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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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 물 흐르듯 쓴 일주문 현판

지리산 천은사(泉隱寺) 물 흐르듯 쓴 일주문 현판 전남 구례군 광의면 (2010.8.6)   실상사 쪽에서 달궁과 심원마을을 지나 뱀사골 계곡을 거쳐가면 성삼재 1090m 고지는 구불구불 휘휘 올라가야 한다. 성삼재 높은 고개를 오르내리면서 비는 오락가락하고 햇빛도 오락가락하고, 구름이 정령치와 성삼재를 숨겼다가 펼쳐 보이는 구름바다를 만났다. 자연이 연출하는 대장관을 감상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 노고(老姑) 할미가 오늘은 기분이 무척 좋은 모양이다.  성삼재에서 내려서는 고갯길이 끝나는 지점에 호젓하고 아름다운 천은사가 있다. 맑고 차가운 샘물이 있어 감로사였는데, 임진왜란으로 절이 불타고 새로 지을 때 구렁이가 나타나 잡았더니 물이 말랐다 한다. 샘이 숨었다 하여 절 이름을 천은사(泉隱寺)로 바꾸었더니..

실상사 / 지리산의 꽃밥자리

지리산 실상사지리산의 꽃밥자리   전북 남원시 산내면 (2010.8.5)  지리산 종주 시 시작점이나 끝점으로 잡는 백무동으로 가기 전에 있는 절이 실상사이다. 학교 다닐 때 지리산 종주를 처음 할 때에 남원 기차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실상사까지 갔는데, 길도 어둡고 교통도 불편하여 실상사에서 하룻밤 자며 신세 진 일이 있었다. 아마 보광전 뒤쪽 요사체였던 것 같다. 밤늦게 도착하여 저녁밥을 지어먹고,아침 해 뜰 무렵 절을 나서던 기억이 난다.   해탈교를 건너는 앞 뒤로 돌장승이 눈을 부릅뜨고 서있다. 벙거지모자를 쓰고 눈이 왕방울만 하여 표정은 무섭게 내었지만 오히려 귀여운 모습이다. 연꽃이 핀 연못을 지나서 있는 실상사(實相寺)는 천왕봉을 바라보며 자리를 잡았는데, 지리산 여러 봉우리를 꽃잎으로 ..

수락산 동막골~청학동 / 골을 울리며 내리치는 계곡물

수락산(水落山. 640.6m) 동막골~청학동 골을 울리며 내리치는 계곡물 경기도 의정부시,양주군 별내면 (2010.7.18)회룡역-장암동주민센터-동막골-도정봉(526)-주봉-수락대피소-내원암-청학동 (4시간반)   비 그치고 산에 가면 산이 가진 아름다움을 모아서 구경하기가 좋다.구름은 산을 에워싸고, 산빛은 더욱 푸르고, 물은 골을 울리며 내리친다.계곡은 물이 콸콸 흘러야 제 맛이다. 그래야 마음도 굽이쳐 흐르고, 혹시라도 산 밑에서 가져온 생각이 남아있다면 마저 보낼 수가 있다.   계곡에 발 담궈 탁족(濯足)을 하였다. 탁족은 생각을 씻어내는 일이다.물소리 들으며 책을 읽는다면 더욱 좋겠지만, 이마저도 좋다.    ※ 교통편, 길 안내  (갈 때) 회룡역1번 출구 - 회룡역사거리 - 동막교- 장암동..

북한산 삼천사계곡에서 승가사 넘는 길

북한산 삼천사계곡에서 승가사 넘는 길 북한산 승가봉 서울 은평구,종로구 (2010.2.21) 구파발역-진관근린공원-삼천사-삼천사계곡-사모바위-승가사-구기동(4시간반) 어제 짙었던 황사가 사라지고 하늘이 맑아졌다. 겨울이 다 지나지 않고 어찌 봄이 오랴마는 그래도 춘분인데 아침 날이 차다. 계곡에 찬 바람이 남아 있는데, 삼천사 마애불에 기도하는 어른은 꿈쩍도 않는다. 바램이 간절하면 소원은 꼭 이루어질 것이다. 기도는 형식이 필요없다 하였다. 묵언으로 간절히 하면 된다 하였다. 계곡을 빠져나와서 승가사로 넘어오니 볕이 달라졌다. 마애불이 버티고 있어 다행이나 요란한 불사로 절집이 볼상사나워졌다. 마애불이 선 자리에 올라가 지형을 살펴본다. 승가사 좌청룡 자리가 나부반와형(裸婦半臥形)이라 하는데, 보현봉에..

