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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과 숲 7. 남양주 사릉(思陵.단종비 정순왕후)

향곡[鄕谷] 2021. 11. 4. 17:42

 

 

왕릉과 숲 7

 

남양주 사릉(思陵. 단종비 정순왕후)

 

경기도 남양주 진건읍 사능리 산 65-1

 

 

사릉(思陵) : 조선 6대 단종비 정순(定順) 왕후 송(宋)씨 (1440-1521. 82세)의 능. 단릉

 

 

 

정순왕후 송 씨는 단종이 왕이 된 이듬해(단종 2. 1454년)에 왕비가 되었다. 왕비가 된 다음 해에는 단종이 세조에게 왕위를 넘겨주자 대비가 되었고, 세조 3년(145년)에 단종 복위 운동이 실패하자 단종은 노산군으로 되면서 영월로 유배되고, 왕후의 신분도 군부인으로 낮아졌다. 단종 내외는 동대문 밖 청룡사 우화루(雨花樓)에서 이별의 밤을 보낸 후 청계천 다리에서 영원히(永) 건너서(渡) 돌아오지 못할 이별을 하였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그 다리를 영도교(永渡橋)라 불렀다. 단종이 떠난 후 왕후는 동대문 밖 청룡사 옆 정업원(靜業院)에서 시녀들과 살았다.  

 

시녀들은 구걸을 하거나 동묘 옆 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하여 끼니를 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금남(禁男) 시장을 만들어 장사를 도왔다. 동관묘 앞 숭신초등학교 옆에 '여인시장터'란 표석이 그곳이다. 왕후는 청룡사 뒤쪽 우산각에서 샘물을 길어 옷감 염색을 하여 생활 방편으로 삼았으니 그 샘을 자주동샘이라 부른다. 우산각은 청백리 상징인 유관(柳寬)이 비가 올 때 지붕이 새어 우산을 받치면서 우산이 없는 집은 어떻게 사느냐 했던 집이다. 뒤에 5대 외손 지봉 이수광이 이 집을 받아서 우산으로 겨우 비를 가리는 집이란 뜻으로 비우당(庇雨堂)이라 하였다. 왕후는 단종과 이별한 후 하루같이 정업원 앞 언덕에 올랐다. 영월 땅을 바라보며 단종을 그리워하고 명복을 빌며 수십 년 동안 눈물을 묻은 곳이다. 왕후가 동쪽을 바라보았던 곳이라 하여 동망봉(東望峰)이라 한다.

 

왕후는 18세에 홀로 되어 82세까지 평생을 정업원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후사는 없어 단종 누나인 경혜공주 시댁인 해주 정 씨 집안에서 선산에 왕후를 모셨다. 숙종24년(1698년) 왕비로 복위되자 무덤도 능으로 조성하였다. 능호는 평생 단종을 생각하며 살았다는 의미로 사릉(思陵)이라 했다. 능으로 격상되어 주변에 있었던 해주 정 씨 묘를 옮기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그대로 두기로 하였다. 병풍석과 난간석, 무인석은 없다. 왕후 사후 250년 뒤 영조는 왕후가 살았던 곳에 정업원 옛터란 의미로 정업원구기(靜業院舊基)라 비각글씨를 쓰고, 현판 글씨로는 '앞산 뒷산 천만년을 가리(前峯後巖於千萬年)'라고 썼다. 이미 그때 정업원은 없어졌던 모양이다. 역사는 사라지지는 않는다. 눈앞에서 멀어져 있을 뿐이다. 영조가 동망봉이라 쓴 글씨는 일제 때 채석장이 되어 없어지고, 지금은 동네사람들이 올라와 운동을 하고 쉬는 곳이 되었다.

 

사릉은 사릉역에서 2㎞로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사릉 안 숲길도 천천히 30분이면 걸을 수 있다. 해주정씨 선산이 있던 곳이어서 다른 왕릉에는 드물게 있는 산수유와 두릅나무가 많고, 큰 대추나무가 있다. 산수유는 강장제로 쓰고, 두릅은 목두채(木頭菜)라 하여 '나무 끝에 달리는 채소'이고, 대추는 제사에 쓸 수 있으니 요긴한 나무들이다. 최근에 이곳에 있는 소나무 한 그루를 장릉으로 보내 단종과 영혼을 이어준 정령송(精靈松)으로 삼기도 하였다. 한편에 피나무도 있다. 피나무 목재는 황백색으로 가볍고 연하다. 결이 곱고 가공도 쉬워 판자나 궤짝으로 만드는데,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는 궤짝은 대부분 피나무이다. 새들이 좋아하는 까마귀밥나무, 붉은 열매가 2~4개씩 붙어 달리는 장구밥나무, 염주를 만드는 모감주나무, 달고나 냄새가 나는 계수나무, 빨강 열매가 댕그랑댕그랑 참빗살나무가 한창 열매를 내거나 단풍잎이 아름답다. 산국, 감국은 국화 향기가 짙고, 은방울꽃은 둥글고 빨간 열매를 은방울 대신 달고 있다. 이곳에는 각 왕릉에 보낼 꽃과 나무를 키우는 종묘장이 있어 작은 구경거리이다. 평생 외로이 살았던 정순왕후는 이젠 꽃나무가 둘러싸고 있다.   

 

 

※ 사릉에서 본 나무와 풀 ¨ 두릅나무가 많다

⑴ 나무 : 산수유, 두릅나무, 모감주나무, 참빗살나무, 백당나무, 산옥 매, 매화나무, 대추나무, 청실배나무, 자귀나무, 이팝나무, 구상나무, 미선나무, 계수나무, 인동초, 까마귀밥나무, 진달래, 장구 밥 나무, 피나무

⑵ 풀 : 박하, 감국, 산국, 용담, 물레나물, 삼지구엽초, 새끼꿩의비름, 냉초, 뻐꾹나리, 쑥부쟁이, 은방울꽃

 

 

 

 

단종부부가 이별의 밤을 보낸 청룡사 우화루. 청룡사는 고려 태조때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단종부부가 이별한 청계천 영도교 자리

 

 

 

정순왕후가 궁에서 나와 평생을 살았던 정업원터 비각

 

 

 

정순왕후를 도운 채소시장터. 숭인초등학교 앞 여인시장터 표지석

 

 

 

동망봉 / 정순왕후가 매일 올라와 영월을 바라본 곳. 지금은 마을사람들 쉼터이다

 

 

 

정순왕후가 매일 올라온 동망봉 표지석. 영조가 쓴 동망봉 표지석은 일제시대에 없어졌다

 

 

 

사릉(정순왕후능) / 석물과 능의 규모가 단출하다

 

 

 

홍살문 부근 소나무숲

 

 

 

능 부근에 많은 산수유(층층나무과)

 

 

 

 

사릉 부근 해주정씨 묘역. 단종 누나의 시댁으로 돌아가신 정순왕후를 모신 집안이다. 부근에 두릅나무가 많다

 

 

 

소나무 숲길

 

 

 

감나무(감나무과)와 모감주나무(무환자나무과)

 

 

 

참빗살나무 (노박덩굴과)

 

 

 

대추나무 (갈매나무과)

 

 

 

청실배나무 (장미과)

 

 

 

까마귀밥나무 (범의귀과)

 

 

 

은방울꽃 열매

 

 

 

장구밥나무 (피나무과)

 

 

 

피나무 (피나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