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나무 겨울눈 2
겨울눈은 저마다 색깔과 모양이 다르다
남한산성 (2020.2.14-2.16)
나무는 영양분을 모아서 겨울눈을 만든다. 겨울눈이 꽃이나 잎, 가지가 되어서 나가면, 얼마 뒤 겨울눈을 다시 만든다. 겨울눈을 키워 세상으로 내보내는데 공이 들어서 그렇지, 밖에 나오면 인생에 봄날이 쉬 지나가듯 금방 자라서 꽃이 되고 잎이 된다. 어린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듯 그렇게 큰다.
나무의 겨울눈은 잎이나 턱잎이 변해서 발달한 것인데, 비늘처럼 보이는 작은 조각인 인편으로 둘러 싸여 있다. 인편은 그 나무의 재질로 만든 천연 외투다. 목련의 겨울눈은 목련처럼 부드럽고, 잣나무 겨울눈은 송진처럼 끈끈한 점액으로 덮고 있고, 참나무류는 껍질이 매끈하며 단단하다. 겨울눈을 씹어보았다. 쌉싸름하다. 나무가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는 속 맛이다.
지난해 열린 열매가 아직도 달려 있는데, 나무마다 겨울눈은 진작에 나와서 봄을 기다리고 있다. 물오리나무는 갈고리 모양에 갈색 눈으로, 단풍나무는 말발굽처럼 생긴 빨간 눈을 하고 있다. 벚나무는 벚나무 껍질색 눈이 쏙 나와 있고, 가지에 껍질이 벗겨진 쪽동백나무 눈은 보드라운 쑥색 솜털을 입고 있다. 진달래는 깃봉 모양에 연둣빛 눈을, 참나무류 겨울눈은 참나무 낙엽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