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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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 도심 속 유서 깊은 절

봉은사(奉恩寺) 도심 속 유서 깊은 절  서울 강남구 삼성동 (2009.8.30)   봉은사는 늘 사람들 왕래가 많은 도심 속 절이다. 신라 원성왕 때 문을 연 1200년이 넘은 고찰로 한강에 다리가 없었을 때에도 배를 타고 찾아왔던 큰 절이었다. 조선조 때 보우가 불교 중흥을 하려던 절이고, 그 뒤 여러 차례 불교 중흥을 위해 그 중심에 섰던 절이었다.  조선 개국 때 만든 범종이 오래된 것이긴 하나, 봉은사에서 자랑거리 중 하나는 판전(板殿)이다. 판전이라 쓴 편액이 있는 고색이 깃든 전각 외에는 일제강점기 큰 불이 나서 모두 불타버리고 대부분 건물이 그 뒤에 지은 것이라 고풍스런 맛은 적다. 이 전각 안에는 3700여 판각을 보관하고 있는데 판전의 현판이 추사 김정희가 쓴 고졸한 글씨다. 추사가 ..

선운사 2 / 도솔암 내원궁

선운사 2 마애불과 도솔암 내원궁이 있는 곳  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2009.8.1)  선운사에서 나와 숲길을 따라 도솔암 내원궁으로 향했다. 노인을 모시고 가는데 안쪽까지 차를 가져오지 않아 어려웠다. 가는 길에 꽃무릇이 피었다. 상사화(相思花)와 같은 과인데 가을엔 이곳에서 꽃무릇 축제가 열리는 모양이다. 꽃무릇은 상사화처럼 꽃과 잎이 만날 수 없다고 한다.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할 사랑이 있고, 만나고 싶지 않나도 만나야 하는 미움이 있다.  진흥왕이 수도하였다는 진흥굴과 최근에 지은 도솔암을 지나면 높이 17m나 되는 큰 마애불이 있다. 고려 때 조성한 곳으로 보는데 입을 꾹 다문 위엄으로 앉아있다. 머리 위에는 비각이 있었던 흔적이 있고, 배꼽에는 꺼내보는 사람 이름을 적은 비결이 있었..

선운사 1 / 동백 숲이 가득한 절집

선운사 1  동백 숲이 가득한 절집  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2009.8.1)   선운사는 동백꽃으로 이름 높다. 가람도 넓고 문화재도 많아서 내원궁을 지나 천마봉과 낙조대까지 올라야 대충 돌아보았다고 할 수 있다. 선운사는 절 입구에 세워놓은 미당 서정주의 시비 '선운사 동구'에서 시작한다. 붉은 동백꽃에다가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을 버무린 걸걸한 시 한수를 적어 두었다. 절 들어가는 숲이 짙어 고답스런 분위기가 살아난다. 선운사 마애불 내원궁 용문굴 천마봉으로 이어서 다 볼라치면 네댓 시간도 빠듯하다. 봄엔 동백꽃이요, 가을엔 단풍 구경이라는데 여름도 부도밭이 있는 숲길만 들어서면 시원하다. 사천왕상 발밑에 음녀가 벌을 받으며 씩씩거리며 있는 천왕문을 지나면 만세루이다. 맞배지붕이 건물 ..

내소사 / 수수해서 아름다운 절집

내소사(來蘇寺) 수수해서 아름다운 절집  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2009.7.31)  내소사는 백제 무왕 때(633년) 창건한 절로 햇수로 1400년이 다 되어간다. 물론 그때 지어서 남아있는 건물은 없지만 대웅보전 절집 등 가람 배치가 아기자기하다. 할머니당산나무를 지나 일주문을 들어서면 전나무 맑은 향이 몸속으로 향긋하게 들어온다. 세상 찌든 때를 다 씻고 들어서는 절이 내소사이다. 천왕문 들어서면 보리수나무와 천년이 된 할아버지당산나무 뒷편으로 봉래루와 병풍처럼 둘러싼 내변산 아름다운 산줄기가 보인다. 남여치에서 산길을 떠나면 쌍선봉 월명암 직소폭포와 관음봉을 거쳐 내소사까지 오는 길이 무지 아름답다. 봉래루 누각 밑을 통과하면 꽃문살이 아름다운 대웅보전이 있다. 석축 위에 단아하게 자리 잡아..

