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근교산행 68

해협산 / 초록이 푸르른 5월에

해협산(海峽山 531m) 초록이 푸르른 5월에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2011.5.5. 맑음. 12.7~23.7℃) 퇴촌사거리-국사봉(207)-해협산-정암산 갈림길-귀여 1리 (5시간 20분) 생명을 창조하는 무쌍한 변화로 5월의 산은 하루가 다르다. 아름다운 초록에 하염없이 빨려 들어가고 물드는 계절이다. 천지 기운을 듬뿍 받아 꽃을 피우고 초록 잎새가 움트는 것은 산새 한번 울 때마다 산빛이 바뀌는 약동의 달음질이다. 초록은 머물지 않고 달려가는 빛나도록 아름다운 숲의 빛이다. ※ 교통편 (갈 때) 지하철 2호선 강변역 1번 출구 버스환승센터에서 1113-1 버스 승차, 광주 IC 하차- 광주IC에서 상번천까지 걸어서 5분 - 상번천에서 38-2 버스 승차 - 퇴촌 4거리 하차 (강변역 1번 출구 버..

백봉산 호젓하고 부드러운 산골길

백봉산(栢峰山 590m) 호젓하고 부드러운 산골길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2011.4.23. 맑음. 6~14℃) 월문리(묘적사 입구)-묘적사-철탑-백봉-고개-수리봉(485.5)-샘-남양주시청 (약 12㎞. 4시간) 곡우가 지나 들에도 산에도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계곡에는 현호색, 괴불주머니가 줄을 섰다. 기둥이 자연스러운 절집 묘적사를 지나면 잣나무숲이 많아진다. 잣나무(栢)가 우거져 백봉이라고 한 모양이다. 산벚나무에는 봄꽃이 오지 않았지만, 절을 지나자 단풍취가 올라오고, 양지꽃, 제비꽃, 금붓꽃이 주섬주섬 피기 시작하고, 나무마다 여린 잎이 말간 얼굴을 내밀었다. 백봉산은 능선에 올라서면 산길은 더 편안하다. 다른 마을 가는 길처럼 부드럽다. 진달래가 피어 봄맛을 느끼게 하고, 봄바람 꽃바람 맞..

예봉산 산길에서 만난 봄

예봉산(禮峰山 683m) 산길에서 만난 봄 경기도 남양주시 (2011.3.26) 팔당역-팔당 2리-벚나무쉼터-예봉산-철문봉(632)-적갑산(564)-새재고개-도곡3리-도심역(4시간) 산길이 녹기 시작하였다. 산에 봄이 오는 것은 땅이 녹는 것이고, 생강나무 꽃이 움트는 것이다. 질퍽질퍽 산길이 젖으면, 봄이 오는 것이다. 산꾼은 젖은 산길을 밟으며 봄맞이를 한다. 땅이 녹은 후에야 들꽃이 기지개를 켜고, 생명이 오는 봄을 확인할 수가 있다. 도롱뇽은 물속에 알을 놓고 개구리는 물속에서 발자국 소리를 피하고 있다. 봄은 계곡 물가에서 오고 있었다. 산길에 옥수수알만 한 연보랏빛 노루귀 한 송이가 피었다. 눈이 채 가시기도 전에 봄은 산길에서도 오고 있었다. 멧새 한 마리가 나무 위아래를 오가며 두리번거린다..

율리봉-견우봉 / 조용한 겨울산

율리봉(587), 예빈산(590), 견우봉(590) 조용한 겨울산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2011.1.29. 맑음. -9~-5℃) 운길산역-진중리-율리봉-율리고개-예빈산(직녀봉)-견우봉-조개울-팔당역 (약10㎞. 5시간) 진중리에서 율리봉으로 오르면, 산길이 부드럽고 산 위로 오르며 한강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는 맛이 좋고 풍광도 그만이다. 조선중기 오랑캐를 물리치기 위해 진을 치고 있었던 곳이라 진중(陣中)이라 이름 붙인 곳이다. 산길은 조용하고 겨울 강도 조용하다. 다산 정약용이 '만 가지 움직임은 한 가지 조용함만 못하다' 하였는데 이곳 산천경개가 그러하다. 오직 북사면을 넘나드는 바람소리와 사람이 머무는 양지바른 곳에 까마귀만 오락가락하며 겨울 맛을 낸다. 다산이 걸었던 겨울 산길도 이러할까. 두물..

