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철도산행 25

율리봉 / 솔숲이 부드러운 산길

율리봉(587m) 솔숲이 좋은 부드러운 산길 경기도 남양주시 (2012.2.26. 맑음. -5~3℃) 운길산역-286봉-332봉-율리봉-율리고개-팔당 2리-팔당역 (걸은 시간: 3시간 20분) 꽃샘잎샘에 반 늙은이 얼어 죽는다 하더니, 그리 춥진 않아도 산등성이에선 목이 차다. 하기사 이월바람은 쇠뿔도 오그라진다 하지 않던가. 무엇이든 변화의 시기엔 긴장을 늦추어선 안될 일이다. 산이 꺼실하다. 뿌리 깊은 나무는 가뭄을 타지 않는다 하였는데 모두가 꺼실하다. 올 겨울은 눈이 적어서 사람만이 아니라 나무도 풀도 눈을 애타게 기다렸건만 눈은 흡족하지 못하다. 어느 구름에서 눈이 내릴지 하늘은 아직도 마르다. 조안리에서 율리봉 오르는 길은 순하다. 이젠 순한 길을 타야 한다. 산을 많이 올라서인지 무릎이 예전..

운길산 / 어둔함이 바람 탓이랴

운길산 (610m) 어둔함이 바람 탓이랴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2011.12.24. 맑음. -7.8~-3.0℃) 운길산역-수종사-운길산-새재고개-도곡리 버스종점 (약 10㎞. 4시간 40분) 북사면 바람은 차고, 적은 눈 내려도 하산은 까탈스럽다. 지고 온 짐으로 오름은 무겁고 내리막은 둔하다. 간소한 것이 좋다는 말은 일상사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오늘 이 어둔함이 어찌 바람 탓이랴. ※ 대중교통 (갈 때) 용산-용문을 운행하는 중앙선 열차를 이용하여 운길산역 하차 (30분 간격) (올 때) 도곡리에서 덕소역 가는 버스(99-2번)를 타고 중앙선 열차 환승. 버스는 도곡리에서 매시 00분, 30분에 있으며, 덕소역까지는 20분 걸린다. 운길산역에서 수종사 올라가는 길. 멀리 두물머리 풍경이 뒤로 보..

연인산 3 / 가을 숲은 바쁘다

연인산(1068m) 3 가을 숲은 바쁘다 경기도 가평군 (2011.9.17. 맑음. 19~29℃) 백둔리-소망능선-장수샘-연인산-아재비고개-귀목 (약 10㎞. 6시간) 산행은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 백둔리에서 시작하였다. 과일나무들이 해거리를 하는지 실하지 못하다. 들꽃으로 뒤덮인 백둔리 초입은 햇볕이 따갑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여 넘어진 나무들이 많다. 새로 자라는 나무와 넘어진 나무가 공존하고 수종이 다양하여 산의 식생이 건강하다. 넘어진 나무가 있어야 벌레가 생기고 그래야 새도 찾고 숲이 건강해지는 법이다. 들풀은 바람에 눕고 산등성이는 시원하다. 바람이 서늘하면 나무도 들풀도 서서히 색깔이 변한다. 들꽃 색깔은 말끔하고 들풀은 수척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움직여 번식하려는 움직임이다. 사람들은 잡초..

백운봉 / 여름 산정에서 맛보는 호쾌함

백운봉(白雲峰 941m) 여름 산정에서 맛보는 호쾌함 연수리-수도골-백운암-형제우물-백운봉-구름재-사나사계곡-사나사-용천리 (5시간) 경기도 양평군 (2011.8.27) 여름 산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산이 뾰족하여 히말라야의 푸모리봉을 닮았다고 하여 용문의 푸모리봉이라 부르는 백운봉이다. 긴 깔딱고개에서 땀을 많이 쏟았다. 지구에서 위도 25~30도는 무풍지대로 건조하고 더운 날씨여서 지구상 거대한 사막도 대부분 이 지역에 있다는데, 계곡에서 비껴나면 그런 자락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오르막 오르고 나면 좀 낫고, 형제우물 올라서 마신 석간수는 몸속까지 서늘하다. 감로수가 따로 없다. 형제우물에 오르면 이번 산행 반은 다 한 것이다. 남쪽 산등성이 오르며 보는 산 경치는 호쾌하다. 이 맛에 우..

율리봉-견우봉 / 장마가 지나가는 산과 강에서

율리봉(587)-견우봉(590) 장마가 지나가는 산과 강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팔당리 (2011.7.16-7.17) (2011.7.16) 운길산역-율리봉-벚나무쉼터-팔당 2리-팔당역 (4시간) (2011.7.17) 팔당역-율리고개-예빈산(직녀봉 590)-견우봉-조개울-팔당역(3시간 40분) 비가 지나간 산은 나뭇잎이 흩어져 어수선하다. 풍상에 못 이긴 나무들이 넘어져 축축하고 묵직하다. 하지가 지나면 나무는 성장을 거의 멈추는데, 긴 장마에 물을 받아들이며 살았으니 나무도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나무는 자기 몸무게 6배의 물을 저장하고, 쓰러진 나무도 자기보다 1.5배나 되는 물을 가두어 흙보다는 물 저장 능력이 25배가 넘는다고 한다. 나무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고 있다. 어제 생각지도 않았던 빗줄기..

