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울음소리
큰부리까마귀 / 한라산 백록담 (2006.10.28)
우리 동네 까마귀 울음소리는 좀 격하게 "까~악 까~악" 운다. 아침에 그 울음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좀 묘하다. 까마귀는 흉조라는 얘기를 들어서이다. 까마귀는 남방에서는 오만하고 탐욕스럽고 꾀가 많은 흉조이고, 북방에서는 지혜롭고, 기억력이 좋고, 신성하다고 여기는 길조로 알려져 있다. 까마귀는 도시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다.
산에 다니다가 보면 한적한 숲 속에서 가끔 까마귀를 볼 수 있다. 나무 위에서 앉아 있다가 사람들이 자리를 뜨면 바닥으로 내려와 남은 먹이를 찾는다. 까마귀는 썩은 고기도 즐겨 먹는데 예민한 후각으로 멀리서도 냄새를 잘 맡는다. 썩은 고기를 뒤지고, 색깔이 검으니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한다. 그래도 주변을 깨끗하게 하는 청소부 역할을 하여 도움을 준다.
산길을 가다가 잘 들어보면 까마귀 소리가 다르다. "까~까~까~" 우는 것은 먹이가 있다는 것이고, 어떨 때는 '깍깍깍" 격하게 사람에게 위협을 가할 듯 운다. 그것은 새끼를 지키고 사람이 온다는 경계의 소리다. 까마귀는 한적하고 높은 산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다 키워서 내려오기에 새끼 치는 것을 보기가 어렵다. 어떨 때는 "콰~콰~'하고 느긋하게 운다. 그것은 안심해도 된다는 소리다.
까마귀는 온 식구가 모여서 산다. 까마귀가 모이면 말이 많아 시끄럽다. 할 얘기가 많은 모양이다. 새들의 노래는 새 아비한테 배운다. 아비가 없으면 삼촌한테 배운다. 까마귀도 영역이 있고,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다. 딴 곳으로 장가를 가면 그 지역 노래를 새로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따돌림을 받을지 모른다. 새들의 소리를 왜 운다고 표현했는지는 모르지만, 새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그들의 말인 울음소리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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