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산 넘고 산 614

혈구산 / 백두산과 한라산 중간 자리

혈구산(穴口山. 466m) 백두산과 한라산 중간 자리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 (2011.10.23) 외포정미소-퇴모산-혈구산-매재미 (4시간) 한의학에서 혈(穴)은 생명에너지가 지나가는 자리인데, 풍수지리에서 혈(穴)은 맥의 정기가 모인 자리라 하였다. 혈구산은 백두산에서 499㎞ 남쪽이고, 한라산에서 485㎞ 북쪽에 있어서 지리적으로 한반도 중간 자리이다. 강화에서도 가운데에 있다. 멀리 외포리 쪽 바다 건너로 해명산이 보이고, 남으로는 마리산이 있다. 그 너머로는 장봉도가 삐죽 옆구리를 내밀고 있다. 산이 몸을 한참 낮추어도 앉음새가 좋아 너른 벌판과 바다를 볼 수 있다. 솔숲을 거느려 아름다운 숲향이 있고, 산길이 좋아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호젓함이 있다. 산에 오른 시간은 산과 벗하는 시간이요,..

주금산 / 아름답고 부드러운 비단산

주금산(鑄錦山 813.6m) 아름답고 부드러운 비단산 경기도 남양주 수동, 포천 내촌 (2011.9.24) 몽골문화촌-비금계곡-합수점(왼쪽길)-헬기장-독바위-주금산-독바위-돼지우물-능골-내촌 (약 9.4㎞. 점심 1시간 포함 5시간 10분) 부을 주(鑄) 비단 금(錦). 주금산은 비단을 펼친 듯이 아름답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몽골문화촌 뒤비금계곡은 깊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다. 속삭이듯 얘기하며 산에 오르면 분위기가 더 나는 계곡이다. 계곡 물소리는 부드럽고 벌레들과 새들은 높은 소프라노 목소리로 목청을 돋운다. 공기도 청량하고 햇볕이 따스하여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독바위 앞 너른 터에서 어젯밤별을 보고 가는 사람들이 짐을 싸고 있었다. 밤하늘에 별이 쏟아져 신나게 감상하였다고 한다. 갑자기 텐트를 지..

연인산 3 / 가을 숲은 바쁘다

연인산(1068m) 3 가을 숲은 바쁘다 경기도 가평군 (2011.9.17. 맑음. 19~29℃) 백둔리-소망능선-장수샘-연인산-아재비고개-귀목 (약 10㎞. 6시간) 산행은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 백둔리에서 시작하였다. 과일나무들이 해거리를 하는지 실하지 못하다. 들꽃으로 뒤덮인 백둔리 초입은 햇볕이 따갑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여 넘어진 나무들이 많다. 새로 자라는 나무와 넘어진 나무가 공존하고 수종이 다양하여 산의 식생이 건강하다. 넘어진 나무가 있어야 벌레가 생기고 그래야 새도 찾고 숲이 건강해지는 법이다. 들풀은 바람에 눕고 산등성이는 시원하다. 바람이 서늘하면 나무도 들풀도 서서히 색깔이 변한다. 들꽃 색깔은 말끔하고 들풀은 수척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움직여 번식하려는 움직임이다. 사람들은 잡초..

화악산 촉대봉 / 화악산 동쪽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 봉우리

화악산 촉대봉(燭臺峯 1167m) 화악산 동쪽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 봉우리 경기도 가평군 북면 화악리 (2011.9.3. 맑음. 18.7~28℃) 윗홍적-홍적고개-방화선-990봉-촉대봉-990봉-임도-노씨터골-화악2리(광악) (약 11㎞. 7시간) 화악산은 경기 최고봉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열번째 높은 산이다. 겨울 첫눈 오는 일기예보에 단골로 등장하는 산이 화악산이다. 화악산은 천미터가 넘는 상봉(1468) 중봉(1446) 응봉(1436)이 위쪽에 줄지어 있고, 응봉 남쪽으로 촉대봉이 뾰족하다. 화악산은 정상에 군사기지가 있어서, 우리가 오를 수 있는 최고 봉우리는 서쪽은 중봉이고 동으로는 촉대봉이다. 산길은 경기와 강원을 가르는 홍적고개에서 시작한다. 촉대봉은 정상부가 뾰족하다고 하여 얻은 이름이다. ..

