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사산 한 바퀴
한양도성 순성길 ② 남산을 넘어 돈의문 터까지
장충동-장충동성곽-국립극장 입구-남산 팔각정-숭례문-돈의문(서대문)터 (6.5㎞. 3시간 45분. 2017.4.3)
지난번 걸었던 혜화동~장충동에 이어서 다시 한양도성을 걸었다. 장충동 성곽은 한양도성 18.2㎞ 중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좋다. 태조 때 자연석을 다듬은 것과 숙종 때 축성한 장방형 성돌이 있다. 혜화문에서 숭례문까지가 경상도 주민이 동원된 구역이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신라호텔 부근 성곽이 삼성 창업주의 고향 의령(宜寧) 주민들이 쌓은 곳이라서 화제가 되었다. '시작한 곳'이란 뜻인 '시면(始面)'과 '13구간'이라는 '십삼수음(十三受音)은 보이는데, 다른 글씨는 돌이 닳아 글씨가 희미하다. 화강암은 마모도 빠른 편이다. 타워호텔(지금은 반얀트리호텔)을 지나 길을 건넜다. 한남동으로 가는 이 길에 남소문이 있었다.
국립극장 입구를 지나 왼쪽 순환도로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보면 남산으로 오르는 성곽이 보인다. 성은 비탈에 서 있어 제법 높게 보인다. 쉬엄쉬엄 올라갔다. 소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고 진달래가 가끔 피었다. 남산에서 소나무를 보니 얼마 전 서해해전 추모기념식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하겠다 하니, 참석한 정치가들이 긴장하던 표정이 생각난다. 남산타워 위쪽에 팔각정은 남산 산신인 목멱대왕을 모시어 나라에서 제사 지내던 목멱신사인 국사당(國祀堂)이 있던 자리다. 일제 때 조선신궁을 바로 아래에 세우면서 국사당을 인왕산 선바위 부근으로 옮겼다. 이름은 무학대사를 모신 당이라는 의미로 한자를 國師堂(국사당)이라 바꾸었다. 바로 아래 조선신궁은 해방 후에 없애고, 1960년대 후반에 남산식물원을 만들었다가, 지금은 다시 공원 공사를 하고 있다. 남산은 늘 무거운 건물이 들어서서 힘이 부칠 것 같다.
남산에서 내려와 숭례문으로 갔다. 조선 건국 4년 후인 1396년에 세웠고, 2008년에 정신 나간 노인에 의해 불탔다가 다시 세웠다. 흥인지문은 지기(地氣)를 높이기 위해 글씨를 세로로 썼고, 숭례문은 화기(火氣)를 누르기 위해 세로로 썼는데, 인재(人災)는 막지 못하였다. 숭례문 성곽은 1907년 일본 황태자를 환영한다고 헐었다. 지금의 형태는 교통 편의를 위해 그대로이다. 사대문과 사소문은 일제가 병합 후에 대부분 헐었다. 그들의 문화 죽이기 술수는 교묘하다. 한 번 사라진 문화는 복원하여도 그 가치를 회복하기가 참으로 힘들다. 표지석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표지석이 역사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 위안하며 다닌다.
숭례문을 지나 상공회의소 남쪽으로 복원한 성곽을 지나 서소문로에 인접한 곳에 서소문 터 표지석이 있다. 죽은 사람이나 죄인들이 나가던 문이었다. 서소문터 맞은편 배재학당길로 들어서서 러시아대사관, 이화학당터, 창덕여중 담장을 따라가면, 대부분 성곽은 없지만, 학교 담 쪽에는 성곽이 2단 정도 남아 있다. 경향신문과 경교장 사이에 있던 서대문이었던 돈의문 터로 갔다. 오늘의 목적지다. 돈의(敦義)는 의(義)를 세운다는 뜻. 원래 서대문은 사직공원에서 독립문 가는 고갯길에 있었는데, 인왕산 지맥 끝인 이곳으로 옮겨 세웠다. 새로 난 길이라 하여 신문로 또는 새문안 길이라 했다. 오늘 다녔던 길 주변에도 아직도 들르지 못한 곳이 있다. 공부도 발걸음도 끝이 없다.
※ 교통편 : (시작점)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 (도착점)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
한양도성 장충동 성곽
'십삼수음시(十三受音始). 수음(受音)은 구간이니, 13구간 시작하는 곳이란 뜻이다
한양도성 장충동 성곽
한양도성 남산 구간 동쪽에서 올라가는 곳
남산으로 올라서서 보이는 각자. 감독관의 이름이 뚜렷하다
한양도성 남산성곽 동쪽 편. 국립극장과 신라호텔이 보인다
남산타워
남산봉수대. 세종 5년 5개 봉수대를 만들었고, 고종 32년(1895년) 봉수 제도를 철폐하였다.
남산의 명물이 된 자물쇠. 연인들이 이곳에 와서 자물쇠를 채워 그들의 사랑을 확인한다.
한양도성 남산성곽 서편. 최근 축성한 곳이다
불 탄 후 다시 건축한 숭례문
상공회의소 앞을 지나는 한양도성
돈의문(서대문)터 부근에 있는 경교장. 백범 김구가 암살된 곳이다.
'걸어서 보는 세상 > 서울 걷기 좋은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둘레길 1-1. 우이동에서 정릉까지 (1~4구간) (0) | 2017.05.13 |
---|---|
한양도성 순성길 ③ 인왕과 북악을 넘어 (0) | 2017.04.12 |
한양도성 순성길 ① 혜화동에서 낙산을 넘어 광희문으로 (0) | 2017.03.21 |
한성백제왕도길 / 석촌동고분에서 풍납토성까지 (0) | 2017.02.07 |
눈 오는 날에 눈 구경 (0) | 2017.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