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불영계곡과 불영사
백두대간 넘어 만나는 깊은 계곡과 절
경북 봉화에서 백두대간을 가로질러 노루재 터널을 빠져나오면 울진이다. 삼림이 울울창창하고 진귀한 물산이 많아 울진(鬱津)이라 하였다. 고개를 내려서면 길 양쪽으로 산등성이를 가르는 계곡이 깊다. 동해까지 장장 15㎞를 이어가는 불영계곡이다. 절벽 사이 기암괴석에 소나무가 터를 잡고, 그 아래로 계곡물이 구불구불 흐른다. 가히 물은 바위를 만나야 기이해진다.
계곡으로 흐르는 물이 봉우리를 감싸고돌아 산태극 수태극(山太極 水太極)을 이룬 곳이 불영사이다. 산과 물이 음양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지기(地氣)가 충만하고 생기(生氣)가 가득해진다는 형상이다. 이곳 명성도 그런 풍수적 해석으로 가치를 더한다. 주차장 앞 일주문을 지나면 금강소나무가 호위하는 1.2㎞ 정도의 숲길이다. 금강소나무는 위쪽으로 갈수록 붉은 기가 더 난다. 소나무 숲이 끝나는 지점에 절이 보인다.
절은 서쪽 자락에 있는 부처 형상의 바위가 절 앞 연못에 비친다 하여 불영사(佛影寺)란 이름을 붙였다. 산속에 이런 너른 평지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제법 넓다. 앞뒤로 낮은 봉우리들이 빙 두르고 있다. 의상대사가 산천을 두루 다니다가 이곳 산에 올라보니 당나라에서 수도할 때 보았던 천축산(天竺山)과 비슷하여 산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천축(天竺)은 부처님이 사는 곳이고, 극락세계를 이르는 말이다. 어리연꽃이 연못을 덮고 있어 부처바위 그림자는 찾을 수 없다.
연못 주위로 절 건물들이 빙 둘러 섰다. 자연석 축대에 앉은 절집이 수수하고, 산과 어울려 자연스럽다. 계단을 내려서는 곳에 삼층석탑인 무영탑도 절 분위기와 맞게 아담하다. 대웅보전 계단 아래에 고개를 쑥 내민 돌거북 한쌍이 있다. 대웅전을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절에서 전하는 얘기로는 불영사가 있는 자리가 화산(火山)이어서 그 불기를 누르라고 용왕의 화신인 거북을 모신 것이라 한다. 배롱나무가 있는 연못을 한 바퀴 돌고 절을 나왔다. 불영계곡을 따라 울진읍내로 내려섰다. 왼쪽은 금강소나무 숲이고 오른쪽은 계곡이다. 절벽의 변화를 감상하며 굽이굽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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