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곤충 9

자벌레의 헛다리 걸음

자벌레의 헛다리 걸음 자벌레는 자나방의 애벌레다. 녹색이나 회갈색을 띤 몸뚱이를 구부렸다가 펴며 기는 모습이 특이하다. 마치 자로 재는 듯이 기어 자벌레란 이름이 붙었다. 나비목 애벌레는 다리가 8쌍인데. 나방 애벌레도 같다. 머리 부분에 3쌍, 가슴 부분에 4쌍, 배부분에 1쌍으로 구성한 다리가 정상적이라면 그렇게 기지는 않을 것이다. 자벌레는 8쌍 중 3쌍이 퇴화되어 5쌍이 남아 있다. 헛다리로 기는 다리가 있어 구부정한 걸음이 되었다. 배다리 한쌍은 꼬리 쪽에 붙이고, 퇴화한 다리는 꺾어 기어서 걸음은 더 빨라진다. 자벌레의 헛다리 걸음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이것은 자벌레가 최선을 다해 걷는 걸음이요, 자벌레로 봐서는 정상 걸음이다. 이 시간도 잠시요. 자나방으로 우화(羽化)하여 훨훨 날아다닐 수..

사마귀 / 팔뚝을 휘둘러 길을 막는다

사마귀 팔뚝을 휘둘러 길을 막는다 사마귀 / 제주 추자도 (2018.11.6) 산소에 갈 때면 풀숲에서 가끔 사마귀를 만난다. 풀숲에 먹이가 되는 곤충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사마귀는 씨 뿌리기 좋다는 망종(芒種. 6월 6일경) 때 나온다는데 그때쯤이면 먹이도 많다. 이번에 섬 여행을 하는데도 사마귀를 두 번이나 만났다. 사람을 만나도 앞다리를 치켜들고 물러 설 줄 모른다. 낫 모양의 갈고리가 있어 무섭다. 중국 무술 당랑권(螳螂拳)이 사마귀의 모습이다. 버마재미 당(螳)에, 사마귀 랑(螂)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 장공(莊公)이 수레를 타고 사냥 가는 길을 사마귀가 막았다는 고사 당랑거철(螳螂拒轍)이 있다. 작은 미물이 용기가 가상하다고 장공의 수레는 피해서 갔다. 사마귀란 사악한 마귀란 말도 있지..

사슴벌레 / 큰 턱을 가진 싸움꾼

사슴벌레 큰 턱을 가진 싸움꾼 사슴벌레 /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사나사계곡 (2018.8.15) 어릴 적에 곤충을 잡아서 놀던 일이 있었다. 잠자리 꽁지에 실이나 풀을 매달아서 날리고, 방아깨비 뒷다리를 잡고 엉덩방아를 찧게 하고, 메뚜기를 잡아 통에 넣고서 뛰어서 나올 수 있나 보기도 하고, 땅강아지를 쫓아가 흙을 파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개미 가는 길에 먹이를 놓고서 그것을 어디로 옮기나 구경도 하고, 올챙이를 잡아 손에 놓고 오물오물 헤엄치는 것을 보고, 풀밭에서 잡은 반딧불이를 손에 넣고서 불을 밝히나 들여다 보기도 했다. 산에 갔다가 사슴벌레를 잡아 와서 싸움을 시키는 일도 있었다. 양평 사나사계곡에 갔다가 사슴벌레를 보았다. 사슴벌레만이 아니라 뱀이 스멀스멀 기어 다니고, 잠자리가 물 위를 ..

박각시 / 꽃을 찾는 나방

박각시 꽃을 찾는 나방 박각시나방은 벌새처럼 부지런히 꽃을 파고드는 나방이다. 잠자리처럼 공중에서 떠 있으면서 길고 가느다란 대롱으로 꽃의 꿀을 찾는 다. 박각시란 이름은 박꽃에 모여드는 예쁜 빛깔의 나비라 하여 붙인 이름이다. 정확히는 작은검은꼬리박각시인데 그냥 박각시라 부른다. 붕붕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힘차서 서양에서는 매나방이라 한다. 북한에서는 박각시를 박나비라 부르는데, 북한에서는 나방이란 용어는 없다. 나비는 낮나비이고 나방은 밤나비로 부른다. 나비는 낮에 다니는 주행성이고, 나방은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다. 나비 더듬이 끝을 보면 가느다란 끄트머리에 곤봉처럼 뭉쳐 있고 몸통은 가는데, 나방 더듬이는 실,깃털 모양 등 여러 가지이고 몸통은 퉁퉁하다. 나비의 날개는 화려하고 접어서 앉는데, 나..

중원산 / 한여름 시원한 계곡산행

한여름 시원한 계곡산행 중원산 (中元山 800m)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2012.7.28. 맑음 22.2~32.4℃) 용문사 주차장-용계골-합수곡-중원산-너덜지대-합수곡-용계골-주차장(약 5시간20분) 중원산은 용문산과 도일봉 사이에 있는 산으로 계곡이 좋다. 올해 더위가 18년만이라는데 그래도 산속은 다르다. 산행 중에 땀 흘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계곡이 있는 산은 시원하다. 사람들과 더불어 맑은 대화를 나누기에는 눈속이 좋고 빗속이 좋고 달빛속이 좋다고 하는데, 맑은 계곡 또한 그러하다. 계곡에 들어 오면 시름은 잊어 버리고 세상에 구하는 것이 없게 되니 말이다. 잊으니 좋고 구할 것이 없어 좋다. 막걸리를 시원하게 하려고 작은 계곡에 풍덩 빠트렸는데 아예 찾을 길이 없다. 신령님도 같이..

박각시 / 공중 부양 흡입술을 가진 나비

박각시 공중 부양 흡입술을 가진 나비 박각시는 나비의 한 종류다. 낮에 다니는 박각시가 있고, 밤에 다니는 박각시하늘나방이 있다. 박은 밤에 꽃이 피는데 박각시가 찾아와서 주둥이를 쭉 내밀고 입맞춤을 한다. 신랑으로 삼은 박을 찾아온 각시라서 박각시이다. 낮에 꽃으로 다가온 박각시는 꽃에 앉지는 않고 공중에서 빨대처럼 구부러진 긴 주둥이를 꽃술에 잠깐잠깐 집어넣고 꿀을 빨아들인다. 마치 공중 주유하는 비행기같다. 앉지는 않고 쉴 새 없이 날개를 파닥이니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그렇게 움직이니 사진 모델로는 어울리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오늘 꽃밭 주인공은 검정꼬리박각시이다. 박각시 / 안동시 풍천면 가일마을 (2011.10.1)

나비야 나비야

나비야 나비야 '나비야 청산 가자'는 옛시조가 있다.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시조에 등장하는 나비는 사랑 나비다. 나풀나풀 이리저리 나는 나비는 금실이 좋아 꽃향기 실컷 맡으며 춤추며 다니는 나비이다. 춤추며 다니면 좋은 일이고 말고다. 추석 아침 산소 가는 길에 물방울 비가 뿌리더니 나비 몇 마리가 팔랑팔랑 이리저리 다녔다. 나비가 나오면 날씨가 좋아질 징조이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나비로 환생하는 얘기가 있는데 산소 가는 길에 나타난 나비가 그러해 보였다. 비가 그치고 예상대로 하늘이 맑아졌다. 나비는 들길을 건너 멀리 날아 갔다. (2011.9.12. 산소 가는 길에) 배추흰나비 / 남한산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