자 원교 이광사의 글씨다. 대웅보전 글씨는 추사 김정희의 일화가 있어 몇 번이나 다시 보았다. 김정희는 제주도로 귀양 가던 길에 초의선사를 찾아 이곳에 왔다가 대웅보전 글씨를 보자 촌스럽다고 떼라고 했다. 외곬스런 그가 참지를 못하였던 모양이다. 8년 유배 뒤 이곳에 다시 왔던 김정희는 이광사의 현판을 다시 걸라했다. 세월이 흐른 뒤 그제야 글씨의 품격을 알았는지, 삶의 태도가 바뀌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 교통편 : 해남 버스터미널에서 대흥사 행 버스 이용, 두륜 승강장 하차. 11㎞.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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