남한산성 광암동-천현동 종주

남한산성 7 연주봉(465), 벌봉(515) 남한산성 광암동-천현동 종주 서울, 하남 (2011.1.22. 눈 후 맑음. -7.1~-0.8℃) 광암정수장-금암산(325)-연주봉(465)-서문-북문-동장대지-암문-벌봉-암문-가지울 갈림길- 교산동 갈림길-객산(292)-산불 감시초소-쥐봉(128)-천현동-마방집 (약 14㎞. 5시간 50분) 서울 동쪽 광주 땅에 남한산성이 있다. 광주산맥 주맥 산등성이를 따라 8도 승군을 부려 요새를 쌓았다. 요새는 상처로 남아 슬픈 곳이고, 가슴 아픈 곳이다. 조선은 후금 태조가 하자는 화친정책을 거부하였다. 조선은 후금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 하였다. 적의 침공을 알아차려 봉수대에서 연기를 피워 올려도 이미 조선은 청군을 막아낼 힘이 없었다.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왕실..

맵찬 바람, 용마산-검단산 종주

용마산(龍馬山 595.4m), 검단산(黔丹山 659.8m) 맵찬 바람, 용마산-검단산 종주 경기도 하남시 (2011.1.15. 맑음 -15.7~-7℃. 평균풍속 5m) 어진 마을-126번 길-중부고속도로 밑길-밤골-장군약수-용마산-고추봉(570m)-큰 삼거리-검단산-572봉-유길준묘-애니메이션고교검단산-572봉- (4시간 50분)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기온이라는 기상대 일기예보가 있었다. 버스를 타고 내린 어진마을 아침 바람이 몹시 차다. 귀가 쩡쩡 얼 듯하다. 거기다가 우리는 거꾸로 바람을 맞으며 남에서 북으로 걸었으니 추위 강도가 더하였다. 그런데도 산에 올라 보면 생각 이상으로 사람들이 많다. 겨울 맹추위가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보려는 것일까? 산 밑 온도가 아침 최저 영하 15.7도이니 산 정..

운길산 / 겨울 담금질

운길산 (610m) 겨울 담금질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2010.12.26. 맑은 후 흐림. -14~-5℃) 운길산역-수종사-운길산-오거리-새재고개-억수농원-어룡마을-도심역 (4시간 반) 올해는 기록적인 날씨가 많았다. 폭설에 폭염에 폭우에 혹한까지 있었다. 30년 만의 혹한인 성탄절 다음날, 찬기가 뼛속까지 스미는 아침에 집을 나섰다. 떠나야 겨울 산을 맛볼 수가 있다. 바람이 불어오고 날씨가 추운 겨울은 사람만이 아니라 나무에게도 시련이다. '자연에도 늙는다는 것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계절이 바뀌고 잎새가 떨어지는 것은 나무가 옷을 갈아입고 새봄에 성장을 기다리며 꿈쩍 않고 지내는 탈의 시간이다. 담금질을 하며 스스로 단련하는 인고의 시간이다. 나무가 그렇고 뭇 생명들을 품은 산이 그..

적갑산, 철문봉 / 겨울바람을 녹이는 넉넉함이 있는 산길

적갑산(534), 철문봉(632) 겨울바람을 녹이는 넉넉함이 있는 산길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2010.11.28) 도심역-어룡마을-새재고개-세정사 갈림길-적갑산-철문봉-팔당역 (4시간) 바람은 차고, 한낮인데 아직 되돌아가지 못한 하현달은 하늘가에 하얗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떠나기 위한 기다림은 더 길다. 새재고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비슷한 행선지로 가는 버스를 무작정 탔다. 표지판만 보고 탄 버스는 반대 방향이었고, 또 되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버스 기사가 그런다. "새재고개 끄트머리 집에 담근 막걸리가 괜찮습니다" "그냥 갈 수가 없잖아" 친구가 한 마디 하였다. 목을 축이게 막걸리를 청하였다. 술 반 주전자에 이것저것 내온다. 주막 이름만큼이나 정을 듬뿍 담아 내왔다...

첫눈 내린 남한산성

남한산성 6 청량산(479m) 첫눈 내린 남한산성 서울 송파, 경기도 하남시, 광주시 (2010.11.27) 광암정수장-금암산(323)-연주봉(465)-서문-북문-산성 종로-남문-서문-갈림길-마천동 (5시간) 기온이 내려간 겨울, 산 밑에 내리는 비는 산 위에선 눈이 된다. 비가 싸락눈으로 싸락눈이 다시 진눈깨비로 내린다. 다시 산밑에서 눈이 그쳐 변화무쌍하다. 병자난리 때 남한산성도 오늘 날씨만큼 혼돈스러웠을 것이다. 보통 남한산으로 부르지만 산성이 앉아있는 곳 산은 청량산이고, 남한산은 산성 동쪽에 있다. 청량산이 있는 곳은 사방이 툭 트이고 막힘이 없어 밤 보다 낮이 긴 지형이라는 뜻으로 통일신라 때는 주장산(晝長山) 또는 일장산(日長山)으로 불렀다. 너른 바위 광암(廣岩)에서 시작한 산길은 서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