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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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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 두물머리 풍경

향곡[鄕谷] 2020. 12. 28. 19:55

 

양수리 두물머리 풍경

 

 

 

 

양수리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길목이다. 두물머리라는 이름이 정겹다. 팔당댐이 생기면서 두물머리 나루터도 막을 내리고 육지 속에 섬처럼 자리 잡았다. 댐이 생기면서 주변 논밭은 물에 잠겨서 여기저기 섬이 생겨났다. 소내섬과 족자섬이 부근에 그림처럼 있는 곳이다. 다산의 고향 마현마을 앞 소내는 마을 바로 앞인데, 유배 가서도 그리던 곳이었다. 겸재 정선은 한강을 오르내리며 이 일대 풍경을 그려 독백탄(獨栢灘)이란 이름으로 남겼다. 독백탄은 지금은 쓰지 않는 지명인데, 두물머리 가까이에 있는 족자도 부근을 그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자년 한해가 다 넘어가는 섣달 마지막 주에 두물머리로 그림 같은 풍경을 보러 갔다. 바람이 불었지만 그리 차지는 않다. 강에서는 오리 떼가 마른 연 줄기 사이로 헤엄을 치고, 갈대는 높이 솟아 바람에 흔들거린다. 주변 예봉산과 운길산은 이마를 맞대고 산 그림자가 물에 어린다. 나루터에는 우람한 느티나무가 서 있다. 오랜 세월 한강에서 등대가 되어 뱃길을 인도하였을 것이다. 느티나무가 있는 곳을 벗어나면 풍경의 반전이다. 가슴이 트이는 두물경이다. 하늘이 넓고 강물이 트인 곳. 저 강물처럼 옛 풍경과 옛사람들이 세월의 풍진처럼 흘러간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