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겨울눈 17

겨울비 오는 우이령길

겨울비 오는 우이령길 교현리 - 우이령길 - 우이역 이동거리 7.3㎞. 소요시간 2:30 (2023.12.11. 비. 5.0~12.3℃. 비11.4㎜) 밤새 온 비에 나무와 풀이 젖었다. 비는 소리 없이 내린다. 땅은 비에 젖어 봄날 땅처럼 부드럽다. 지금은 비가 내린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뿌린다고 하였다. 비의 고어가 .블'인데, 뿌리다의 고어 '쁘리다' 의 어근이 '블(쁠)'이다. '블'이 비의 뜻을 지녔고, 그래서 비는 뿌린다고 하였다. 봄비는 만물을 소생시키고, 겨울비는 땅을 마르지 않게 한다. 길가에 산수국 잎도 비에 젖었다. 수국(繡菊)이 수국(水菊)이 되었다. 노박덩굴 열매는 새가 먹은 것인지 빗물에 흘러서 가버린 것인지, 노랑 껍질 속 빨강 열매는 몇 개만 남아 있다. 밤나무도 줄기가 비에 ..

왜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을 가지고 오나?

왜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을 가지고 오나?       아버지 산소에서 내려오는 산길 옆에는 대추나무가 있다. 추석이 보름 정도 남았을 무렵에는 아직 대추가 퍼렇다. 어머니는 대추를 보고 안 먹으면 늙는다며 따서 드셨다.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한다고 대추나무엔 가시가 많아서 조심스레 가지를 잡고 덜 익은 대추를 따서 우물우물 씹었다. 강원도 어느 산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대추나무가 있는 집을 지나갔다. 어떤 아주머니가 지나가는 나를 부르면서 대추나무를 보고 그냥 지나가면 안 된다며 서너 개 따 주었다. 다른 과일에 비해 유난히 대추만큼은 정을 더 베풀었던 과일이다. 대추나무는 성질이 천하태평인지 늦봄이 되어서야 가지에 싹이 돋아나니,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아보느라 죄 없는 가지를 꺾어보기도 한다.  그것을..

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6. 산길에서 ③

겨울눈 19 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6. 산길에서 ③  나무는 봄이 되어도 겨울눈이 밖으로 나올 시기가 달라서 일찍 꽃이 피는 개나리나 생강나무는 겨울에 접어들기 전에 꽃눈을 준비한다. 나무가 부지런히 준비하고 기다리듯 성공한 사람들은 언젠가는 올 기회를 위해 평소에 꾸준히 준비를 한다. 달리기에서 늦게 출발하면 따라잡기 힘들 듯 늦게 나오는 겨울눈은 초록에 묻혀 살아가기 어렵다. 또한 겨울눈으로 겨울을 나기 어렵다면 그 나무는 더 이상 살아가기 어렵다. 겨울눈은 겨울을 이겨내는 눈이요, 다가오는 봄에 희망을 펼칠 눈이다. 나무가 겨울눈을 준비하고, 운동선수들이 겨울에 몸을 만들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평소에 갈고닦는 것도 앞날을 기약하기 위해서다.      ▼ 갯버들 (버드나무과)강이나 바다에 물이 들..

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5. 산길에서 ②

겨울눈 18 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5. 산길에서 ②  겨울에는 나뭇가지나 줄기에서 겨울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귀중한 볼거리다. 나무는 부지런하여 한겨울에도 쉬지 않고 싹을 틔울 준비를 한다. 사람이 나이 들어서도 부지런히 갈고닦지 않으면 녹이 슨다고 하는데, 나무는 쉬지 않고 움직이며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나무는 잎을 다 떨구고서 사는 시간이 헛된 시간이 아니다. 텅 빈 계절이 아니다. 삶의 이유를 찾아 살고 있는 나무의 시간은 연중무휴다.   ▼ 오동나무 (현삼과)전국의 산과 들에 야생하며 심어서 기르기도 한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껍질눈이 발달하여 세로로 갈라진다. 꽃눈은 열매처럼 동그란데 여름부터 생기고 갈색털이 밀생 한다. 잎눈은 작다.     ▼ 때죽나무 (때죽나무과)쪽동백나무에 비해 ..

북한산둘레길 나무 겨울눈 8. 도봉산 입구~우이동

겨울눈 17북한산둘레길 나무 겨울눈 8. 도봉산입구~우이동 도봉산 입구-무수골-쌍둥이전망대-정의공주묘-연산군묘-우이동이동거리 6.3㎞. 이동시간 3시간 (2021.2.8. 맑음. -5.4~0.2℃)  겨울 날씨 치고는 기온이 그리 낮다고 볼 수는 없으나 바람이 불어서 차게 느껴진다. 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으니 내 몸이 핫팩이다. 사람은 옷 등으로 체온을 유지하는 유일한 종이다. 체온 조절이 어려운 파충류는 줄고 사람과 조류가 살아남는 이유다. 에너지 소비를 보충할 수 있는 동물이 유리하다. 북한산둘레길 중 도봉동에서 방학능선을 거쳐 우이동까지 오는 길에는 멧돼지 폐사체와 멧돼지 출몰에 유의하라는 플래카드가 많다. 숲 속에 지천으로 깔려 있어야 할 도토리 열매가 사람들이 주어 가니 산에는 먹이가 없어져서 ..