보광사 / 고색창연하고 법당 외벽이 아름다운 절집

보광사(普光寺) 고색창연하고 법당 외벽이 아름다운 절집 파주시 광탄면 영장리 (2009.7.25) 구파발쪽에서 벽제를 지나 굽이굽이 됫박고개를 넘어가면 고개 끄트머리에 보광사가 있다. 됫박처럼 가팔라서 됫박고개라 한다는데, 용미리로 가는 해음령 못지 않게 경사가 제법 있다. 보광사는 신라 진성여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오랜 역사를 가진 절집이다. 세월이 흐르고 전란 끝에도 고색창연한 절 분위기가 살아있는 것은, 효심이 지극한 영조가 이 절을 어머니 숙빈 최씨를 위한 원찰로 삼은 후 힘을 기울인 건물들이 절집 마당 가운데 우뚝 살아있음이다. 270여년전 다시 세운 대웅보전은 석축기단 위에 자리잡은 안정된 팔작집인데, 배흘림기둥이 자연스럽고 굳굳하며, 단청은 빛이 바래도 세월에 걸맞는 창연함이 오히려 정감이..

봉선사 / '큰법당' 한글현판이 돋보이는 절

봉선사(奉先寺) / 한글 현판 '큰 법당'이 돋보이는 절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부평리 (2009.7.11) 봉선사는 광릉 숲속에 있는 아늑한 고찰이다. 입구에는 작고도 아름다운 들꽃이 피었고, 7월하순 연꽃축제를 앞두고 한창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법당에서는 돌아가신 분들 영혼을 위로하는 행사인 우란분절 행사를 하고 있어서 절집이 고요하면서도 분주하다. 봉선사는 고려 광종 때(969년) 세워 운악사(雲岳寺)라 하였다가, 세조의 위업을 기리고자 세조의 비 정희왕후가 중창하면서 봉선사(奉先寺)로 고쳤다. 절 이름은 선왕의 능을 받들어 모신다(奉護先王之陵)는 뜻을 담았다. 명종 때 문정왕후가 불교 중흥책을 펴면서 봉은사를 선종의 대표 사찰로, 봉선사를 교종의 대표사찰로 삼았으나, 문정왕후의 죽음과 함께 봉선사..

두륜산 / 만세토록 허물어지지 않을 땅

두륜산(頭崙山.. 703m)  만세토록 허물어지지 않을 땅  전남 해남군 (2009.5.1) 매표소-대둔사-북미륵암-오심재-노승봉(682)-가련봉(703)-두륜봉(630)-진불암-일지암-대둔사-매표소(7시간)  봄빛이 아름다운 십리 숲을 지나면 서산대사가 만세토록 허물어지지 않을 땅이라 말하며 가사와 발우를 남긴 대둔사가 있고, 해탈문에 들어서면 백두산 줄기가 뻗어내려 마지막으로 맺은 두륜산이 눈 앞에 들어온다. 두륜봉은 부처님 얼굴이요, 가련봉과 노승봉은 가슴이며, 고계봉은 부처님의 발로 두륜산은 편히 누운 부처님 모습이다.  대둔사는 오랜 역사에 걸맞게 유물이 많고 많은 인물들도 배출하였다. 서산대사와 사명당이 있고, 동다송을 지은 초의선사가 있고, 다산과 교유를 나눈 혜장선사도 있다. 대웅보전을 쓴..

백봉산 / 산벚꽃 흩날려 아름다운 산길

백봉(589.9m) 산벚꽃 흩날려 아름다운 산길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2009.4.18) 월문리-묘적사-백봉-철탑-고개-수리봉(485)-샘-진곡사-남양주실내체육관-홍유릉-금곡동 (4시간) 선월교에서 묘적사계곡에 들어서니 산벚꽃이 흩날린다. 花無十日紅은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바람 불어 떨어진 산벚꽃이 나뭇가지 사이로 눈처럼 휘날려 운치가 있다. 묘적사(*)는 이름 그대로, 조용하고 자연스러워 아름다운 절집이다. 울퉁불퉁한 나무를 기둥으로 써서 자연스러운 맛을 담아내려 하였다. 따스한 봄볕에 새순이 한창 나오기 시작하여 산빛이 초록으로 파릇하다. 들꽃들이 대지에 나직이 붙어서 겨우 얼굴을 쏘옥 내민다. 미리 나온 조팝나무 꽃빛은 눈처럼 희고, 솔숲 사이 진달래군락은 천상회원처럼 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