구기동 마애석가여래좌상 / 우뚝 솟은 자리,당당한 모습

우뚝 솟은 자리 당당한 모습 구기동 마애석가여래좌상 / 보물 제215호 서울 종로구 구기동 산2번지 북한산 승가사 경내 (2010.3.21) 서울 시민들이 자주 가는 북한산 산행로 중 하나가 구기동에서 대남문으로 가는 길이 있다. 대남문 오르다가 첫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승가사 가는 길이다. 그리..

삼천사 마애여래입상 / 온화하면서 중후한 마애불

온화하면서 중후한 마애불 삼천사 마애여래입상 / 보물 제657호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 산127-1 삼천사 경내 (2010.3.21) 구파발에서 송추 가는 길목에 삼천사골 표지판이 있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삼천사 경내에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원래 삼천사는 지금 보다 윗자리에 있었고, 삼천사 아래는 군대 막사와 ..

숭림사 / 오붓하고 정감 어린 고찰

숭림사(崇林寺) 오붓하고 정감 어린 고찰 전북 익산시 웅포면 송천리 (2009.11.8)   금강을 사이에 두고 충남 서천에서 금강대교를 넘어서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익산이고, 금강하구둑 철새도래지를 지나 고티나는 벚나무가 올망졸망 줄을 선 오붓한 숭림사가 있다. 금마의 미륵사와 같은 시대에 만든 절로 나라 원찰인 미륵사와 달리 동네 절처럼 단아해서 정감이 간다. 절 입구에는  스님이 나와 바람이 나오는 기구를 어깨에 메고 연신 낙엽을 날려보낸다. 낙엽을 일부러라도 두는데 스님도 참 부지런하다. 고려말에 창건한 절인데 대대적 보수를 하였는지 고티는 적으나 부지런한 스님만큼 깔끔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숭림사란 절 이름이 달마대사가 중국 하남성 숭산(崇山) 소림사에서 면벽좌선한 고사에서 유래하여 숭산의 숭..

계룡산 / 천하의 길지, 꿈틀거리고 요동치는 자연성릉

천하의 길지, 꿈틀거리고 요동치는 자연성릉 계룡산(845m) / 충남 공주시 반포면·계룡면 (2009.11.7) 주차장-갑사-갑사계곡-연천봉고개-관음봉(816)-자연성릉-삼불봉고개- 금잔디고개-신흥암-갑사-주차장 (5시간반) 계룡산은 산줄기와 물줄기가 휘돌아 태극을 이루는 중심에 있는 길지라 하여 이름 높은 산..

설악산 봉정암 / 모든 것 잊어버릴 아름다운 곳

설악산17 모든 것 잊어버릴 아름다운 곳 설악산 봉정암(1244m) 강원도 인제군 북면 백담사-영시암-수렴동대피소-구곡담계곡-쌍폭-봉정암 (2009.10.4 / 4시간 40분) 봉정암-쌍폭-구곡담계곡-수렴동대피소-영시암-백담사 (2009.10.5 / 4시간 20분) 설악산 봉정암 가는 길은 이제 익숙한 길이 되었지만 자연이 펼치는 아름다움으로 산길은 늘 새롭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싶도록 아름다운 이 계절에 놓아 버리지 못한 번뇌를 가슴에 안고 올라온 사람들 맑은 바람이 불면 바람결에 놓아버리자. 물속에 두고 불현듯 잊어버리자. 수렴동계곡 수렴동계곡 구곡담계곡 봉정암 뒤 바위 봉정암 사리탑 봉정암 사리탑 / 2009.10.5 새벽 3시 용아장성의 아침 / 사리탑에서 봉정암의 아침 / 사리탑에서 봉정암 ..

설악산에서 잠자는 일

설악산 16 설악산에서 잠자는 일 어제 설악산 봉정암 절에 갔다가 겨우 잠자리를 구했는데, 요즈음 설악산에서 등산을 하면서 산장을 잡아서 자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등산 인구가 늘어 설악산 속에서 숙소를 정하기가 만만치 않아 무박산행이 늘었지만, 오래전에는 산장을 잡기가 쉽지 않아 텐트를 짊어지고 다니기도 했다. 30 수년 전 설악산 가서 숙소로 처음 삼은 곳은 백담사였다. 좀 특이한 경우지만 백담사에서 잠을 자고, 저녁식사는 백담계곡 부근에서 해 먹고 다음 날 아침은 영시암터로 가면서 해결하였다. 한 번은 백담사 건너편에 가게 옆에 민가가 있어서 민박을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그 집 총각이 아침에 산에서 캤다며 송이버섯을 주기에 된장찌개에 넣어 먹기도 하였다. 그 뒤로 그런 송이는 비싸서 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