예봉산 산길에서 만난 봄

예봉산(禮峰山 683m) 산길에서 만난 봄 경기도 남양주시 (2011.3.26) 팔당역-팔당 2리-벚나무쉼터-예봉산-철문봉(632)-적갑산(564)-새재고개-도곡3리-도심역(4시간) 산길이 녹기 시작하였다. 산에 봄이 오는 것은 땅이 녹는 것이고, 생강나무 꽃이 움트는 것이다. 질퍽질퍽 산길이 젖으면, 봄이 오는 것이다. 산꾼은 젖은 산길을 밟으며 봄맞이를 한다. 땅이 녹은 후에야 들꽃이 기지개를 켜고, 생명이 오는 봄을 확인할 수가 있다. 도롱뇽은 물속에 알을 놓고 개구리는 물속에서 발자국 소리를 피하고 있다. 봄은 계곡 물가에서 오고 있었다. 산길에 옥수수알만 한 연보랏빛 노루귀 한 송이가 피었다. 눈이 채 가시기도 전에 봄은 산길에서도 오고 있었다. 멧새 한 마리가 나무 위아래를 오가며 두리번거린다..

검봉 봉화산 / 북한강 굽어보는 빼어난 조망

북한강 굽어보는 빼어난 조망 검봉(劍峰 530m),봉화산(烽火山 510m) /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2011.3.20) 강촌역-봉화산-임도-감마봉(454m)-사람바위-서낭당고개-검봉-구곡폭포주차장-강촌역 (산행거리 약13.3㎞. 산행시간 6시간) 곡우가 되면 나무에 물 오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곡우가 한 달이나 남았는데 ..

운길산 / 겨울 담금질

운길산 (610m) 겨울 담금질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2010.12.26. 맑은 후 흐림. -14~-5℃) 운길산역-수종사-운길산-오거리-새재고개-억수농원-어룡마을-도심역 (4시간 반) 올해는 기록적인 날씨가 많았다. 폭설에 폭염에 폭우에 혹한까지 있었다. 30년 만의 혹한인 성탄절 다음날, 찬기가 뼛속까지 스미는 아침에 집을 나섰다. 떠나야 겨울 산을 맛볼 수가 있다. 바람이 불어오고 날씨가 추운 겨울은 사람만이 아니라 나무에게도 시련이다. '자연에도 늙는다는 것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계절이 바뀌고 잎새가 떨어지는 것은 나무가 옷을 갈아입고 새봄에 성장을 기다리며 꿈쩍 않고 지내는 탈의 시간이다. 담금질을 하며 스스로 단련하는 인고의 시간이다. 나무가 그렇고 뭇 생명들을 품은 산이 그..

적갑산, 철문봉 / 겨울바람을 녹이는 넉넉함이 있는 산길

적갑산(534), 철문봉(632) 겨울바람을 녹이는 넉넉함이 있는 산길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2010.11.28) 도심역-어룡마을-새재고개-세정사 갈림길-적갑산-철문봉-팔당역 (4시간) 바람은 차고, 한낮인데 아직 되돌아가지 못한 하현달은 하늘가에 하얗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떠나기 위한 기다림은 더 길다. 새재고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비슷한 행선지로 가는 버스를 무작정 탔다. 표지판만 보고 탄 버스는 반대 방향이었고, 또 되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버스 기사가 그런다. "새재고개 끄트머리 집에 담근 막걸리가 괜찮습니다" "그냥 갈 수가 없잖아" 친구가 한 마디 하였다. 목을 축이게 막걸리를 청하였다. 술 반 주전자에 이것저것 내온다. 주막 이름만큼이나 정을 듬뿍 담아 내왔다...

예빈산(직녀봉)-견우봉 / 팔당호 내려보는 그림 한 폭

예빈산(직녀봉)(588m), 견우봉(581m) 팔당호 내려보는 그림 한 폭 경기도 남양주시 팔당 2리 (2010.11.20) 팔당역-율리고개-예빈산(직녀봉)-견우봉-조개울-팔당역 (3시간 20분) 예봉산에서 율리고개를 거쳐 내려온 능선은 예빈산과 견우봉을 솟구쳐 조망처를 만든다. 이곳에서 내려 보는 조망은 아름다운 그림이다. 자리를 잡고 앉아 하염없이 본다. 강물은 넓고, 산 밑은 넉넉하다. 두물머리에서 만난 물은 느릿느릿 산을 적시고, 산에 걸친 구름은 떠나갈 줄 모른다. 바위에 앉아 떠나지 못하는 사람과 같다. 이상 예빈산과 견우봉 정상에서 / 2010.11.20