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섬 여행 18
임자도(荏子島) 이야기
민어와 새우와 모래의 섬. 그리고 조희룡
전남 신안군 임자면 (2022.5.16-5.18)
* 임자도 : 면적 39.84㎢. 해안선 길이 81㎞
신안은 1004개의 섬이 있어 천사의 섬이라 한다. 임자도는 신안군 서북단에 있는 섬으로 신안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본래 6개 섬이었는데, 무려 150여 년 동안 섬과 섬 사이 바다에 둑을 쌓는 간척사업으로 하나의 섬이 되었다. 전남 영광에서 지도를 거쳐 임자도로 가는 길은 연육교와 연도교가 놓여 자동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서울에서 이곳까지 다니는 고속버스 종점은 대광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길이가 12㎞이고, 너비가 300m로 전국에서 제일 넓다는 해수욕장이다. 물은 맑고 모래밭이 깨끗하고 넓다.
섬은 간척사업으로 생긴 들이 넓다. 임자도는 어업보다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더 많다. 손이 모자라 이곳도 외국인들이 들어와 있다. 임자도의 임이 깨 임(荏) 자로 깨가 많이 나서 임자도라 하였는데 지금은 대파 농사가 주종이다. 11월 대파 수확 시기부터 4~5월 파종 때까지 외인들 손을 빌린다. 식구들까지 같이 들어온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대파 일이 끝나면 강원도 고랭지 일자리로 떠난다. 이곳은 풍력발전기를 세우느라 일꾼들이 들어와 여관방 구하기도 어렵다. 갯벌과 바다를 메워 세우는 풍력발전기는 보기도 싫고 삶터를 무너뜨린다고 주민들은 반대가 많다.
대광해수욕장 입구엔 큰 민어 조형물이 있다. 민어는 다 자라면 1m가 넘는 대형 물고기이다. 수심이 얕은 뻘에서 살다가 산란기에 연안으로 올라온다. 임자도 근해가 최대 생산지이고 바로 옆 솔섬에 있는 송도 어판장은 민어 유통량이 전국 최대인 곳이다. 어획 시기가 서해남부는 7~8월, 서해 중부는 9~10월이라 지금 맛보기가 어렵다. 민어잡이 배가 들어온다는 하우리 항은 조용하였고, 송도 어판장을 찾아갔더니 가게마다 병어를 쌓아놓고 있었다. 지금은 병어가 제철이다. 새우도 이곳이 특산물이다. 새우는 전장포가 집산지라 그곳으로 찾아갔다. 곽재우 시인이 쓴 전장포 아리랑 비가 있는 포구에는 새우를 고르는 마무리를 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 그들은 그 새우를 중하(中蝦)라 불렀다. 중간 크기 새우란 뜻으로 이해했다. 허리를 굽혀 새우를 고르고, 다른 물고기 잔챙이를 골라내며 옆을 볼 겨를이 없다. 갈매기들은 먹을 것이 천지인 포구에 몰려 배를 채운다. 풍력단지로 뻘이 망가지면 민어도 새우도 어민들의 삶터도 회복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대광해수욕장 부근에 조희룡기념관이 있다. 조희룡(趙熙龍. 1789-1866)은 추사 김정희의 문하인으로 1851년 추사가 세 번째 유배지인 북청으로 갈 때 조희룡은 임자도로 유배 왔다. 양반은 아니었으나 그림과 글씨 솜씨를 왕으로부터 인정받았다. 헌종은 금강산 풍경을 그에게 그려오게 하고 벼루를 하사하였다. 그는 매화와 난초를 많이 그렸지만 임자도에 와서는 대나무도 그렸다. 그는 그린 그림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대나무 6천 개를 그리고는 군사 6천을 얻었다고 하였다. 그가 가끔 갔다는 용난굴은 바다 가까이에 있는데 밀물이라 볼 수 없었고, 그가 2년 유배생활을 한 적거지는 새로 가꾸어 주위에 홍매화 등 여러 나무를 심었다. 옛 얘기는 아련한데, 새로 꾸민 적거지는 화려하다. 현판은 만구음관(萬鷗吟館)이라 썼다. '만 마리 갈매기가 우는 집'이다.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적거지 앞이 들판이 되었지만 그 옛날엔 바다였다. 그에게는 6천의 군사가 있었고, 만이나 되는 벗이 있었다. 그는 스스로 그린 그림과 글씨 속으로 들어가 위안을 삼았다. 덕분에 마을은 운치를 더하게 되었다.
* 숙소 : 숙박과 식사가 같이 되는 대광해수욕장 앞에서 숙소를 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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