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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고개에서 신로령까지 / 환상적인 눈 산행지

향곡[鄕谷] 2014. 2. 16. 20:16

 

 

광덕고개에서 신로령까지

환상적인 눈 산행지

 

경기도 포천군 (2014.2.15. 맑음. -10~3℃) 

광덕고개(665)-백운산(903)-도마치봉(948.5)-도마봉(955)-신로봉(999)-신로령(960)-이동면(165) (16.3㎞. 8시간 20분)

 

 

 

'살아 진천, 죽어 용인'이란 말이 있듯이, 이곳에도 '살아 포천, 죽어 장단'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일세의 명망가들이 살았던 고장이다. 사육신의 한 사람 유응부가 있고, 한말 기개 있는 유학자이며 의병장으로 활약하였던 최익현선생이 있으며.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이 이곳 출신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광덕고개 오르는 고갯길은 구불구불하다. 구절양장이 따로 없다. 박달봉과 백운산 사이를 비집고 광덕산 쪽으로 올라가는 고개는 경기도 포천에서 강원도 화천으로 넘어간다. 박달산의 '박'은 원래 '밝'이었을 터이고, 백운산의 '백'도 '흰 빛'이며, 광덕산의 '광'은 넓다는 의미이니, 모두가 높고 넓으며 밝은 산지이다. 그러니 오늘 밟은 산행길은 더 밝은 눈 산행길이다.

 

광덕고개 출발점은 겨우살이나 버섯 등 이 고장에서 나는 임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여럿 있다. 강원도와 경기도에서 나는 물물을 바꿔 쓰려 만나는 고개일 것이다. 고개 오르기 전까지는 눈이 보이지 않아, 눈 구경 하겠나 싶었는데, 산에 올라 서자 능선은 그게 아니었다. 눈이 꽤 있었다. 함박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 하였는데, 올 겨울 영동지방 눈은 너무 많이 왔다. 풍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오늘 산길은 40리다. 눈 구경은 실컷 하였지만 발에 엉기는 눈을 밟으며 걸어 산길은 더욱 멀다. 길고 긴 능선길, 힘들지만 아름답다. 아름답고도 멋있다. 온 천지가 희고, 머리 속도 딴생각이 다. 그저 걷고 또 걷는 생각에 머리 속은 텅 비었다.  눈 속에서 피는 꽃이 그윽하듯, 먼 산길 끄트머리에서 걷는 자의 고난도 눈 녹듯 사라졌다.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으며, 높았던 것은 반드시 낮아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어둠이 짙어졌다. 하루 걸음이 길었다.

 

 

 ※ 교통편

 (갈 때) 동서울터미널에서 9시발 사창리행 버스로 광덕산 하차. 1시간 40분 걸림. \9,800

 (올 때) 이동버스정거장에서 동서울행 버스 승차. 1시간 20분 걸림. \7,800. 막차 20시 25분

 

 

 

 

 도마봉 설경 / 뒤에 보이는 것은 국망봉

 

 

 

 

 도마치고개에서 석룡산 가는 산길, 멀리 화악산도 있다 / 도마봉에서

 

 

 

 국망봉 가는 산길은 온통 희다 / 도마봉에서

 

 

 

 

 

 

 

 

 

 

 

 

 

 

 

 

 

 

 국망봉이 바로 앞이지만 우리는 여기서 하산한다

 

 

 

 

 

 석룡산 산줄기가 아름답다. 멀리 화악산이 뒤를 받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