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짐작과 배려의 과일
담 너머로 넘어온 감을 지나가는 아이들이 가만 둘 리 없다. 어른들은 방안에 있으면서 지나가는 아이들이 감을 따도 가만 두었다. 좀 심하게 딴다 싶으면 긴 담뱃대로 놋쇠 잿털이를 툭툭 쳤다. 기침을 하거나 사람이 방에서 나오면 혹시라도 나무 위에 있던 아이들이 약한 감나무 가지가 부러져 다칠까 봐 조심하였다. 손자들이 홍시를 달라고 하면 감을 쪼개서 주었는데 한 개를 다 주어 생기는 변비를 막기 위한 배려였다. 그렇듯 감은 할아버지의 짐작과 배려가 묻어 있는 과일이었다.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잘 익은 홍시를 먹는다. 여기 있는 것은 새들의 것이니 말릴 사람도 없다. 새는 한 입 먹고서 두리번거리더니, 또 홍시 속으로 주둥이를 쑤욱 넣는다. 눈치 보지 말고 실컷 먹거라. 얼마나 맛있겠니. 예전엔 감을 따면서 까치밥이라며 새들 몫을 남겨 두었다. 옛 어른들은 새들에게도 배려를 하는 여유가 있었다.
(2016.11.15.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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