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가을 8

구월에 피는 꽃

구월에 피는 꽃 향곡 들녘을 달구던 뜨겁던 여름 볕은 식어가고 드디어 나는 하늘 아래 꽃이 되었습니다. 건들바람 불어와 이리도 좋은 날에 내가 그리던 하늘을 닮은 꽃이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기다린 이 땅에서 작은 터를 잡고 맑고 텅 빈 하늘로 가슴을 열었습니다. 온 천지에 생명의 기운이 가득 차 오르고 아 이제는 내 깊이 바라던 그런 꿈을 꿉니다. ※ 아래 사진은 남한산성 다니며 찍은 9월의 꽃입니다.

가을이 있는 옛시조

가을이 있는 옛시조 억새 / 북배산 (경기도 가평. 2008.10.4) 쓰르라미 새벽에 선탈했는지 그 허물 청산 속에 남겨뒀기에 초동이 주워온 걸 바라봤더니 온 세상에 가을바람 일어나더라 - 황오(1816~1863), 쓰르라미 껍질 시골집이 조그맣게 밭 사이 있어 감, 대추와 밤나무로 둘리어 있네 서릿바람 불어와 무르 익으니 말과 소의 눈에는 온통 붉은 빛 - 황오, 농가의 이런저런 일을 읊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였는가 아마도 오상고절(傲霜高節)은 너 뿐인가 하노라 - 이정보, 국화

오동나무 / 오동잎 지는 소리에 가을은 깊어가고

오동나무 오동잎 지는 소리에 가을은 깊어가고 창 밖에 오동잎이 달빛에 어른거리고 바람 불어 서걱거리는 가을밤은 깊다. 며칠 뒤면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다. 가을 서리가 내릴 때 바람 불어 커다란 잎이 땅바닥에 툭 떨어지며 바닥을 치면, 잎 넓이 만큼 소리도 커서 마당을 울린다. 털보가수 김도향이 부른 시원한 노래,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잣더니, 어이타 봉황은 꿈이었다 안 오시뇨'를 듣고 싶다. 오동나무는 봉황새의 전설이 있어 신비로움이 있다. 오동나무 밑을 지나다가 혹시 나무 위에 그 새가 있을까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오동나무의 우리 옛말은 머귀나무인데, 오동(梧桐)나무는 그냥 오동이라기도 한다. 한자로 풀어보면, 오(梧)는 나무 껍질이 푸른 벽오동(碧梧桐)이고, 동(桐)은 나무껍질이 흰 백동(白..

창덕궁에서 창경궁 가는 길

창덕궁에서 창경궁 가는 길 (2010.11.8) 노란 은행잎 하나가 주머니 속으로 들어왔다. 가을이 들어왔다. 지나가는 자전거 바퀴 뒤로 낙엽이 흩어진다. 행인은 떨어지는 잎을 휘저어 보기도 하고 허리를 숙여 떨어진 잎을 줍기도 한다. 가을이 가고 있다. ※ 창덕궁은 안국역3번 출구에서 250m 정도 가면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이 나오며, 돈화문에서 왼쪽 담을 따라 단봉문 앞을 지나 10여분 걸어가면 창경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