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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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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뀌 / 물고기 잡는 매운맛 풀

향곡[鄕谷] 2021. 10. 3. 20:59

 

여뀌

물고기 잡는 매운맛 풀

 

 

과목 : 마디풀과

속명 : 신채(辛菜), 어독초(魚毒草), 역귀

개화 6~9월, 결실 10월

분포 : 전국 산야, 습지

 

 

 

 

여뀌는 마디풀과 풀로 여름철에 꽃이 핀다. 역귀 또는 역꾸라 부르는데, 맛이 매워서 귀신을 쫓는다는 풀이라 역귀(逆鬼)에서 유래하였다는 말이 있다. 물을 좋아하여 습지나 시냇가에 무리 지어 자란다. 가지 끝에 이삭 모양 붉은 꽃이 달리는데 수질 정화 기능도 있다. 여뀌는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는데 유용하게 썼다. 여뀌 잎과 줄기를 찧어서 냇물에 풀면 물고기들이 맥을 못 추고 천천히 움직여 물고기를 건져 올렸다. 그래서 여뀌를 '어독초(魚毒草)'라 한다. 큰 어구 없이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 여뀌였다. 고기에게는 마취제인 셈이다.

 

윤선도(1587~1671)가 지은 '어부사시사(漁夫四時詞)'에 여뀌가 나온다. 계절마다 펼쳐지는 어촌 정경과 어부생활의 모습을 노래한 것이 가사의 내용이다. 가을 노래(秋詞) 한 구절에 '밀물에 서호로, 썰물에 동호로 가자 / 흰 마름 붉은 여뀌는 곳마다 경치로다' 하여 갯가에 자라는 여뀌가 소재로 나온다. 작가 최명희(1947~1998)가 쓴 소설 '혼불'에도 여뀌가 나온다. 혼불은 일제강점기 1936~1943년까지 종가를 지키던 종부 3대의 갈등과 문중 땅을 부치며 사는 상민 마을 사람들의 삶을 그린 대하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기구한 여성의 부러진 날개를 나타내는 '여뀌 꽃대 부러지는 소리'가 몇 번 나온다. 소설의 배경은 전북 남원이요, 광한루와 시내를 가로질러 섬진강에 합류하는 물이 요천(蓼川)인데, '요(蓼)'자가 '여뀌 요'자이다. 요천엔 여뀌가 아름답게 피어 이런 이름을 얻었다. 작가는 17년 동안 소설 '혼불'을 썼는데, 소설을 쓰기 위해 1981년 국어교사를 그만두고, 나중에는 암에 걸렸지만 치료를 거부한 채 소설을 완성하고 2년 만에 별세하였다.

 

여뀌 이름을 가진 풀은 종류가 많아 구분하기 쉽지 않다. 여뀌는 줄기에 털이 없고 꽃은 연녹색이었다가 연갈색으로 바뀌며 잎에는 검은 점이 없다. 개여뀌는 이삭 모양으로 촘촘히 생겨서 붉은색을 띠는데 서로 모여서 핀다. 개여뀌 줄기에는 털이 나 있고, 꽃은 분홍색이며, 뾰족한 잎에는 검은색 점이 있다. 가시여뀌는 가시 같은 붉은색 선모가 많이 나 있다. 기생여뀌는 줄기에 갈색의 긴 털과 선모가 빽빽이 나고 꽃은 좁쌀 모양 짙은 빨간색 꽃이 달린다. 키가 큰 털여뀌는 전체에 긴 털이 빽빽이 나 있다. 이삭여뀌는 자잘한 빨간색 꽃이 이삭 모양으로 달렸다. 대부분 여뀌가 한해살이풀인데 비해 이삭여뀌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장대여뀌는 잎 양끝이 길게 좁아지며 양면에 털이 드문드문 나며 가늘고 긴 꽃이삭에 붉은색 꽃이 성기게 달린다. 산여뀌는 꽃이 두상 꽃차례처럼 달리는데 잎 양면에 샘털이 있으며 잎자루에 날개가 있다. 이밖에 바보여뀌, 흰여뀌, 명아주여뀌 등이 있어 구별을 어렵게 한다.  

 

여뀌는 잎을 씹어보면 매운맛이 있어 신채(辛菜)라고 부른다. 후추를 넣은 듯 매콤하다. 생선회를 먹을 때 여뀌 새순을 곁들였는데, 지금은 워낙 먹을 것이 많으니 여뀌를 먹지는 않는다. 여뀌는 어린 순을 먹기도 하고 벌을 키우는 농가에서는 밀원용으로 쓴다. 지혈과 타박상에도 썼다. 아버지 산소에 가다가 보면 길가에 물 흐르는 곳에 여뀌가 많다. 작은 꽃차례가 순서에 따라 피어 한참 동안 볼 수 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들여다본다. 하나씩 보면 아무렇지 않게 보여도 모여 있으니 아름답다. 여뀌는 꽃이 피기 전이나 핀 후나 꽃색이 비슷하다. 꽃에는 꽃잎이 없다. 꽃받침 색깔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여름에 꽃이 적은 시기에 졸졸 물 흐르는 곳에서 피는 작은 들꽃이 아름답다.  

 

 

 

 

여뀌 / 청량산 (경기도 성남)

 

 

여뀌 / 안곡습지 (경기도 고양) *함박꽃 김희님 사진

 

 

개여뀌 / 남한산성

 

 

털여뀌 / 한강 잠실지구

 

 

장대여뀌 / 남한산성

 

 

이삭여뀌 / 욕지도 (경남 통영)

 

 

기생여뀌 / 경기도 성남

 

 

가시여뀌 / 강원도 삼척

 

 

바보여뀌 / 남한산성

 

 

흰여뀌 / 한강 암사생태보전지구

 

 

산여뀌 / 경기도 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