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산시 47

이원규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으로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

두목 시 '산행(山行)'

山行 杜牧 遠上寒山石徑斜 白雲生處有人家 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 멀리 서늘한 산 위로 돌길이 비껴있고, 흰구름 이는 곳에 집 한 채로구나. 저물녘 단풍 숲이 좋아 수레를 멈추니 서리 맞은 단풍잎이 봄꽃보다 붉구나 *두목(杜牧. 803~852) : 자(字)는 목지(牧之)이고 호(號)는 번천(樊川)이며, 소두(小杜) 또는 李商恩과 함께 '소이두(小李杜)라 불리고, 번천문집(樊川文集)이 있다. 두목이 수레를 타고 가을 산에 올라 시로 그린 그림 같은 山景이다.

정인보 시 '조춘(早春)'

早春 정인보 그럴싸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손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만 날기 어이 더딘고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까 내 생각 엉기울 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ㅎ다 말고 헤쳐 본들 어떠리 영월 태화산에서 (200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