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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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절기 8

청명(淸明)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

말속에 자연 45 청명(淸明)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   청명(淸明)은 24 절기 중에서 다섯 번째 절기다.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에 청명이 있다. 청명은 바야흐로 봄기운이 올라 날이 맑아지는 때이다. 청명은 매년 4.4이나 4.5로 한식(寒食) 하루 전이거나 겹치기도 한다. 그래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란 말이 있다. 청명이 농사에 관련한 절기라면, 한식은 중국 진(晉) 나라 문공을 섬기던 개자추(介子推)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한 유래가 있다. 청명은 바쁜 농번기의 시작이라 따로 세시행사는 없다. 다만 동국세시기에 보면 고려조 이후 관청에서 버드나무나 느릅나무로 불을 일으켜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다. 버드나무는 생명력이 강하여 거꾸로 꽂아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자라고 빛..

우수(雨水) 뒤 얼음같이

말속에 자연 41 우수(雨水) 뒤 얼음같이   우수(雨水)는 입춘(立春) 다음에 오는 새해 두 번째 절기다. 날짜로는 양력 2월 19일 경이다. 우수는 얼음이 녹고 싹이 트는 때이다. 우수는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물이 많아진다는 의미를 가졌다. 땅을 갈아야 할 시기에 물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수 무렵부터 날씨가 서서히 따뜻해지고 만물은 소생할 준비를 한다. 얼었던 대동강 물이 풀려 물고기가 올라오고, 기러기는 추운 곳을 찾아 날아가며, 초목은 싹이 트기 시작한다.       우수는 눈 대신 비가 내리고 강에 얼음은 녹아 물이 되어 흐른다. 그래서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라고 한다. 제아무리 추워도 우수 경칩이 지나면 누그러진다는 것을 뜻하는 속담이다. '우수 뒤 얼음같이'란 속담이 있다..

입춘(立春), 봄추위가 장독을 깬다

말속에 자연 38 입춘(立春), 봄추위가 장독을 깬다   입춘(立春)은 봄이 들어선다는 절기이다. 양력 2월 4일경으로 1년 24 절기에서 첫 번째 절기다. 입춘이 되면 동풍이 불고 얼음이 풀려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깨어난다. 하지만 아직 겨울은 덜 가고 추위는 남아 있다. 음력으로는 정월이어서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이기도 하고, 입춘을 기준으로 띠가 바뀌고, 농경사회에서는 농사를 준비하는 상징성이 있어서 입춘이 중요한 절기였다.     입춘이 되면 대문이나 기둥에 입춘첩(立春帖)을 붙였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은 '입춘을 맞아 크게 길하다'는 뜻으로, 한해 시작이 순조롭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글이다. 건양다경(建陽多慶)은 '밝은 태양의 기운을 받아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기원한다'는 뜻으로, 좋은 일과 ..

대한(大寒)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

말속에 자연 37 대한(大寒)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   대한(大寒)은 큰 추위란 뜻을 가진 절기다. 양력으로는 1월 20일경으로 소한(小寒) 보름 뒤에 온다. 사람들은 대한보다 소한이 추울 때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소한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거나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란 말을  한다. '소한이 대한 집에 몸 녹이러 간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얼마나 추울까 싶어 최근 10년간(2015~2024년) 기상청 자료로 비교하였다. 소한이 추운 경우도 있었으나 대한이 추운 경우가 조금 많았다.   대한은 한해 24 절기를 매듭짓는 절기이다. 그래서 대한 밤을 해넘이라고도 말한다. 어려운 시기가 넘어간다는 말도 된다. 이 시기는 농한기라 일을 안 하니 점심을 건너뛰거나 죽으로 해..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말속에 자연 35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冬至)는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는 절기이다. 양력으로 12월 22일이나 23일이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고 낮이 가장 짧다. 동지 해는 짧아 노루꼬리 만하다고 했다. 이때부터 낮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여 태양은 기운을 회복한다. 양(陽)의 기운이 싹트는 시기여서 새해의 시작으로 보았다. 신라와 고려시대까지는 동지가 설이었다. 그래서 옛말에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생겼다.  팥죽은 동지 음식이다. 귀신이 싫어하는 팥죽을 먹어 액운을 물리친다고 하였다. 예전에는 귀신을 물리친다고 팥죽을 뿌리기도 했다. 조선 〈영조실록〉에서 '영조는 귀신을 쫓는다고 문지방에다 팥죽을 뿌리는..

입춘첩(立春帖) / 입춘을 맞아 전하는 덕담

입춘첩(立春帖)입춘을 맞아 전하는 덕담    아내가 다녀온 어느 절에서 입춘첩을 보내왔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몇 년 전에는 누가 입춘첩을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붙여 거기에 탈 때마다 우리를 미소짓게 하였다. 이와 같은 글귀를 입춘첩이라 하고, 호랑이와 까치와 같은 그림을 문에 붙이는 것을 입춘방(立春榜)이라 한다. 예전에는 입춘날 특이한 향내가 나는 다섯 가지 훈채(勳采)를 보냈다고 하는데, 마늘,파,양파,부추,달래가 그것이다. 오신채(五辛菜)라 하여 절에서는 이것이 맵고 향이 강해 수행을 흐트린다 하여 금기시 하였다. 그러나 훈채는 민간에서 유래한 풍습일 것이다. 또 상중인 집에서는 붙이지 않았다. 입춘첩은 일반적으로 양쪽 문에 대구(對句)를 써서 붙인다. 입춘대길(立..

우리 동네 입춘첩(立春帖)

우리 동네 입춘첩(立春帖) 오늘이 입춘(立春)이다. 아침에 출근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어느 분이 입춘첩을 붙여두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에 크게 길하고 힘이 넘치고 경사로운 일이 있으라는 뜻. 이십수년 살다가 재건축 때문에 몇년 나가 살다가 다시 들어왔는데, 설에는 누가 예쁘장한 설인사를 PC로 뽑아 붙여놨더니, 이번에 입춘첩이라. 그냥 무덤덤 하면 한 없이 건조한 곳이 아파트인데 서로가 인사하고 양보하고 물건을 들고 오는 분 문을 붙잡아 주고 하는 사람들 모습이 좋다. 나도 괜히 한마디씩 거든다. 윗층은 한강이 잘 보이지요 하고 물으면, 내가 사는 곳은 어떠냐고 되묻는다. 겨우 보인다고 그러면, 겨우요 하며 웃는 모습이 좋아 같이 웃는다. 겨울을 뚫고 바야흐로 대지에 봄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