백운봉 / 여름 산정에서 맛보는 호쾌함

백운봉(白雲峰 941m) 여름 산정에서 맛보는 호쾌함 연수리-수도골-백운암-형제우물-백운봉-구름재-사나사계곡-사나사-용천리 (5시간) 경기도 양평군 (2011.8.27) 여름 산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산이 뾰족하여 히말라야의 푸모리봉을 닮았다고 하여 용문의 푸모리봉이라 부르는 백운봉이다. 긴 깔딱고개에서 땀을 많이 쏟았다. 지구에서 위도 25~30도는 무풍지대로 건조하고 더운 날씨여서 지구상 거대한 사막도 대부분 이 지역에 있다는데, 계곡에서 비껴나면 그런 자락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오르막 오르고 나면 좀 낫고, 형제우물 올라서 마신 석간수는 몸속까지 서늘하다. 감로수가 따로 없다. 형제우물에 오르면 이번 산행 반은 다 한 것이다. 남쪽 산등성이 오르며 보는 산 경치는 호쾌하다. 이 맛에 우..

신선봉 / 신선이 머물만한 산봉

신선봉(635), 용조봉(635) 신선이 머물만한 산봉 용문사주차장-용조봉-신선봉-815봉-안부-합수곡-용계골-용문사주차장 (5시간 반)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2011.8.20) 용조봉과 신선봉은 용문봉과 중원산 사이에 자리 잡고 앉은 또 하나의 숨은 산봉이다. 한강기맥이 중원산으로 내려오며 옆으로 내려온 산등성이가 용조봉인데 신선봉이 바로 그 위에 신선처럼 앉아 있다. 이 산등성이가 갈라놓은 물줄기가 조계골과 용계골로 신선세계에서 흘려보낸 물줄기가 이런 곳이구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깊다. 예로부터 산은 만물을 창성하는 장소요 하늘과 교통 하는 신성한 공간으로 여겼는데, 용조봉 신선봉이야말로 때 묻지 않은 곳이다. 보통 신성한 산봉에 돌무더기를 세우거나 신성한 나무를 심어 신단수를 마련하였는데, 이곳..

화야산 / 연일 비 내려 매미 울 시간이 없다

화야산(禾也山 754.9) 연일 비 내려 매미 울 시간이 없다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2011.8.15) 큰골-운곡암-화야산산장-화야산-절고개-화야산산장-운곡암-큰골(5시간 반) 7월 들어서부터 비가 연일 내리고 있다. 아무래도 하늘이 뚫린 것 같다. 오늘도 우중 산행이다. 매미는 맵다고 울고, 쓰르라미 쓰다 운다 하였는데, 수년을 땅 속에서 살다가 세상에 나왔더니 연일 비가 내려 울 시간이 없다. 매미도 세상에 나와 신나는 울음을 울어야 하고 짝을 찾아야 하는데, 야속하게도 연일 비 내려 그럴 시간이 없다. 매미가 지닌 다섯 가지 덕에 허물을 벗고 틀림없이 울며 절도를 지킨다는 덕을 신(信)이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 이슬만 먹고 바람만 쐬어 맑을 청(淸) 자 짊어지고 떠날 형편이다.

설악산에서 / 비우고 흐르면 저리 푸를까?

설악산 23 비우고 흐르면 저리 푸를까? 설악산 강원도 인제 (2011.8.4~8.5) 첫째 날(8.4) : 백담사-영시암-수렴동-쌍폭동-봉정암 (10.6㎞. 4시간 40분) 둘째 날(8.5) : 봉정암-대청봉-봉정암-쌍폭동-수렴동-영시암-백담사(15.2㎞. 7시간) 설악의 골은 깊고, 물은 늘 맑고 푸르다 저렇게 사시장철 흐르니 쌓일 일 있을까 나도 비우고 흐르면 저리 푸를까? (이상) 쌍폭동계곡 구곡담-수렴동 조망 / 사자바위에서 용아장성 운해 / 봉정암 사리탑에서 봉정골 운해 / 봉정암에서 용아장성 / 소청봉에서 중청봉 가는 길에 공룡능선 / 중청대피소에서 수렴동계곡 / 수렴동대피소 부근

율리봉-견우봉 / 장마가 지나가는 산과 강에서

율리봉(587)-견우봉(590) 장마가 지나가는 산과 강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팔당리 (2011.7.16-7.17) (2011.7.16) 운길산역-율리봉-벚나무쉼터-팔당 2리-팔당역 (4시간) (2011.7.17) 팔당역-율리고개-예빈산(직녀봉 590)-견우봉-조개울-팔당역(3시간 40분) 비가 지나간 산은 나뭇잎이 흩어져 어수선하다. 풍상에 못 이긴 나무들이 넘어져 축축하고 묵직하다. 하지가 지나면 나무는 성장을 거의 멈추는데, 긴 장마에 물을 받아들이며 살았으니 나무도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나무는 자기 몸무게 6배의 물을 저장하고, 쓰러진 나무도 자기보다 1.5배나 되는 물을 가두어 흙보다는 물 저장 능력이 25배가 넘는다고 한다. 나무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고 있다. 어제 생각지도 않았던 빗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