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탕춘대 숲길
노송과 성곽 사이로 걷는 역사의 길
서울 종로구, 서대문구
경복궁역-사직공원-인왕 스카이웨이-윤동주 시인의 언덕-창의문-백사실계곡-탕춘대터-세검정-상명대-탕춘대성암문-북한산 자락실-인왕시장-홍제역 (약 11㎞. 4시간 50분. 2017.1.2. 맑음)
서울은 조선 개국이래 지금까지 600여 년을 나라의 수도로 자리 잡은 역사의 도시다. 그 자취를 들여다 들여다보면 찾을 곳이 꽤 있다. 주례(周禮)의 원칙인 좌묘우사(左廟右社)에 따라 만든 사직단을 만난다. 마침 단체 탐방객이 나오기에 잠시 안으로 들어갔다. 토지의 신 사(社)와 곡식의 신 직(稷)에게 국가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곳인 사직단은 이미 고구려 때부터 들인 것이니 전래의 역사가 깊다. 길을 넓히고 주변에 여러 시설을 만드느라 본래의 신성함과 기능은 줄었지만, 과거에는 나라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예전에 무인들이 무술을 익히던 등과정(登科亭) 터는 지금은 황학정이 되었다. 궁사들의 활 솜씨가 여간이 아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180여 m 정도 거리에 있는 과녁을 툭툭 맞히는 소리가 들린다. 선조들이 가진 신묘한 활 솜씨가 빈말이 아님을 알겠다. 윤동주 시인이 하숙을 했던 수성동 계곡 위쪽에 만든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는 그를 기리는 젊은 학도들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서울 도성 북쪽 창의문은 인조반정 때 반정군이 들어온 곳인데, 이런 좁은 문으로 군사가 들어왔다는 것은 내부 동조자가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적은 늘 내부에도 있다.
창의문을 지나 백사실계곡으로 갔다. 걷는 길로 이름난 이곳은 여름에도 시원하다. 백석동천(白石洞天)이란 바위 각자(刻字)가 입구에 서 있다. 백석이란 백악산(북악산으로 주로 부름)을 이름이요 동천(洞天)은 '산천으로 둘러 싸인 경치 좋은 곳'이니, 백악산에 둘러 싸인 경치 좋은 곳이란 뜻이다. 백사실 계곡의 백사(白沙)는 이항복의 호로 이곳이 그의 별장지가 아니었을까 전래되고 있다. 밖으로 나오면 신영동인데, 요즈음 가끔 멧돼지가 출몰한다고 언론에 나왔던 곳이다.
신영동에 들어서면 '탕춘대터' 표지석이 있다. '대(臺)'란 평지보다 높은 곳에 만든 평평한 구조물이다. 산자락 높은 곳에 펼쳐진 평평한 곳도 '대'라고 하는데, 탕춘대가 그곳이다. 연산군 때 무희들을 모아서 여기서 가무를 즐겼으니 지은 이름대로 진탕(蕩) 봄(春)을 즐겼던 곳(臺)이다. 세상 역사는 이름대로 가는 경우가 많다. 바로 아래가 세검정(洗劍亭)이다. 인조반정 때 반정 주도세력들이 이곳에서 광해군의 폐위를 논하고 칼(劍)을 씻었다(洗)는 곳이다. 연산군 때 유흥을 위해 지었다고도 하는데, 이름을 보면 전자가 맞을 듯하다. 일제 말에 부근에 종이공장 화재 때 정자도 같이 탔다가 1977년 복원하였다. 조선시대에서도 이곳 부근에 종이를 만드는 조지서(造紙署)가 있었고, 실록을 완성한 후 사초를 이곳에서 씻었는데, 종이와 인연은 길기도 한 곳이다.
세검정 사거리에서 상명대로 올라갔다. 학교가 언덕 위에 있어 학생들은 절로 건강해지리다. 학교를 지나 오르면 이내 탕춘대성이다. 탕춘대와 가까이 있어서 붙은 이름인데, 서울 도성과 북한산성을 잇는 산성으로 숙종 때 만들었다. 예 그대로 서 있어서 옛맛을 느낄 수 있다. 탕춘대성 암문을 지나면 홍제동까지 길이 좋은 북한산 자락길이다. 은평 자락길, 북한산 둘레길, 산 안에도 길이 이리저리 엉켜 있다. 길 속에서 길을 잊어버린다는 말이 이곳이다. 오늘은 겨울치고 날이 눅어 걷기가 좋았다. 휘굽은 노송 밑으로 그리고 성곽 사이로 걸으며 옛 얼을 그려보았다.
※ 길 안내
① 경복궁역 1번 출구에서 사직공원 방향으로 간다.
② 사직공원에서 인왕 스카이웨이 길로 해서 창의문까지 가서, 창의문 왼쪽 횡단보도를 건넌다.
③ 동양 방앗간 흰 건물 오른쪽으로 계속 따라가서 백사실계곡 방향으로 간다.
( 절 두 번째 길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인다. 전봇대에 가려 표지가 잘 보이지 않아 주의를 해야 한다)
④ 상명대로 길을 따라 올라가 뒤편 주차장 쪽으로 가면 북한산 가는 길 표지판이 보인다
⑤ 탕춘대성을 따라가다가 암문을 통과하여 북한산 자락길로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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