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누비길 2-6. 청계산길
폭설에 꺾인 소나무 사이로
하오고개 - 국사봉 - 이수봉 - 석기봉 갈림길 - 혈읍재 - 매봉 - 헬기장 - 옛골
이동거리 8.8㎞. 이동시간 3:54. 휴식시간 1:11. 계 5:05 (2024.12.26. 맑음. -3.9~4.2℃)
겨울 산행에 혼자 나서기는 조심스럽다. 친구와 동행하였다. 청계산 남쪽 하오고개에서 국사봉 오르는 길은 북사면에서 부는 바람이 차가웠다. 겨울산에서 난도는 기온과 바람과 눈(雪)이 좌우한다. 특히 바람의 영향이 크다. 찬바람이 불면 산길 방향에 따라 얼굴에 스치는 강도가 다르다. 나뭇가지에서는 작은 바람소리가 난다. 바람은 바람소리의 의성어인 '바라' 또는 '브르'에서 명사형 접미사 '-암' 이 붙어 이루어진 말로 추론한다. 하늘의 기운을 상징하는 것이 바람이니, 바람은 하늘의 소리다. 바람은 소리가 나는 것이 속성이다.
초입 산길은 바람도 불고 경사가 있어 숨이 가쁘다. 신갈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 바닥에 노란 열매가 몇 알 보인다. 위로 쳐다보니 겨우살이다. 겨우살이는 새의 배설물과 함께 가지에 붙어 천천히 나무껍질과 형성층 사이를 파고든다. 그렇게 자리 잡고서 나무의 영양분을 섭취하여 이 겨울에도 초록으로 자란다. 원터마을 갈림길에는 사랑나무가 여럿 보인다. 주로 참나무류와 쪽동백나무가 붙어 자란다. 쪽동백나무는 다른 나무를 무척이나 좋아하나 보다. 사랑나무는 혼자 있을 때보다 훨씬 거대해지고 병충해에도 강해진다. 합쳐지기 전 성질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 사랑은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사는 것이다.
국사봉을 내려와 이수봉을 지나 석기봉까지는 소나무가 많은 곳이다. 이번 눈에 꺾인 소나무가 많다. 소나무는 양지에 살며 그늘진 숲 속에서 도태되어 갔는데, 설해목 피해까지 많이 입고 있다. 해솔은 억세고 강하여 곰솔이라 하고, 소나무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여송(女松)이라 한다. 이번에 그것이 확인되었다. 소나무가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이웃 나무 가지도 없어지고 내 가지도 없어졌더라는 일이 일어났다. 병에도 약하고 눈에도 약하다. 너무 보호를 많이 받아서 그런 것일까.
청구영언에 이런 시조가 있다. '바람에 휘었노라 굽은 솔 웃지 마라 / 춘풍에 핀 꽃이 매양에 고왔느냐 / 풍표표 설분분 할제 나를 부러워 하리'. 봄바람에 핀 꽃들이 굽은 소나무를 보고 웃지 말라는 것이다. 바람 불고 눈발 날리면 청청한 자태의 소나무를 부러워할 것이라는 말이다. 세상에 강한 것은 쇠약해지고 약한 것은 보완된다. 그런데 이번 눈에 소나무가 많이 꺾였다. 소나무는 줄기가 꺾이면 줄기나 가지를 새로 내지 않는다. 소나무는 줄기가 꺾이면 죽는 길을 택하고, 다른 나무는 새로운 줄기를 내어서 산다. 참으로 대조적인 삶의 방식이다. 꺾이면 죽을 것이냐, 보완해서 살 것이냐.
※ 교통편
(갈 때) 수인분당선 야탑역 3번 출구에서 103번 사당행 버스승차, 하오고개 하차
(올 때) 옛골에서 342번 버스 승차, 8호선 모란역에서 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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