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4. 산길에서 ①

겨울눈 16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4. 산길에서 ①  눈이 몇 차례 왔지만 눈은 이내 녹고 없다. 대지의 숨결인 바람이 눈을 가만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람은 늘 변화를 좋아한다. 겨울을 나는 식물은 잎이 짙고 어두운 편인데, 이곳 산기슭엔 그런 모습이 적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볕을 담뿍 받고 있다. 그 나무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길은 근처에 사는 사람을 닮듯, 사람은 그가 사는 곳 나무를 닮았을 것이다. 인연과 생태계는 그렇게 순환한다. 나무에서 겨울눈은 나무의 다음 세상을 준비한다. 겨울눈에서 다가오는 나무의 봄을 그려본다.   ▼ 팥배나무 (장미과)열매는 팥알, 꽃은 배를 닮아 팥배나무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인데 세로무늬가 생긴다. 겨울눈은 긴 난형이다.    ▼ 물오리나무 (자작나..

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3. 집 부근 꽃나무 ①

겨울눈 15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3. 집 부근 꽃나무 ①  나무가 겨울이 되면 침엽수는 잎에 결빙을 막는 부동액이 있지만 잎이 부드러운 활엽수는 방어력이 없어 서둘러 잎을 버려서 고난한 겨울을 피한다. 그리고 휴식에 들어간다. 찬란한 봄을 맞기 전까지 휴식은 나무에겐 달콤한 시간이다. 겨울이 따뜻하다고 나무껍질에 저장해 둔 양분을 꺼내서 금방 싹을 틔우지는 않는다. 온도도 올라가야 하지만 낮의 길이도 셈하고 있다. 나무의 시계는 치밀하다. 봄을 맞아 꽃대를 올리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 개나리 (물푸레나무과)나리꽃을 닮았으나 작고 덜 아름답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으로 짐작한다. 껍질눈이 발달하고 가지는 휘어져 끝이 아래로 처진다. 겨울눈은 긴 난형이다.    ▼ 명자나무 (장미과)열매를 명사..

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2. 가로수와 울타리 나무

겨울눈 14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2. 가로수와 울타리 나무  가로수는 이집트, 중국에서 기원한다는 기록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이 병사들이 쉬도록  하기 위해 가로수를 심었다. 가로수는 햇빛을 가려 쉼터가 되고, 온도를 낮추어 더위를 식히고, 경계를 지어 가림막도 하고, 매연 등 환경오염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은행나무, 버즘나무(플라타너스), 벚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썼지만 열매가 떨어져 지저분해지고 냄새가 나서 사람들이 피하여 점차 줄고 있다. 대신 모감주나무, 이팝나무, 튤립나무, 팥배나무, 마가목 등이 가로수로 등장하고 있다. 꽃과 잎이 보기 좋고 열매가 붙어 있어 잘 떨어지지 않는 장점도 있다. 위례 주변에서 자라는 가로수와 울타리로 쓰는 나무의 겨울눈을 찾아보았다.     ▼ 대왕참나무..

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1. 열매를 얻는 나무

겨울눈 13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1. 열매를 얻는 나무  위례는 남한산성이 있는 청량산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동네이다. 위례 일원 공원과 산길에는 많은 나무가 자라고 있다. 사람은 식물에서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자원과 산소를 얻고 있는데, 그중에서 나무에서 얻는 자원이 많다. 산책을 하다가 보면 열매를 얻는 나무, 가로수나 울타리로 심는 나무, 꽃이 아름다워 심는 나무, 산에서 자라서 오솔길에서  만난 나무도 있다. 그런 나무를 구분하여 겨울눈을 찾아보았다. 나무는 봄이 오는지 빛을 감지하고 있다. 식물의 생체 시계는 늘 움직이고 있다. 겨울눈에서 꽃과 싹이 움틀 날이 멀지 않다.   ▼ 가래나무 (가래나무과)가래나무 씨앗은 밭갈이에 쓰는 가래를 닮아 가래나무다. 겨울눈은 갈색이고 털로 덮인다.  ..

북한산둘레길 나무 겨울눈 7. 회룡~도봉산 입구

겨울눈 12북한산 둘레길 나무 겨울눈 7. 회룡~도봉산 입구회룡-원도봉 입구-다락원-도봉산 입구이동 거리 약 8㎞. 이동시간 4시간 (2020.2.3. 맑음. -9.4~1.4℃)  식물을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한눈에 쓰윽 살펴볼 수도 있지만 조목조목 뜯어볼 수도 있다. 보는 것도 눈으로 보는 것, 촉감으로 느끼는 것, 맛으로 느끼는 것, 소리로 느끼는 것, 냄새로 느끼는 것이 있다. 눈으로 보는 것도 꽃, 잎, 열매, 나무껍질, 겨울눈을 살펴볼 수 있다. 그것을 또 나눠서 보는 등 한 나무를 보는 내용도 다양하다. 그래서 이번 북한산 둘레길 나무 겨울눈을 보러 나서는 발걸음은 알찬 행보이다. 아침 날씨가 쌀쌀하다. 기온이 오르내리는 것은 있지만 조금씩 기온은 올라가고 있다. 나무는 겨울눈을 조금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